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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얀센 '비대면 임상시험'…우리는 왜 안될까

  • 2021.08.02(월) 13:38

코로나19로 임상 대상자 모집 난항
원격 데이터 수집 등 비대면 임상 필요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임상시험은 신약 개발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일반적으로 임상시험은 '대면 방식'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접촉과 이동이 제한되면서 임상 대상자를 모집하고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전자동의서, 화상 통화 등 비대면 방식을 활용한 임상시험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원격의료는 국내 현행 의료법상 불법이다. 코로나19 이후 환자들이 병원에 가기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2월부터 한시적으로 허용이 이뤄졌다. 그러나 원격의료 허용 개정 법안과 정부 지침에 차이가 있어 실제 비대면 임상을 진행하는 데 혼선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약개발의 성패는 임상시험에 달려 있다. 전임상과 임상1상, 임상2상, 임상3상 등 4가지 임상 단계를 거쳐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야만 신약을 허가받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임상 대상자 모집은 임상시험의 주요 과제로 꼽힌다. 안전성 우려 등의 이유로 임상시원에 지원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탓이다.

임상 대상자 모집이 지연되면 임상시험의 비용과 시간이 크게 증가한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전 세계 임상시험의 80%가 대상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른 비용 손실은 1일당 약 800만달러(약 92억원)에 달한다. 국내 임상시험 참여율도 저조하다.  2019년 글로벌 임상시험 건수에서 국내 임상시험 건수가 차지하는 비율은 3.25%로 7∼8위 수준이었다. 반면 국내 임상시험 참여자 수 비율은 전 세계 임상시험 참여자 수의 1.54%로 세계 20위 수준에 그쳤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로 임상 대상자 모집이 더욱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대면 활동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임상 참여자가 크게 줄어들었다. 대부분 국내 임상시험은 임상 대상자와 연구진이 의료기관에 직접 방문해 대면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해 하반기부터 임상 대상자 모집 중단 사례가 빠르게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대면 임상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대면 임상시험은 병원에 직접 방문하지 않고 전자동의서, 전자설문지, 웨어러블 진단기기 등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화상으로 임상 대상자의 증상을 모니터링하거나 의약품을 배송하기도 한다. 접촉과 이동을 최소화해 시험 대상자의 편의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면 임상은 '기관 중심적'이지만 비대면 임상은 '대상자 중심'이다.

비대면 임상은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도출할 수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성공한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은 비대면 임상시험을 이용했다.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과정에서 스마트폰으로 임상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해 임상 대상자의 의료기관 방문을 최소화했다. 얀센 역시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3상에서 연구 데이터를 원격으로 수령해 효율성을 높였다.

업계에서는 비대면 임상시험으로의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다국적 임상을 진행하는 많은 글로벌 임상시험수탁기관(CRO, 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도 비용 절감을 위해 비대면 임상시험을 도입하는 추세다. 국내 CRO가 대면 임상시험만 고집한다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비대면 임상시험을 진행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국내 원격의료의 허용 범위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원격의료를 일시 허용하는 감염병예방법은 원격의료 방법으로 유선·무선·화상통신·컴퓨터 등 정보통신기술을 예로 들고 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전화 상담 및 처방만을 허용하고 있다.

원격의료에 대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비대면 임상시험의 범위를 설정하는 데도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병원단체는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의사단체는 반대하고 있다. 불분명한 오진과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소재와 의학·기술적 안전·유효성 미검증 등이 이유다.

현재로서는 대면과 비대면 방식을 혼합한 하이브리드 임상시험이 유력한 방안으로 꼽힌다. 임상 대상자의 편의를 고려해 웨어러블 진단기기, 원격 모니터링 등을 활용하는 동시에 필요할 경우 의료기관을 방문하도록 임상시험을 설계하는 방법이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국내의 경우 비대면 임상시험에 대한 병원과 제약사들의 협조가 부족해 우선적으로 업계 종사자들의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관련 제도 개선과 함께 장기적으로는 한시 허용이 아닌 전면 시행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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