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 3분기에 나란히 사상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 삼성은 반도체, LG는 가전 사업이 강했다. 이익 추세는 엇갈렸다. 삼성은 3년 전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연상시킬 만큼 양호했지만, LG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볼트' 관련 리콜 문제로 크게 부진했다.
양사의 사업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은 별로 없지만 대내외 변수에 따른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과 미국 경제 둔화 리스크(위험)뿐만 아니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해 급증했던 반도체·가전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장담하기 어렵단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분기 매출 73조 '괴력'
삼성전자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업계의 부러움을 살 정도였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9% 늘어난 73조원, 영업이익은 28%가량 증가한 1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70조원을 넘었다. 기존 최대 분기 매출은 지난해 3분기 66조960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역대 두번째로 많은 것이다. 2018년 3분기에 17조5700억원이 사상 최대치였다.
구체적인 내역은 이달 말 나오지만, 호실적을 이끈 사업은 반도체와 IT·모바일(IM) 부문으로 추정된다. 하나금융투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이 9조5900억원으로 전체 사업 가운데 가장 많고, IT·모바일(IM) 부문은 3조5100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3세대 폴더블폰 '갤럭시 Z 폴드3'와 '갤럭시 Z 플립3'이 판매 호조를 기록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월 말 출시된 이 시리즈는 최근에 삼성전자가 공식 집계한 국내 판매량만 100만대를 돌파했다.
LG도 최대 매출 경신했지만…
LG전자도 3분기 매출이 역대 최대치인 18조7845억원에 달했다. 전년보다 22% 증가한 것이고, 기존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 1분기의 17조8124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많다. 가전과 TV가 주역으로 분석된다.
가전 분야를 담당하는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 매출은 7조원에 달한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지난 2분기 이 사업본부 매출은 6조8149억원이었다. TV사업을 담당하는 HE(Home Entertainment)사업본부 역시 3분기 4조원 후반대의 매출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LG전자는 최근 GM 전기차의 리콜 관련 충당금을 3분기에 4800억원이나 반영하면서 영업이익이 무너졌다. 5407억원을 기록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9.6%나 감소한 것이다. LG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생산한 배터리 셀을 모듈화해 GM에 납품했는데, 이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에서 화재 문제가 발생했다.
4분기, 괜찮을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4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기록할지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하지만 추세를 잇기 어려운 대내외 변수가 많다는 지적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반도체 업황이 실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지만 점차 공급이 확대되면서 메모리 가격의 하락세가 점쳐진다. 중국 전력난과 미국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 글로벌 경제 리스크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 둔화 리스크와 반도체 가격 하락세 등을 감안할 때 내년 상반기까지는 실적이 둔화할 것"이라며 "다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이익이 다시 증가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LG전자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수요가 급증하며 실적 개선을 이끈 가전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예전보다는 크지 않다. 다만 전장(VS) 사업과 같은 새로운 동력의 성과는 기대를 걸 만하다는 평가다. 지난 2분기 LG전자 VS사업본부의 매출은 1조8847억원으로 전년동기보다 배 이상 급증했다.
하이투자증권은 "LG전자의 4분기는 비용 집행이 집중되므로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높진 않다"며 "스마트폰 철수 이후 (내년부터) 연 5조원의 영업이익을 벌 수 있는 체력이 됐고, 앞으로는 VS 사업부 성과에 관심이 쏠릴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