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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하니]폰·워치·이어폰 '샤오미 생태계 속으로'

  • 2022.04.19(화) 10:41

괴물 배터리 '레드미노트 11 프로' 충전속도 빨라
만족도 높은 '샤오미 워치 S1' 충전없이 일주일도
샤오미 버즈 3T 프로, 샤오미폰서 세부 기능 조절

애플은 강력한 제품 생태계로 소비자를 '록인(Lock-in)'한다.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 등 연동성을 높여 애플 제품만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수년 전부터 '갤럭시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워치, 노트북 등 각종 기기를 같은 OS(운영체제)로 묶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최근엔 가성비를 앞세운 샤오미가 비슷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샤오미는 '스마트폰xAIoT(지능형 사물인터넷)'를 앞세워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 구축을 꾀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쥔 회장은 10주년 기념사를 통해 "AIoT 사업은 스마트폰 사업을 더 많은 애플리케이션 시나리오로 확장해 사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결국 샤오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경제적 해자(진입장벽)'를 만들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스마트폰과 AloT 제품이 동반 성장해야 샤오미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샤오미 레드미노트11 프로와 샤오미 워치 S1, 샤오미 버즈 3T 프로로 샤오미 생태계를 체험해봤다. /사진=백유진 기자 byj@

샤오미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진한 성적을 내면서도 꾸준히 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국내에서 샤오미 스마트폰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지만, 그 외 제품군에 대한 수요는 꽤 높은 편이다. 스마트폰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연동성을 위해 사업을 포기할 수 없는 셈.

이달 샤오미는 국내 시장에 중저가 스마트폰 신제품 '레드미노트11' 시리즈와 함께 스마트워치인 '샤오미 워치 S1', 무선이어폰 '샤오미 버즈 3T 프로'를 함께 출시했다. 샤오미 생태계를 경험해보기 위해 세 가지 제품을 함께 체험해봤다.

샤오미 레드미노트11 프로 /사진=백유진 기자 byj@

괴물 배터리란 이런 것

레드미노트11 시리즈는 기본형·프로형으로 출시됐다. 이중 레드미노트 11 프로 모델은 용량에 따라 40만원 전후 가격대다. 꽤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실제 사용해보니 성능은 기대 이상이다. 우선 장점은 배터리다. 레드미노트 11 프로 배터리 용량은 5000mAh(밀리암페어)다. 실제 레드미노트11로 사흘 동안 사진·동영상 촬영, 전화 통화, 메시지 전송, 동영상 시청, 음악 감상, 캐주얼 게임 등 평상시 사용하는 여러 기능을 장시간 사용해봤지만 충전이 필요 없었다.

샤오미 '레드미노트 11 프로' 애틀랜틱 블루 색상. 물결 치는 모습을 연상시킨다는 특징이 있다. 케이스를 끼고 싶었다. /사진=백유진 기자 byj@

사실 이는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삼성전자도 최근 출시한 보급형 스마트폰 라인업인 갤럭시A 시리즈에 같은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했다.

베터리보다 더 큰 특징은 충전 속도다. 프로 모델의 경우 배터리 50% 충전에 약 15분이 소요된다. 실제 67W 충전기를 활용해 테스트해 보니 약 18분 만에 4%가량 남아있던 배터리가 51%까지 찼다. 사진 촬영을 위해 충전을 멈췄던 것을 고려하면 얼추 비슷한 수준이다.

레드미노트 11 프로를 구성품에 포함된 67W 충전기로 충전하는 모습 /사진=백유진 기자 byj@

심지어 레드미노트11은 저렴한 가격에도 구성품에 67W 충전기가 포함됐다. "프로 모델의 충전 성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라는 게 샤오미 측 설명이다. 최근 기업들이 '환경보호' 명목으로 충전기를 제공하지 않는 것과 비교된다. 

중저가폰에서 찾아볼 수 없는 1억800만 화소 카메라도 특징이다. 샤오미는 이점을 앞세워 레드미노트11 프로가 같은 중저가 스마트폰 제품군인 삼성전자의 갤럭시A53보다 좋은 스펙을 갖고 있다고 강조한다. 갤럭시A53의 메인 카메라는 6400만 화소다.

샤오미 레드미노트11 프로(왼쪽)와 아이폰12 프로로 찍은 사진이다. 아이폰12 프로의 메인 카메라가 레드미노트11 프로에 비해 화소수가 낮지만, 잎사귀의 디테일을 더 선명하게 표현했다. /사진=백유진 기자 byj@

다만 화소 수가 높다고 해서 카메라의 성능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카메라의 성능은 단순히 화소가 아니라 이미지센서, 프로세서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실제 레드미노트11 프로와 아이폰12 프로로 같은 나무를 촬영했을 때 아이폰12 프로가 나뭇잎을 더 세밀하게 표현했다.

(왼쪽부터) 애플워치SE, 샤오미 워치 S1, 갤럭시워치4. 세 제품은 모두 비슷한 가격대다. /사진=백유진 기자 byj@

진정한 대륙의 실수…'샤오미 워치 S1'

개인적으로 이번 테스트 제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꼽으라면 단연코 샤오미 워치 S1이었다. S1은 46.5 x 46.5 x 11mm로, 갤럭시워치4 46mm 모델(45.5 x 45.5 x 11mm)보다도 약간 크다. 무게도 52g으로 갤럭시 워치4 시리즈 중 가장 무거운 클래식 모델 46mm와 같은 수준이다. 보통의 여성이 착용하기에는 크고 무겁다는 느낌이 강했는데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먼저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디자인이다. S1은 약 200여가지의 워치 페이스(시계 배경화면)를 제공하는데, 이중 중국 감성이 물씬 풍기는 것도 있었지만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도 있었다.

