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기아가 분기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9개월 만에 최고 성적표를 갈아치웠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불안정한 시장 환경이 계속됐지만 수익성이 높은 RV(레저용 차량) 판매 비중 확대, 인센티브 축소로 인한 제값 받기 정책 등을 펼친 덕분이다. 9%에 육박하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며 현대차보다 내실도 좋았다.
위기 속, 가장 잘 달렸다
기아는 지난 25일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18조357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0.7%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 상승폭은 더 가팔랐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조6065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9.2% 급증했다. 매출,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이혜인 IR팀장은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ASP(평균판매가격) 상승과 환율 효과로 매출이 전년동기 10% 이상 증가했다"며 "영업이익은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당초 예상보다 재료비 부담이 증가했으나 상품성 개선에 따른 가격인상, 인센티브 절감, 우호적 환율 등으로 영업 래버리지 효과가 극대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분기가 비수기임에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영업이익률 역시 눈여겨볼만 하다. 기아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은 8.8%로 전년동기대비 2.3%포인트 상승했다. 2012년 2분기(9.8%) 이후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이다. 이번 분기 역시 수익성 면에서 현대차(6.4%)를 앞서며 내실을 잘 다졌단 평가다.
시장 상황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는 등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지난 1분기 내내 지속됐다. 기아의 지난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68만5739대(도매 기준)로 전년동기대비 0.6% 감소했다.
그러나 기아는 수익성이 높은 RV 차종의 판매 비중을 높이며 적게 팔고 더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었다. 기아의 지난 1분기 RV 판매 비중은 전년동기대비 1.6%포인트 상승한 61.3%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60%대를 넘어섰다.
전쟁 여파로 선적이 막힌 러시아 판매 물량은 다른 지역으로 돌리며 생산 차질을 최소화했다.
주우정 기아 부사장은 "러시아 시장 내 직접 생산 물량이나 한국 CKD(반조립생산) 물량 차질은 있었지만 오히려 기존에 부족한 반도체를 타지역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일부 물량 차질이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만회해 손익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부분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기아는 반도체 수급난이 올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하반기부터는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 부사장은 "차량 제어기 반도체 이슈는 5월쯤 정상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PT(파워트레인) 관련 제어기 반도체 이슈는 3~4분기가 되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며 "2분기도 반도체 차질은 있겠지만 1분기보다 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론적으로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물량 차질은 어느 정도 지속되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차질 범위는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차 전용 공장은 아직"
한편 이날 컨퍼런스콜에선 기아의 전동화 전략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현대차가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아 역시 해외 공장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기아는 전용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기보다 기존 공장을 활용해 전동화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
정성국 IR담당 상무는 "미국 전용 공장을 생각하지 않으며 공장 라인을 전환해 전기차 생산을 늘려갈 계획"이라며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 지역에서 (전기차) 라인 전환을 통해 주요거점에 전기차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점은 정확히 말하기 어려우나 타이밍(시점)을 놓치지 않고, 물량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