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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조원 몰리는' LG화학 채권발행 '근.자.감'

  • 2021.02.19(금) 17:45

[워치전망대-이슈플러스]
올해 ESG채권 8200억·일반 회사채 3800억
'투자위험요소' ITC 소송도 승소 마무리국면

LG화학이 국내 일반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해 눈길을 끈다. ESG 채권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등 사회적 책임 투자를 목적으로 발행되는 채권이다. ESG 측면만으로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LG화학은 최근 수년간 조 단위 채권 발행에 나서며 '고성장 마중물'을 그야말로 때려 붓고 있다.

LG화학의 친환경 비즈니스모델(BM)인 배터리(전지) 사업 부문 매출액이 최근 3년 사이 2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성장 모멘텀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SKI)을 상대로 2년 가까이 진행한 배터리 소송도 승소로 끝나면서 성장 모멘텀이 더욱 강력해질 전망이다. 자금 조달시장에서도 '근거 있는 자신감'이 넘치는 이유다.

◇ ESG 채권 발행 '대박'

19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 15일 ESG 채권 8200억원과 일반 회사채 38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발행 규모를 확대하는 내용의 정정공시 형태로 발표됐다.

LG화학 관계자는 "일반기업이 발행하는 ESG 채권은 물론 회사채 총 발행 규모에서도 역대 최대치"라며 "이전 ESG 채권 최대 기록은 현대제철의 5000억원, 회사채 최대 기록은 SK하이닉스의 1조 600억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규모의 발행에 나설 수 있는 원동력은 LG화학의 에너지솔루션(배터리) 사업 성장성이 빼어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LG화학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9.9% 증가한 30조575억원, 영업이익은 185.1% 늘어난 2조3532억원이었는데, 대부분 배터리 사업 성장 덕이었다. 관련기사☞ LG화학, '엔솔' 존재감 뿜뿜…"올해 영업익 조단위"

배터리 사업의 연간 매출액은 2018년 6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12조400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반면, 석유화학 사업 매출은 같은 기간 17조원에서 14조3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전체 매출에서의 비중도 2018년에는 62.9%를 차지했지만, 재작년 56.6%, 작년에는 47.5%까지 낮아졌다.

LG화학은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24.1% 증가한 37조3000억원으로 잡고 있다. 에너지솔루션 부문의 경우 무려 50% 성장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LG화학은 ESG 채권으로 조달하는 자금을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 투자 ▲친환경 원료 사용 생산 공정 건설 ▲양극재 등 전기차 배터리 소재 증설 ▲소아마비 백신 품질관리 설비 증설 ▲산업재해 예방 시설 개선 및 교체 ▲중소 협력사와의 상생을 위한 금융지원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복잡한 사정을 떠나, LG화학의 8000억원대 ESG 채권 발행은 그간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 실체가 불분명했던 ESG 경영이 본격적인 투자와 실행의 단계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일반 회사채 3800억원은 채무상환 및 석유화학부문 시설자금 등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네

불과 얼마 전에 LG화학의 명운을 좌우할 초대형 소송전에서 이긴 것도 회사채 발행에 직간접적인 긍정적 영향이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이 LG화학의 승소에 베팅한 셈이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ITC)는 LG에너지솔루션(옛 LG화학 배터리 사업 부문)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I의 전기차 관련 배터리 부품·소재에 대한 10년간의 미국 내 수입금지 요청을 인용했다.

이와 관련 LG화학은 회사채 발행 정정공시의 '투자위험요소' 항목에 "ITC가 SK이노베이션의 조기패소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며 "10년간 미국 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와 배터리 완제품, 셀, 모듈, 팩 등에 대해 수입금지 명령이 결정됐다"는 내용을 추가하기도 했다.

기존 공시는 "SKI가 ITC의 (조기패소) 판결에 대해 불복해 이의를 제기했고, 2020년 4월17일 ITC는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재검토를 결정, 최종판결을 앞두고 있다"는 내용까지 기재됐었다.

다만 LG화학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분사했고, ITC 소송의 영향으로 회사채 발행이 흥행했다고 보는 것은 과대 해석"이라며 선을 그었다. 투자자 대상의 수요예측도 ITC 승소 이전에 이뤄졌다는 것이다.

LG화학은 ITC 소송 결과가 나오기 직전인 지난 9일에 LG화학은 회사채에 대한 기관 투자자 대상의 수요예측을 진행했고, 당시 총 2조56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에 따라 당초 계획인 6000억원 보다 2배 증액 발행하기로 했다.