샤오미 미 피트니스 앱에서 워치페이스를 설정하면 곧바로 페어링 된 워치 제품에 적용됐다. /사진=백유진 기자 byj@

스트랩은 고무와 가죽 중 선택할 수 있는데 브라운 가죽으로 된 워치 밴드를 끼우니 꽤 고급스러운 느낌을 줬다. 실제 체험 중 만났던 지인들에게 S1을 보여줬더니 "갤럭시워치 아니야?"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갤럭시워치와 닮아서 좋은 거면 그냥 갤럭시워치를 사면 되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S1의 가격은 (출고가 기준)갤럭시워치4 블루투스 모델(40mm)과 같다.

샤오미 워치 S1(왼쪽)과 갤럭시워치4 피트니스 기능 비교 /사진=백유진 기자 byj@

하지만 확연한 차이는 배터리에 있다. 샤오미에 따르면 S1 완충 시 배터리는 보통 12일 사용이 가능하다. 배터리 세이버 모드에서는 최대 24일간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실제 사용하면서 AOD(올웨이즈 온 디스플레이), 혈중 산소 포화도 수시 측정 등 배터리 소모가 많은 기능을 켜놨는데도 약 일주일 동안 충전하지 않았다. 매일 충전해야 하는 스마트워치가 불편해 사용을 포기했다면 S1으로 재도전이 가능할 법했다.

샤오미 워치 S1 /사진=백유진 기자 byj@

그 외 기능도 여타 스마트워치와 비교했을 때 부족함이 없다. 야외에서 걸을 때 빠르게 감지해 자동으로 추적했고, 117개의 피트니스 모드를 지원해 원하는 운동을 기록할 수 있다. 수면 모니터링 기능으로 △깊은 수면 △얕은 수면 △렘수면 등을 구분해 기록해줬다.

다만 샤오미 스마트폰과 연동성이 부각되는 지점은 없었다. 샤오미 스마트폰에서도 워치와의 연동을 위해 전용 앱(App)인 '미 피트니스'를 별도로 설치해야 했다. 

이름은 버즈인데 생긴 건 에어팟?

이에 비해 무선이어폰 샤오미 버즈 3T 프로는 샤오미 스마트폰에서만 누릴 수 있는 몇몇 기능이 눈에 띄었다. 

샤오미 버즈 3T 프로 케이스를 열자 레드미노트11 프로에 자동으로 인식되면서 안내창이 떴다. /사진=백유진 기자 byj@

먼저 두 제품을 처음 연결할 때 스마트폰 화면에서 자동으로 기기를 감지해 화면 하단에 안내 메시지가 뜬다. 처음 페어링한 이후에는 다른 무선이어폰과 마찬가지로 무선이어폰 제품 케이스를 열면 자동으로 연결되는데, 이때 샤오미 스마트폰이라면 이어버드와 충전 케이스의 배터리 잔량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애플과 삼성전자 제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연동성이다.

또 샤오미 스마트폰에서는 노이즈 캔슬링 모드도 조절할 수 있다. 주변 소음 정도에 따라 노이즈 캔슬링 강도를 △딥 △밸런스 △라이트 △적응형으로 조절 가능하다. 가장 높은 단계인 '딥 노이즈 캔슬링'으로 설정하면 지하철 안내 방송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소음이 차단되면서 귀가 먹먹해졌다. 이를 가장 낮은 단계인 '적응형 노이즈 캔슬링'으로 바꾸면 먹먹한 느낌이 사라지면서 소음이 적당히 들렸다.

샤오미 버즈 3T 프로를 샤오미 스마트폰에 연결하면 노이즈 캔슬링 모드를 조절할 수 있다. /사진=백유진 기자 byj@

샤오미 버즈 3T 프로는 이름은 삼성전자의 무선이어폰과 같고 외관상으로는 애플의 에어팟을 닮은 '샤오미다운' 제품이긴 하다. 그럼에도 기본적인 무선이어폰으로서의 기능은 꽤 괜찮은 편이다.

스피커 단면은 DLC 코팅을 적용해 내구성을 높였고, 10mm 듀얼 마그넷 다이내믹 드라이버를 탑재했다. 또 차세대 LHDC 4.0 오디오 코덱을 지원해 인상적인 사운드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샤오미 측 설명이다. 1회 충전으로 최대 6시간, 케이스 충전을 포함하면 최대 24시간 재생이 가능하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활용하면 이보다 사용 시간이 더 줄어들 수는 있다.

샤오미 버즈 3T 프로는 S1과 마찬가지로 가격대가 낮은 편은 아니다. 출고가 기준 갤럭시버즈 프로보다 7만원 정도 싸다. 저가의 이미지가 강한 샤오미의 제품으로는 비싸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제품력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편이다. 

(왼쪽부터) 샤오미, 애플,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스마트워치·무선이어폰 조합. /사진=백유진 기자 byj@

스마트폰·스마트워치·무선이어폰을 통해 샤오미의 생태계를 경험해봤지만, 소비자를 끌어당길 수 있는 매력 포인트를 느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샤오미의 스마트워치와 무선이어폰을 사용하면서도 스마트폰도 같은 브랜드로 통일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뜻이다. 특히 스마트워치는 별도의 앱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타사의 스마트폰에서 사용하기에도 불편함이 없었다. 

AIoT 제품을 통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해야 하는 샤오미로서는 안타까운 지점이다. 하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관점으로 보면 다르다. 굳이 샤오미 스마트폰을 쓰지 않더라도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성능의 스마트워치와 무선이어폰을 구매할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시계를 충전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이들, 합리적인 가격에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구매하고 싶은 이들에게 매력적이라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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