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으로부터 전지 부문이 분할돼 지난 1일 새로 설립된 LG에너지솔루션이 2024년 연 매출 3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올해 13조원을 시작으로 매년 평균 매출을 33%씩 키우겠다는 것이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나는 목표 설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고속성장을 위해서는 풀어야할 숙제도 산적했다. 일단 전기차 배터리 설비확충을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 차원에서 IPO(기업공개)가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각종 화재 사태 등으로 불안정성이 노출되고 있는 배터리 제품을 보완하고 경우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기존 판매분 리콜도 무난히 넘겨야 한다.
◇ 배터리 독립한 이유 '자신감'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일 공식 출범하며 "올해 회사 예상 매출액이 13조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2019년 LG화학으로부터 분할되기 전 전지 부문 연간 매출액이 8조3503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약 55.7% 늘어난 실적이다.
전지 부문은 올해 2분기 2조8230억원, 3분기 3조1439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 분기 과거 최고치를 넘어섰다. 올해 3분기까지 전지 부문 누적 매출액은 8조2278억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의 올해 전망을 채우려면 이번 4분기에는 4조7000억원대의 매출을 내야 한다.
더 나아가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4년 매출 30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올해 매출 13조원을 기록한 뒤 매년 전년 대비 33.7% 성장할 경우 가능한 성적표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초대 대표이사 사장은 출범사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이뤄온 성과들은 생각보다 위대하며, 그 저력을 믿고 자신감 있게 미래를 만들어가자"고 당부했다.
◇ 전기차 배터리 '쑥쑥'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급속한 성장을 근거로 매년 최대 매출을 갱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이고 있다. 이 회사의 올해 9월 말 기준 누적 전기차 배터리 수주잔고는 약 150조원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LG화학 제품이 점유율 24.6%로 1위를 달렸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급제동한 전기차 시장이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지속해서 호조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LG에너지솔루션은 기대를 걸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EV볼륨스에 따르면 올해 유럽, 중국, 미국 등 주요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5%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프랑스, 독일 등이 7월부터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하반기 유럽 내 전기차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김병주 EV볼륨스 한국·일본 대표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대규모로 공급받는 고객사는 폭스바겐, 르노, 볼보 등 유럽 회사가 많다"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전체적으로 배터리 제품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시장 확대에 따라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흑자를 꾸준히 기록할 수 있는 체질을 갖췄다고 판단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만년 적자를 이어가다가 2018년 4분기 일시 흑자를 기록했고, 올해 2분기부터 두 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차동석 LG화학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지난 7월 31일 진행된 2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구조적 이익 창출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증권사별 올해와 내년 LG화학 전지부문 영업이익 전망치는 유진투자증권은 4880억원과 9810억원, 현대차증권은 5510억원과 1조1090억원, 하이투자증권은 4803억원과 1조726억원 등이었다. 영업손익이 올해 본격 연간 흑자로 전환한 뒤, 내년에는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게 공통적이다. LG화학 전지 부문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2725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지난 2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한 뒤 흑자 폭이 점차 커지고 있다"며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해 신설 법인이 연간 5% 내외 영업이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 마냥 '장밋빛'일까?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했다. 특히 자금 조달이 관건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올해 120GWh(기가와트시)에서 2023년 260GWh로 두 배 이상 끌어 올릴 계획이다. 지난 2년 간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이 2018년 말 35GWh, 2019년 말 85GW였던 것과 비교해 증가폭이 크다. 2023년까지 매년 최소 5조원 이상의 투자금이 필요로 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다만 올해 2분기 말 기준 신설 법인이 가져갈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7989억원으로 전기차 설비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밑돈다. 이 때문에 IPO를 통한 외부자금 조달이 필수라는 분석이다. 가장 효율적인 IPO 통로는 미국 나스닥 상장이 꼽힌다.
하지만 여기에도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최근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된 현대차 코나 화재 관련 분담금 문제가 대표적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10월 전 세계 총 7만7000대의 코나 리콜 계획을 발표했다. 증권가에선 리콜 과정에서 최소 500억원에서 최대 60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결함이 배터리 자체에 있을 경우 LG에너지솔루션 IPO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배터리 사업 수익성에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SK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진행 중인 전기차 배터리 소송도 변수다. 앞서 ITC는 SK이노베이션이 피고, LG화학이 원고로 참여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 일을 지난 10월 이후 두 차례 연기해 오는 10일로 잡았다. 전지 부문이 분사하면서 소송 주체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 변경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