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지난해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 속에서도 사상최대 실적을 냈다. 매출은 70조원에 육박하며 2020년에 이어 사상최대 기록을 갈아치웠고, 영업이익도 2012년(3조5220억원) 이후 9년만에 사상최대치를 경신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수익성이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7.3%에 이르렀다. 반도체 공급부족은 오히려 자동차 시장을 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바꿨고, 이 덕분에 판매촉진비를 줄이는 등 '제값 받기'를 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기회손실 아쉽지만 제값받기"
기아는 26일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조657억원으로 전년보다 145.1% 증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18.1% 늘어난 69조8624억원, 당기순이익은 220% 증가한 5조760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매출 성장은 RV(레저용 차량)·신차·친환경차의 판매 확대, 믹스 개선 영향이다. 특히 스포티지와 카니발, EV6가 눈에 띄는 성장성을 보였다.
스포티지는 지난해 3만9762만대 팔리며 전년보다 115.8% 증가했고, 카니발도 14.5% 증가한 7만3503대 판매됐다. 신차인 EV6는 1만1023대 팔렸다. 이는 다른 RV 판매량이 모두 전년보다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기아의 연간 차량 판매(도매)를 보면 전년보다 6.5% 증가한 277만6359대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국내에서 전년대비 3.1% 감소한 53만5016대 팔렸고, 해외에선 9.1% 증가한 224만1343대로 나타났다.
연간 영업이익은 △2020년 엔진 리콜 등 품질 비용 발생에 따른 기저효과 △판매 확대 및 믹스 개선과 이에 따른 대당 판매 가격 상승 △인센티브 축소 등 전반적인 수익성 체질 개선이 선순환을 이루면서 크게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지난해 4분기는 반도체 공급부족 영향에 따라 부진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8.3% 감소한 1조1751억원, 매출은 1.6% 늘어난 17조1884억원으로 나타났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반도체로 인한 기회손실은 아쉽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초과수요, 공급자 우위 상황이 유지되면서 상품성과 브랜드력을 통한 제값 받기, 인센티브를 축소하는 여유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대당 판매 가격 매년 오른다
기아는 반도체 공급부족 문제가 올 하반기부터 완전 정상화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자들의 구매력 저하와 경쟁 심화라는 어려움이 예상되나, 코로나19 상황이 완화되고 전기차 시장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는 △반도체 공급 리스크 관리 및 최적 생산 △전동화 라인업 강화 △3교대 근무 전환을 통한 인도공장 풀가동 체계 진입 등을 준비 중이다.
영업에선 EV6와 신형 니로 등 전동화 차량과 글로벌 인기 모델로 떠오른 스포티지의 판매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올해 판매 목표는 국내 56만 2000대, 해외 258만8000대 등 글로벌 315만대다. 올해 예상 매출은 전년보다 19% 늘어난 83조1000억원, 영업이익은 27.3% 증가한 6조5000억원을 제시했다.
컨퍼런스콜에선 애널리스트들은 원자재 가격과 물류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할 때 이익 목표가 달성 가능한지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주우정 부사장은 이에 대해 "올해 사업 계획을 꾸리면서 원자재 가격, 물류비, 각종 비용 등을 이미 고려했으므로 수익 달성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며 "목표 수익을 만족할 수 있도록 신차 가격을 결정하고, 신차가 아닌 경우 상품성 개선 등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가격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국 기아 IR담당 상무는 "대당 판매 가격은 2020년 2550만원에서 2021년 2730만원으로 올랐고, 올해도 2930만원 정도를 잡고 있다"며 "이처럼 전체적인 탑라인(차량 판매 가격의 상단) 증가를 통해 비용 증가를 제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컨퍼런스콜에선 올해 기아가 전 세계 시장 중 미국에서만 전년대비 1.6% 하락을 전망한 것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주 부사장은 "대기 수요가 많아 각 권역에서 물량을 달라고 아우성이지만 못 주다 보니 수치상 그렇게 표현될 수밖에 없다"며 "전체적 시장 수요나 판매 지수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주 부사장은 이어 "최근 3년간 어려운 상황 겪으면서 목표 수익률이 낮았으나, 최근에는 브랜드력·상품성 개선과 함께 강력한 수요가 받쳐주면서 제값을 받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며 "이런 기간을 활용해서 기아의 변화된 모습을 더욱 안정적, 지속적으로 가지고 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