단 하루 시점 차이가 있지만 시장이 LG화학의 승소를 점쳤기에 수요예측에 자금이 몰렸고 회사 측도 더욱 자신있게 발행금액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이 지분 100%를 보유해 완전 자회사로 두고 있어, 자회사의 성과는 연결 실적으로 모회사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 매년 조 단위 넘나드는 회사채 '성장 마중물'

LG화학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발행 계획을 공시한 내용을 보면, 매년 조 단위를 넘나드는 대규모로 진행됐다. LG화학은 2020년 9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나선 바 있고, 2019년에는 1조원 규모의 회사채와 글로벌 그린본드 105억달러(약 1조7800억원)를 발행했다. 관련기사☞ '5천억 받고 4천억 더!' LG화학, 대규모 회사채 발행

글로벌 그린본드는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주요 금융시장에서 동시에 발행돼 유통되는 것이다. 또한 발행대금의 용도가 신재생 에너지, 전기차 등의 친환경 투자로 한정된 채권이다. 달러와 유로로 발행되는 까닭에 외화 자금을 조달하는 성과이자, 친환경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도 있다는 평가다. 올해 ESG 채권 발행과 무관하지 않은 성격이므로, 올해 ESG 채권 발행 전부터 이미 시장에서 검증받은 셈이다.

2018년에도 회사채 1조원, 외화 교환사채 6억달러(약 6400억원)를 발행한다고 했다. 교환사채는 상장법인이 발행하는 회사채의 한 종류로서 채권자의 의사에 따라 발행 기업이 보유한 주식(자사주 또는 타사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를 말한다. 당시 LG화학은 이를 유럽 비엔나 증권거래소에 상장한다고 공시했는데, 발행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 민간기업 기준 최대 규모이며, 유럽 증시 상장은 국내 최초다.

이 기간 LG화학은 거침없이 성장해왔다. 연간 매출액은 2018년 28조1830억원, 2019년 28조6250억원, 2020년 30조575억원으로 증가해왔고, 올해는 38조8603억원에 달할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 변수가 있다면…

LG화학의 성장가도에 변수는 없을까. SK이노베이션과의 소송전이 남은 과제 중 가장 임팩트가 큰 사안이다. 판결 이후 60일 이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SK이노베이션의 항소 등의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이긴 LG 진 SK, '합의 카드' 맞춰질까

이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고민과도 연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이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이 선택의 기로에 있다"는 제목의 칼럼 기사를 게재했다. '선택의 기로'가 뜻하는 것은 거부권을 행사해 26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연간 33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 배터리 공장을 구할 것인지, 아니면 지식재산권은 침해해선 안 된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거부권을 접어둬야 할지다.

FT는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 이익에 부합된다고 판단할 경우 60일 이내에 판결을 무효화할 수 있다"며 "대통령이 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3년 애플과 삼성 간 소송 관련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는 전례를 상기시킨 것이다.

그러면서 "SK이노베이션의 26억달러 규모 공장은 조지아 주 역사상 최대 투자 규모이고, 미국 배터리 생산에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두 달간 SK이노베이션과 자동차 기업, 미국 국회의원들, 조지아 주 관료들은 SK이노베이션을 위해 판결을 뒤집고자 백악관에 로비를 펼칠 것"이라며 관측했다.

그러나 이 기사의 결론은 ITC의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다. FT는 "ITC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직원들을 통해 확보한 민감한 정보를 삭제하기 위해 노력했음이 명백히 드러났고, 최종 판결은 이러한 점들을 인정했다"며 "ITC의 판결은 미국의 이해관계와 원칙 사이에서 영리하게 타협한 것으로 이를 뒤집는 것은 여러 이유에서 잘못된 것"이라고도 했다.

오히려 "현재 미국 델라웨어에서 민사 소송이 계속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SK이노베이션과 LG는 합의할 수 있고, 이것이 양사 모두에게 이익"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에도 이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상대로 지식재산권 존중을 강조해온 미국이기에 자국 기업이 해외에서 부당함을 외칠 때를 고려해야 한다는 논거도 폈다.

미국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내놨다. FT는 "조지아 주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판결을 무효화할 것을 촉구할 것이지만, 일부 관계자들은 필요한 경우 해당 공장에 대한 새로운 투자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며 "이들은 또 2600개의 일자리가 아직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현재까지 창출된 일자리는 300여개에 불과하다"고 했다. 일정 기간 유예 기간을 받은 포드 같은 업체도 배터리 공급에 당분간은 큰 지장이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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