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디즈니플러스가 한국에 상륙한 지 한 달이 돼 갑니다.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론칭은 디즈니·마블·픽사·내셔날지오그래픽 '골수팬'들을 설레게 한 소식이었죠.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가 거의 없다시피 한 데도 초반부터 100만명의 주간이용자를 모은 걸 보면 나름대로 연착륙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독특하게도 디즈니플러스는 '무료체험'이 없습니다.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는 물론이고 넷플릭스, 애플TV플러스 등 글로벌 OTT들이 최소 7일에서 많게는 1개월간 공짜로 콘텐츠를 볼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과 다르죠.
왜 그럴까요? 콘텐츠 예측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무료체험권을 제공한다는 건 '당장 결제하기엔 우리가 콘텐츠 맛집인 걸 모르실테니 일단 몇 편 맛보세요'란 의미일텐데요. 디즈니는 워낙 오랜 시간 콘텐츠를 제작해온 장인이다보니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예상할 수 있죠.
달리 말해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 높습니다. OTT 기업은 콘텐츠들이 베일에 가려진 상태에서 소비자의 결제를 이끌어낼 자신이 없기에 무료체험 서비스를 하는데요. 디즈니플러스는 '우리의 내공·명성 만으로도 구독료를 받긴 충분하다'는 마인드로 해석됩니다. 콧대 높은 정책입니다.
또 다른 분석도 있습니다. 바로 경쟁사 넷플릭스 덕분이라는 겁니다. 넷플릭스가 국내 상륙한 5년 전만 해도 글로벌 OTT는 소비자들에게 굉장히 낮선 존재였습니다. 지금처럼 이름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가 풍성하지도 않았고요.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자신들의 아이덴티티와 콘텐츠를 소비자들에게 이해시키는 데 굉장히 많은 투자를 해야 했죠.
넷플릭스는 디즈니플러스가 지불할 비용을 대신 지불했습니다. 국내 넷플릭스 국내 가입자수 약 100만명에게 1개월 무료체험 기간을 주려면 산술적으로 95억원의 비용이 듭니다. 타인 명의로 무료체험만 전전하는 이용자까지 포함하면 넷플릭스가 잃는 기회비용은 더 크겠죠. 디즈니플러스는 '후발주자의 수혜'로 이 비용을 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디즈니플러스의 숙제는 뻔함이 펀(fun)함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것일텐데요. 최근 흐름을 보면 디지니플러스를 잠시 사용해본 후 돌아선 이용자가 적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모 빅데이터 분석업체에 따르면 무려 론칭 10일 만에 20만명의 이용자가 빠졌는데요. '소문난 맛집에 먹을 게 없다'는 불만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겠죠.
다양한 현지화 전략도 필요할 겁니다. 최근 디즈니플러스는 겨울왕국 등 영화에 엉터리 자막을 달아 뭇매를 맞았죠. 또 영상 재생속도나 자막 크기를 조절할 수 없어 이용자들에게 '넷플릭스보다 불친절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디즈니플러스 측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내부 보수공사'에 열심이라고 하네요.
최근 방한한 넷플릭스 부사장이 인정했듯 한국 독자들의 수준은 굉장히 높습니다. 볼거리 투자에 인색하지 않은 만큼 별볼일 없는 콘텐츠엔 평가도 가차없죠. HBO맥스 등 글로벌 콘텐츠 플랫폼이 잇단 한국행을 택한 것은 국내 시장의 역동성이 어느 곳보다 매력적이기 때문일 겁니다. 디즈니플러스의 콧대 높은 전략은 한국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요?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