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
  • 검색

[비즈人워치]"제약산업 성패 CRO에 달렸다"

  • 2021.08.25(수) 14:17

이영작 LSK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 인터뷰
"글로벌 트렌드는 '대상자' 중심 비대면 임상"
"국내 CRO 새로운 경험 축적 기회 절실"

이영작 LSK글로벌파마서비스 대표이사 / 사진제공=LSK글로벌파마서비스

신약 탄생 과정은 크게 세 단계를 거친다. 우선 수많은 천연자원이나 화학약품 중 후보물질을 탐색한다. 이후 동물 실험인 비임상시험을 통해 후보물질을 의약품으로 개발할지를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면 신약을 내놓을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임상시험은 신약개발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단계다. 평균 10년 이상, 1조원 이상의 시간과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런 임상시험 업무를 대신해 주는 곳이 있다. 바로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다. CRO는 제약바이오 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임상시험의 설계, 컨설팅, 데이터 관리 등의 업무를 대행한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CRO에 임상시험을 맡겨 신약개발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제약바이오 기업뿐만 아니라 바이오벤처, 의료 스타트업, 정부 기관 등의 임상시험 아웃소싱도 늘고 있다.

LSK글로벌파마서비스(LSK글로벌)는 국내 1세대 CRO다. 미국 국립암연구소에서 통계학을 담당했던 이영작 대표이사가 2000년 설립했다. 국내 토종 CRO지만 글로벌 CRO 못지않은 역량을 갖고 있다. 국내 CRO 최초로 다국적 제약사의 FIH(First In Human) 항암제 1상을 수주했다. 국내 CRO 최초로 글로벌 항암제 임상3상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현재까지 150건 이상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포함, 총 1350여 건의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LSK글로벌은 정밀한 통계 분석 기술에 강점을 가진 기업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데이터관리본부와 통계본부를 갖췄다. 전 세계 16곳만이 획득한 데이터 관리 관련 인증도 받았다. 국내 CRO 중 유일하게 유럽의약품청(EMA)에 직접 안전성 정보를 보고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도 보유했다. 나아가 원격 모니터링을 도입하는 등 글로벌 CRO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대표와 인터뷰를 통해 LSK글로벌과 CRO 시장 트렌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CRO가 살아야 제약산업도 산다

세계적으로 CRO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의 지형이 변화하고 있어서다. 의료 패러다임은 유전체 정보, 환경적 요인 등 개인 특성에 맞는 방법으로 질병을 치료하는 '정밀의료'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약바이오 기업의 다품종 소량 생산 공정이 늘고 다국적 임상시험도 증가하고 있다. 한 기업이 모든 임상시험을 담당하기 어려워지면서 CRO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임상시험 관련 규제도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제약바이오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신약개발에 필요한 인프라 구축, 안전 규제 등 임상 기준은 지속해서 바뀌고 강화되고 있다. 급변하는 임상시험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해 CRO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 셈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 설리번(Frost & Sullivan)에 따르면 글로벌 CRO 시장은 연평균 8.2%씩 성장, 2024년에는 638억달러(약 74조38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그러나 국내 CRO 시장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내 CRO 시장을 해외 CRO가 과점하고 있어서다. 국내 CRO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7년 처음으로 40%를 돌파,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해외 CRO를 선호한다. 해외 CRO를 통해 임상시험을 진행하면 신약의 해외 진출이 수월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대표는 "해외 진출을 나서는 국내 제약사 가운데 국내 CRO가 임상시험을 진행하면 문제가 있고 해외 CRO가 진행하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며 "아직 국내 CRO에 대한 제약사들의 인식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CRO의 임상시험 기회가 줄어들면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어떤 임상시험도 같은 것은 없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CRO라고 해도 임상시험은 모두 새로운 경험이다. 다양한 임상시험을 수행할수록 데이터와 노하우가 쌓여 고스란히 CRO 역량으로 이어진다. 그는 "CRO 산업은 새로운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중요하다"면서 "국내 제약사가 해외 CRO에만 수탁을 맡기면 토종 CRO는 경험할 기회를 잃고 해외 CRO의 과점 현상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CRO 산업이 취약하면 국내 제약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내 CRO가 중요한 신약개발 경험에서 계속 배제될 경우 신약 개발에 필수적인 연구개발(R&D) 노하우도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 이 대표는 "해외 CRO에만 임상시험 업무가 과중되면 신약개발을 통해 축적되는 데이터도 모두 해외로 유출되고 만다"며 "실력 있는 국내 CRO를 믿고 세계 시장에 함께 진출하는 것이 국내 제약산업이 발전하는 첩경"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임상 트렌드는 '대상자' 중심

이 대표는 국내 CRO가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선진국의 임상시험 기술에 발맞추는 것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임상시험 트렌드에 따라 '대상자 중심' 임상시험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임상시험은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기관 중심으로 이뤄진다. 병·의원이나 제약사 등이 임상 대상자를 모집하고 임상 대상자가 정해진 임상시험 절차에 맞추는 방식이다.

반면, 대상자 중심 임상시험은 설계 단계부터 임상 참여자의 편의를 고려한다. 그는 비용을 절약하고 임상 대상자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임상시험 패러다임이 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인 것이 '비대면 임상시험'이다. 비대면 임상시험은 원격진료, 전자동의서, 의약품 배송, 원격 모니터링 등을 활용해 임상시험 과정의 일부분을 비대면으로 진행한다. 임상시험에서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도출할 수 있다.

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비대면 임상시험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초기에는 병원이 문을 닫으면서 진행 중인 임상시험이 중단됐고 LSK글로벌 역시 타격을 받았다. 임상 데이터 솔루션 기업 '메디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임상시험 건수는 전년 대비 65% 감소했다.

이 대표는 "사람 간 접촉으로 전염되는 코로나19는 필연적으로 대면 임상시험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 "임상시험이 중단돼 투여 중이던 의약품을 멈추면 내성이나 금단현상 등으로 임상 대상자의 질환을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시험 중단은 제약바이오 기업이나 CRO의 재정적 피해 이외에도 윤리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LSK글로벌파마서비스

사실 LSK글로벌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비대면 임상시험을 준비해왔다. 원격 모니터링을 시행하기 위한 e-PRO, e-Source 등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지난해 7월에는 헬스케어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비바시스템즈'의 서비스를 채택, 원격 모니터링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규제'의 벽에 부딪혔다. 이 대표는 "비대면 임상시험을 진행하려면 원격의료가 가능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현재 규제 환경에서는 불가능하다"며 "선진국은 이미 임상시험에서 파괴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반면, 국내 규제 기관이나 의료계가 적응하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2000년대 이전의 임상시험 신약개발 후진국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원격의료의 허용 범위조차 명확하지 않은 실정이다.

결국 국내 CRO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제약바이오 업계와 CRO 그리고 정부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국내 CRO가 성장할수록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약개발과 해외 진출도 활발해진다. 이는 곧 제약주권 확보로 이어진다. 그는 "국내 CRO 산업의 유일한 희망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과 동반 성장하고 함께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LSK글로벌의 목표는 세계 시장 진출이다. 실제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지난 2019년 국내 CRO 최초로 약물 감시 유럽 지사를, 지난해에는 데이터 관리 대만 지사를 설립했다. 여기에 LSK글로벌은 이미 탄탄한 실력과 수많은 성공 경험을 갖고 있다. 이 대표는 "LSK글로벌은 어느 해외 CRO와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면서 "다각도로 해외 진출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 인터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서면으로 진행됐습니다.

naver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

많이 본 뉴스 최근 2주 한달

산업·부동산 경제·증권 디지털·생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