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 [편집자]
스마트폰의 대형화에 따라 사양산업 취급을 받던 태블릿 PC(개인용 컴퓨터) 시장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변곡점이 생겼다. 재택근무, 온라인수업 등의 활성화로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다.
샤오미(小米)가 국내 시장에 7년 만에 태블릿 제품을 정식 출시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급격히 늘어난 태블릿의 수요를 흡수해보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샤오미는 지난 9월 제품 출시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패드5'를 두고 엔트리급(저가형) 모델과의 비교를 거부했다. 오히려 애플의 최고가 태블릿 제품인 '아이패드 프로'와 비교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관련기사: "스펙은 아이패드 프로급" 샤오미 패드5의 패기(9월16일)
그렇다고는 하지만 애플은 자체 개발한 칩셋을 사용하기 때문에 패드5의 사양을 비교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태블릿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칩셋을 사용하는 삼성전자와는 비교가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전자가 선보인 보급형 태블릿 갤럭시탭 S7 FE과 비교해 샤오미 패드5를 '반값 태블릿'이라 부른다. 제품 사양은 비슷하거나 좋은데도, 가격은 절반 수준이라는 뜻에서다. 갤럭시탭 S7 FE 와이파이 모델의 경우 스냅드래곤 778G, 샤오미 패드5는 스냅드래곤 860을 탑재했다.
실제 샤오미로부터 패드5 제품을 대여해 한 달 동안 사용해보니 여러모로 기대 이상이었다. 국내에서는 샤오미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니, 스마트폰 등 타 기기와의 원활한 연동 기능을 활용하긴 어렵다. 하지만 가장 보편적인 태블릿의 용도인 '동영상 머신'으로서의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블루투스 스피커로도 손색이 없었다.
빛에 따라 알록달록
샤오미 패드5는 국내에 '코스믹 그레이'와 '펄 화이트' 2종으로 출시됐다. 대여한 색상은 펄 화이트였는데, 제품 뒷면의 첫인상이 낯설지 않았다. 잠들어있던 갤럭시S10 '프리즘 화이트'를 꺼내 보니 뒷면이 거의 똑같았다. 글래스(Glass) 마감에 빛에 따라 분홍빛이 도는 등 색이 조금씩 다르게 보여 신비로운 느낌을 냈다.
패드5의 디스플레이(화면)는 11인치로 아이패드 프로5의 작은 사이즈 모델과 같다. 영화 등 영상을 보기에 아쉽지 않은 크기였다. 화면 분할도 가능했는데, 동시에 두 개의 앱을 열어 보기에도 화면이 충분히 크게 느껴졌다.
두께는 6.85mm, 무게는 500g 수준이다. 들고 다니기에도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았다. 후면 카메라가 한 개라는 점은 다소 아쉬울 수 있다. 다만 태블릿 카메라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할만 하다. 화질도 1300만 화소로 나쁘지 않은 편이다.
샤오미는 역시 가성비
패드5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대명사인 샤오미의 장점이 여러 면에서 보였다. 가성비가 가장 잘 드러난 것은 120Hz(헤르츠)의 화면 주사율이었다. 주사율은 1초에 화면이 몇 번 바뀌는지 나타내는 수치다. 120Hz의 경우 1초 동안 120개의 정지 화면이 구현되는 것이다. 주사율이 높을수록 화면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표현된다.
애플조차도 올해 신작인 아이폰13에서 처음으로 120Hz 고주사율 기능을 적용했다. 40만원대의 11인치 태블릿에 120Hz 주사율이 적용됐다는 것은 매력적인 부분이었다. 다만 가변 주사율(영상에 따라 최적 주사율이 적용되는 방식)이 아니라서 배터리 120Hz를 적용할 때 배터리 소모가 많다는 점은 다소 아쉬웠다.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쿼드(4개)스피커를 탑재한 것이었다. 블루투스 스피커를 따로 갖고 있지 않아 음악을 들을 때 패드5를 많이 사용했는데 만족스러웠다. 위아래 2개씩 총 4개의 스피커를 탑재해 가로·세로 모드 상관없이 소리가 잘 울려 퍼졌다. 음악 감상은 물론 돌비 애트모스 시스템을 더해 영화 몰입감도 좋았다.
배터리 성능도 좋았다. 패드5의 배터리 용량은 8720mAh(밀리암페어)다. 샤오미 측 설명에 따르면 5일 이상 음악 감상, 16시간 이상 동영상 시청, 20시간 이상의 독서, 10시간 이상 게임이 가능하다.
실제 100%로 충전된 패드5로 디즈니플러스 러닝 타임 2시간30분 정도의 영화 두 편을 보니 배터리가 절반 정도로 닳아있었다. 음악만 틀어놨을 때는 사흘 이상 충전하지 않아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다.
가성비로는 잡지 못한 것
고장 났을 때가 걱정이긴 했다. 샤오미 태블릿 제품이 고장 났을 때 찾을 수 있는 서비스센터는 △서울 강서구 △경기 광명시 △부산 진구 △광주 북구 4곳에 불과하다. 이외 지역에서 샤오미 제품을 사용하면 AS가 사실상 어려운 셈이다.
지난 9월 스티븐 왕 샤오미 동아시아 총괄매니저는 "샤오미는 회색시장에서 비공식으로 판매된 제품이 많아 AS에 대한 오해가 많다"며 "공식 수입 제품에 대한 AS는 잘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비스 인프라 자체가 너무 열악한 건 부인할 수 없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외장 메모리를 넣을 수 없다는 점도 한계다. 오프라인 상태에서 보기 위해 동영상을 저장하거나, 여러 게임을 설치하다 보면 128GB(기가바이트)에 그치는 메모리는 모자라기 십상이다.
샤오미 제품의 장단점은 늘 명확하다. 샤오미는 타사 경쟁 제품과 비교해 비슷한 성능을 구현해내면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중국기업들의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은 치명적 장벽이다.
패드5도 마찬가지다. 패드5는 샤오미가 아니면 내놓을 수 없는 '가성비템'이다. 하지만 '외산'이 뛰어넘어야 할 벽은 너무나 높다. 스마트폰과의 연동성을 내려두고, 집에서 사용할 영상 플레이어 혹은 스피커를 합리적 가격에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들에게 적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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