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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삼성 DNA' 간직한 르노 부산공장 가보니

  • 2021.11.11(목) 12:14

XM3 5만대 유럽 수출에 살아난 공장 분위기
공장 직원들 "품질 또 품질" 재차 강조
"유럽서 잘 팔린 XM3 하이브리드, 국내 출시"

"르노삼성자동차는 '삼성의 품질 DNA'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설명회에서 정현무 제조본부장은 회사의 가장 큰 강점으로 품질 경쟁력을 꼽았다. 실제로 부산공장의 품질 경쟁력은 지표에서 볼 수 있다. 부산공장은 현재 르노 그룹 내 20개 차량 공장 중 가장 낮은 '고객 출하 차량 대비 불량 대수'를 유지 중이다. 이름에서 삼성을 뗄 날이 머지않았다지만 품질 만큼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는 듯했다.  

이날 연간 3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부산공장을 2시간가량 둘러보는 동안 모든 공장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품질을 강조했다. '품질에는 타협이 없고 불량은 받지도 주지도 말자'는 모토 아래서 만큼은 공장과 직원들은 하나였다.

"품질 또 품질"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노동자가 차제 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영상=나은수 기자 curymero0311@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프레스 공장이었다. 공장 문을 열자 바로 옆 사람의 말이 들리지 않을 정도의 기계음이 귀를 때렸다. 안내 직원의 마이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이어폰을 귀에 꽂자 "프레스 공장은 자동차 외관을 결정 짓는 스탬핑 작업이 이뤄지는 곳으로 디자인 품질 실현의 출발점"이라는 설명이 비로소 들렸다. 

자동차 생산은 '프레스-차체 조립-도장-장비 조립-검사' 과정을 거친다. 자동차의 뼈대를 구성(프레스·차체 조립)해 색을 입힌 뒤(도장), 엔진과 같은 각종 장비들을 조립하는(장비 조립) 순으로 작업이 진행되는 것이다.

프레스 공장에선 철판에 강한 압력을 가해 자동차 골조 부속을 찍어내는 스탬핑 작업이 이뤄진다. 정재훈 스탬핑·범퍼 팀장은 "스탬핑 작업이 차량 생산의 첫 단계인 만큼 품질에는 타협이 없다는 생각으로 생산에 임한다"며 "그 결과 외관 품질 불량률은 0.4%에 불과하다. 이는 르노-닛산 전체 공장 중 최상위권 수준"이라고 말했다.

운송용 로봇이 차체를 옮기는 모습. /사진=나은수 기자 curymero0311@

프레스 공장을 지나자 차체 조립 공장이 이어졌다. 로봇들이 한창 스탬핑 작업으로 만들어진 차 골조들을 옮기고 있었다. 옮겨진 차 골조들은 용접 등의 과정을 거쳐 하나의 차체로 합쳐진다. 

차체 조립 공장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용접이다. 차체가 한 치의 오차 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정밀한 작업이 요구되는 만큼 로봇이 용접공이 된다. 백호선 차체팀장은 "이 과정에서 투입되는 용접용 기계만 474대로 운송 로봇까지 치면 차체 조립 과정에서만 679대의 로봇이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차체가 조립되면 각 지점마다 비전 카메라를 탑재한 로봇들이 용접이 잘 됐는지 꼼꼼히 확인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차체들을 무작위로 추출해 사람이 직접 재검사를 한다. 이날도 작업자 한명이 차체를 고무망치로 탕탕 두들기며 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있었다. 

작업자가 망치를 이용해 차체를 점검 중이다, /사진=르노삼성차 제공

차체 조립 공장을 나와 도장 공장으로 향했다. 도장 공장에선 차체에 색을 입히는 작업이 이뤄진다. 르노삼성차의 도장공장은 최대 21개의 외장컬러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는 12개의 외장컬러를 생산 중이다.

단순히 색을 입히는 작업만 이뤄지는 건 아니다. 차체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수밀 작업과 차체의 부식을 방지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된다. 물이 내부로 스며들지 않도록 내·외부에 2중 실링을 하고 부식을 방지하기 위한 6가지의 도막 도료를 내·외부에 도포한다. 

