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간 매출 30조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위기 상황에서 기존 석유화학 부문은 외형 성장이 주춤했지만 물적분할로 자회사로 거듭난 이차전지(배터리) 사업이 급성장했다. 기존 사업 견조함 속에 신사업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LG화학은 올해 연간 매출이 전년보다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자신했다.
◇ 역대급 실적…폭풍성장 에너지솔루션
LG화학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9.9% 증가한 30조575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27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185.1%나 늘어난 2조3532억원에 달했다. 지난 4분기 매출액도 전년보다 19.9% 늘어난 8조8858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흑자전환한 673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사업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은 에너지솔루션(배터리) 사업 급성장 덕분이다. 배터리 사업의 연간 매출액은 2018년 6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12조4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껑충 뛰었다. LG화학은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작년 12월 100%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세웠다. 분할 당시 제시한 작년 매출 목표 13조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괄목할 성장이다. 관련기사☞ LG에너지솔루션, 매년 33% 성장 자신하는 이유
반면 석유화학 사업 매출은 같은 기간 17조원에서 14조3000억원으로 점진적인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의 비중도 2018년에는 62.9%를 차지했지만, 재작년 56.6%, 작년에는 47.5%까지 낮아졌다.
그렇다고 이익을 내지 못한 것은 아니다. 사업별 영업이익을 보면 석유화학은 1조9679억원으로 전년대비 13.8% 증가하는 대단히 견조한 모습을 보였다. 에너지솔루션 역시 3883억원으로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으나, 이익 규모 측면에선 석유화학이 압도적이다.
차동석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는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이라는 위기상황 속에서도 매출은 전년 대비 10% 성장해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며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도 사상 최대인 4조6000억원을 기록, 매출 성장과 수익 증대의 의미있는 성과를 창출한 한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 4분기에는 전지사업(LG에너지솔루션)의 성공적인 분사와 지속적인 흑자기조 유지 등 성장을 위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성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 '화재에 소송까지' 변수…"걱정 마세요"
LG화학은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 콜(전화회의)을 통해 회사가 직면한 단기적 변수들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설명했다. 특히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배터리 제품에서 불이 난다는 최악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나, 화재의 원인이 LG화학 탓으로 밝혀지지는 않았다는 게 회사 측 강조점이다.
장승세 전무(LG에너지솔루션 경영전략총괄)는 이에 대해 "작년 4분기 ESS(에너지저장장치) 주택용 제품 일부에서 리콜을 실시했다"며 "최근에 코나 화재 때문에 역시 리콜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양쪽 모두 고객사 등과 협력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에서 원인 조사를 하고 있으나 재연 실험 등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아직까지 명확한 화재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고, ESS도 전기차도 모두 예방 차원에서 고객 리콜을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매출 대비 일정 비율의 충당금을 설정했고, 앞으로도 쌓을 방침이라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이 에너지솔루션 사업 부문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내용으로 미국에서 진행중인 소송 관련해선 승소를 자신하면서 합의 가능성도 열어뒀다.관련기사☞ '이변 없었던' LG화학 배터리 분할…남은 숙제는
윤현석 LG화학 IR 담당 상무는 "소송은 ITC(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소송이 있고 델라웨어 민사 소송도 진행중"이라며 "판결은 10월 5일에서 3차례 연기됐고, 오는 2월10일에는 최종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영업비밀 보호법에 따라 부당이익과 변호사 비용 등을 모두 배상받을 수 있고, 이를 모두 적용받으면 상당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당사는 합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고 협상 타결을 위해서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올해 매출 37.3조…에너지솔루션 50% 성장 '자신'
LG화학은 올해 매출 목표를 전년 대비 24.1% 증가한 37조3000억원으로 설정했다. 차동석 부사장은 "전지재료와 지속가능 솔루션, 이모빌리티(e-Mobility) 소재, 글로벌 신약 개발 등 4대 중점 사업 영역과 신성장 동력에 회사가 가진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부문은 동북아 지역에서 새롭게 증설하는 물량의 출회에 따른 공급 증가 우려가 있지만, 글로벌 경기 회복과 주요 산업의 점진적인 수요 개선이 예상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호우 석유화학 경영전략 담당 상무는 "리사이클(재활용) 및 바이오 원료 기반의 친환경 수지 부문 제품 기술력을 키워 관련 매출을 300억~400억 규모에서 수 천억원 규모로 성장시킬 구상"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솔루션 부문은 올해 50% 이상의 매출 성장을 기대했다. 해외 공장 생산 안정화와 원가절감으로 수익성 개선도 지속할 방침이다. 특히 주요 국가의 친환경 정책 기조에 따라 전기차 시장 성장세 지속과 대형 전력망 중심의 ESS 시장 확대도 기대했다.
장승세 전무는 "환율 하락 같은 외부 리스크 요인은 고려돼야 하겠지만, 규모의 경제 효과와 원가 절감에 따라 연간 영업이익이 조 단위에 이를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