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효과로 의외의 호황을 누렸던 디스플레이 업계가 또다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 '집콕' 수요 증가에 따라 1년 만에 두 배가량 치솟았던 TV용 LCD(액정표시장치) 패널값이 하락 국면에 접어들어서다.▷관련기사: [위드코로나]'정점 찍은' 삼성·LG전자엔 불확실성(11월2일)
패널가 하락 영향은 3분기 실적에서부터 드러났다. 하지만 국내 업체들은 타격은 크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로 LCD 사업을 미리 줄여놨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업황 악화가 나타나도 제품군 다변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는 대응전략을 세워두고 있다.
LCD값 뚝…3Q 실적에도 영향
업계에 따르면 11월 상반월(1~15일) LCD TV 패널가격은 55인치 기준 150달러로 전반월(10월16~31일) 대비 3.2% 하락했다. 같은 기간을 비교했을 때 65인치의 경우 2.2%, 75인치는 1.4% 가격이 떨어졌다.
분기별로 보면 하락세가 더 뚜렷하다. 4분기 들어 현재까지 TV 패널 평균 가격은 전 분기 대비 55인치 기준 28.6% 하락했다. 43인치와 65인치는 각각 32.3%, 18.8% 떨어졌고, 32인치의 경우 40.7% 하락해 낙폭이 가장 컸다.
상반기를 지나며 나타난 LCD 단가 하락세는 3분기 국내 대표 디스플레이 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실적에도 이미 반영됐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난 3분기 매출액은 8조8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세 배 이상 늘어난 1조4900억원을 기록했다.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이익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대형 패널부문은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했다. LCD 가격 하락의 영향을 받아 전 분기 대비 적자폭이 커졌다. 다만 QD(퀀텀닷) 디스플레이 라인 전환을 위해 LCD 판매를 축소한 덕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줄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이 52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2% 늘었지만, 직전 분기에 비하면 25% 감소했다. 직전 분기 두 자릿수로 올랐던 영업이익률도 7.3%까지 내려앉았다. LCD TV 패널 가격 하락이 주요 원인이었다. ▷관련기사: LG디스플레이 'OLED TV가 다 했다'(10월29일)
4분기 역시 패널값 하락의 영향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실적 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 콜에서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기획팀 전무는 "대형은 QD디스플레이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나, LCD 가격 하락으로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CFO(최고재무책임자)도 "LCD 시황 악화, 핵심 부품 수급 문제 등에 따른 수요 공급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며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삼성D, LCD 접고 QD로 승부
양사는 각사의 사업 방향성에 따른 최적의 출구전략을 통해 LCD 판가 하락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접고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탈(脫)LCD'를 목표로 LCD 사업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올 연말까지는 고객사 공급 요청으로 LCD 패널 생산을 계속하고 있지만, 내년 이후 추가 연장에 대해서는 내부 검토 중이다. 판가 하락 상황과 고객사 요구 등을 감안해 탄력적으로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대형 패널부문에서 LCD를 대체할 신기술은 'QD디스플레이'다. 최권영 전무는 "대형 디스플레이는 4분기 QD디스플레이 양산을 시작해 내년부터 세트 시장에 공개하는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내년에는 LCD에서 QD디스플레이로의 재편을 계획대로 마무리하고, QD디스플레이를 통한 프리미엄 TV 제품군에서 리더십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형 패널부문에서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비중을 늘린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일상 복귀에 속도가 붙으면서 스마트폰 시장 수요가 회복되고, OLED를 적용한 노트북과 태블릿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돼서다.
최 전무는 "현재 OLED 패널은 스마트폰 외에도 노트북, 게임기 등에 본격 적용되는 등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다"며 "자동차 등 고성장 애플리케이션에서도 OLED 리더십을 공고히 해 중소형 사업의 고질적 계절성 문제도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D, 수익성 회복에 집중
LG디스플레이는 선제적 사업 구조 개편을 통해 LCD 시황 변동에 따른 악영향을 최소화했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지속하는 대신 'LCD 구조 혁신'을 통해 변동성이 큰 TV용 LCD를 IT용으로 전환한 바 있다. IT용 LCD 패널은 TV용 패널에 비해 가격 변동폭이 크지 않은 편인 데다,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온라인 수업 등이 늘어나면서 노트북·태블릿 수요가 늘어나 판매가 늘었다.
서동희 CFO는 "향후 추가적 LCD 시황 악화가 나타나도 안정적 사업 운영과 더불어 지속 성장 및 수익 확보가 가능한 사업 구조"라며 "시장 변동성을 상당 부분 흡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위드 코로나 이후에도 IT 제품의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IT 제품에 대한 수요가 줄어도, B2B(기업간거래)의 비중이 늘어 수익성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서 CFO는 "내년부터는 코로나19 특수가 제거되겠지만 언택트 비즈니스, 원격교육은 한 번에 없어지지 않고 상당 기간 이어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작년까지는 언택트 지속으로 B2B 시장이 축소됐는데, 내년에는 과거 대비 매출이 신장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