김성일 도장팀 팀장은 "10년을 타도 새 차처럼 빛나는 차가 있는가 하면 1년을 타도 녹이 스는 차가 있다"며 "이 차이가 바로 도장 품질의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도장 공장에서도 엄격한 품질 검사를 피해 갈 수 없다. 시간당 강우량 2200mm에 해당하는 물줄기를 5분 가량 차체에 쏟아붓는 강수 테스트도 있다. 적은 양의 물을 24시간 뿌리는 검사도 있다. 이른바 '300% 수밀 검사 프로세스'다. 극도의 환경에 차를 노출해 내부에 물이 새지 않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도장 품질 유지를 위해선 국내 최초로 전용 측정실을 운영 중이다. 외부 날씨, 햇빛 반사 각도에 따라 육안 평가가 달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임러 벤츠에서 설치한 전용 측정 장비를 구축했다.

조립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는 모습. /사진=나은수 기자 curymero0311@

자동차 제조의 마지막 단계인 조립공장으로 이동하자 이호식 조립팀 팀장은 이곳을 '자동차 공장의 꽃'이라 비유했다. 그는 "이곳에서 엔진을 조립하고 배선, 배관 작업을 통해 진짜 움직이는 자동차로 탄생한다"고 전했다.

조립 공장 1개 라인엔 3개의 차종(QM6·SM6·XM3)이 조립되고 있었다. 르노 그룹 내 20개 공장 중 1개 라인에서 3개 이상 차종을 생산하는 곳은 부산공장이 유일하다. 그렇다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부산 공장은 자동차 공장 생산성 지표인 '2019년 하버 리포트(Harbour Report)' 평가에서 전 세계 126개 공장 중 6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팀장은 "부산공장은 1개 조립 라인에 최대 8개 모델을 생산할 수 있는 혼류생산체계를 갖췄다. 최대 7개 모델까지 한 라인에서 생산해본 경험이 있다"며 "생산성과 효율성을 갖춘 부산 공장은 향후 그룹 내 신차가 출시되면 생산 배정을 받기에 유리한 조건에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나은수 기자 curymero0311@

조립 과정을 거쳐 움직일 수 있는 자동차로 탄생하게 되면 실외 검사장에서 주행 검사를 진행한다. 직선, 곡선 등으로 이뤄진 왕복 3km 주행 코스를 최대 시속 130km로 달려 주행 상태를 검사하는 과정이다. 주행 검사장의 도로 노면은 일부러 거칠게 제작했다.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도로 상황에 최대한 맞추기 위해서다. 

이날 기자는 QM6를 동승해 주행 검사 과정도 지켜봤다. 꽤 거친 도로 상태에도 QM6가 안정적인 주행 능력을 선보였다.

"이제 다시 한번 해보자"

부산공장은 최근 몇 년간 침체에 빠져있었다. 2017년(26만4037대) 이후 연간 생산량이 매년 뒷걸음질 쳤다. 작년엔 11만2171대를 기록하며 4년 전보다 생산 물량이 절반도 되지 않게 감소했다. 닛산 로그 물량 위탁 생산 기간이 작년 3월에 끝나면서 생산량도 함께 급감한 탓이다. 

하지만 최근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가 유럽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이날은 유럽에 수출할 5만번째 XM3가 생산된 날이었다. 지난 6월 유럽 28개국에 본격 수출된 지 5개월 만이다. 회사 측은 5만대 수출을 시작으로 르노삼성차가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XM3가 유럽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이후, 매달 1만대 가까이 수출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5만대 자체가 어떻게 보면 적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수출 차량 대부분은 닛산 로그 물량이었지만 이번엔 르노삼성차가 직접 연구 개발에 참여한 XM3가 유럽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예상보다 빠른 시간에 XM3 5만대 수출을 달성했다. 이 추세라면 내년 상반기까지 누적 10만대 판매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XM3(수출명 뉴 아르카나)의 모습. /사진=르노삼성자동차 제공

직원들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계속된 부진으로 공장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지만 XM3가 공장에 활력을 불어 넣은 것이다. 이 관계자는 "공장 내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이제 다시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르노삼성차 측은 이날 내년 하반기에  XM3 하이브리드 모델의 국내 출시 가능성도 내비쳤다. XM3 하이브리드 모델은 현재 유럽에만 판매 중이다. 국내에서 하이브리드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OBD(배출가스자기진단장치)를 개발하고 시험성적서를 제출해야 하는 등 유럽과 다른 행정적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유럽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의 인기가 가장 높은 만큼 국내에서도 출시할 예정"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시기를 밝힐 순 없지만 내년 하반기를 목표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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