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계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대표적인 수혜주였다.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서다. 하지만 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인 '위드코로나'가 확대되면서 그 수요는 점점 줄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 3분기 실적만 봐도 펜트업(Pent-up, 억눌린) 효과가 강세였던 작년 3분기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졌다. 여기에 글로벌 물류대란과 공급망 차질까지 빚어지면서 4분기 실적에 대한 위기감도 커졌다. 양사는 '프리미엄(고가)' 전략으로 수익성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잘 팔았지만 내실은 없었다
삼성전자에서 생활가전·TV 사업을 담당하는 CE(소비자가전)부문의 올 3분기 매출은 14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600억원으로 51.3% 감소했다. 지난 3분기(1조5600억원)에 비해 이익이 반토막난 셈이다.
삼성전자 측은 "위드코로나 전환으로 펜트업 수요가 줄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며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으로 대외환경 또한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수익성은 지켜내지 못했다. LG전자에서 생활가전 사업을 맡은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와 HE(Home Entertainment) 사업본부의 매출을 합하면 11조242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4% 증가했다.
하지만 이 기간 영업이익은 28.5% 감소한 7137억원에 머물렀다. 원재료 가격 인상과 물류비, 인건비 등의 비용이 증가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오는 4분기에도 위드코로나로 인한 수요 감소 영향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매년 4분기는 중국 광군제,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 글로벌 대형 쇼핑 이벤트가 진행되는 가전업계의 최대 성수기지만 올해 분위기는 예년과 다를 것이란 얘기다.
최근 삼성전자 컨퍼런스 콜에서 송원준 상무는 "4분기 시장 모습은 코로나19 이전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며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오프라인 판매가 확대되면서도 대규모 집객에 대한 거부감으로 연말 쇼핑 시즌이 분산되고 온라인 및 비대면 판매 트렌드는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4분기 TV 시장 수요는 펜트업 수요 둔화와 소비자 외부 활동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할 것"이라며 "생활가전 사업도 위드코로나 확대로 가전 수요 증가세가 둔화하고 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상승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결책은 '프리미엄'
양사는 프리미엄 제품 판매에 집중하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시장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공통 목표를 내세웠다.
삼성전자는 온라인 판매 중심으로 변화하는 TV 시장 분위기에 맞춰 오프라인 프로모션 기간을 최적화하고, 온라인 판매 인프라를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온라인 구매를 더욱 쉽고 편하게 하는 한편, 국가별로 차별화된 온라인 프로모션을 기획해 비대면 판매 기회를 확대한다.
특히 네오 QLED·8K·마이크로 LED 등 프리미엄 제품을 주력으로 삼고, 고부가 제품 믹스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수요 감소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프리미엄 TV 수요는 내년에도 증가할 것"이라며 "전략 제품을 활용한 고부가 제품 시장 공략을 통해 시장 정체를 극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전 분야에서도 연말 프로모션과 함께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고 맞춤형 가전 브랜드 '비스포크'의 글로벌 확산을 가속화한다는 구상이다. 프리미엄 제품 중심 판매를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역량을 활용해 물류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등 비용도 효율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LG전자의 해결책도 '프리미엄'이다. 생활가전, TV에서 프리미엄 제품의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공급망 관리와 효율적인 자원 운용을 통해 시장지배력을 공고히 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생활가전분야에서는 공간 인테리어 가전인 '오브제컬렉션' 중심의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말 출시한 LG전자의 오브제컬렉션은 생활가전 실적의 효자로 자리 잡았다. 최근 LG전자는 오브제컬렉션 출시 이후 LG전자 생활가전의 성장세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비중은 밝히지 않았지만, H&A사업본부의 3분기 누적 매출 20조원 돌파에 오브제컬렉션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TV 사업에서는 '올레드 TV'가 핵심이다. 이정희 LG전자 상무는 최근 컨퍼런스 콜에서 "4분기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위드코로나로 인한 TV 수요 감소 리스크는 있지만, 연초 목표한 400만대 연간 판매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며 "올해 올레드 TV 매출 비중은 32% 정도로 예상되며, 이는 전년 대비 24% 증가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