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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현대차 푹 빠진 '디지털트윈' 뭐길래

  • 2022.02.02(수) 08:35

[임인년 주목할 기술]
메타버스보다 실용적…2026년 54조 성장 전망
네이버 사옥, 현대차 싱가폴 스마트 공장 '적용'

영화 '아바타'에서 인간은 토착민인 나비족의 아바타를 만들어 활약한다. 자신의 DNA를 주입해 만든 아바타에 뇌파로 접속해 들어가 움직임이나 감정까지 완벽하게 동기화한다. 이처럼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물리적인 요소들의 정보를 가상세계에 동일하게 구현하는 기술을 디지털트윈이라고 한다. 

디지털트윈은 국내 주요 기업들도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는 신사옥에 적용을 앞두고 있으며 현대차도 이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최고 수준 가상공장을 설계할 계획이다.

디지털트윈은 진짜가 아닌 가상의 세계를 만든다는 점에서 메타버스와 개념이 유사하다. 다만 기술의 상업적 실용성이 메타버스보다 부각되면서 디지털트윈 관련 시장은 오는 2026년 최소 60조원대를 형성할 것이란 분석이다.

디지털트윈을 형성하는 요소 기술 개념도 /자료=관계부처합동 정보통신전략위원회

제페토와 비슷하면서 다른 '그것'

디지털트윈은 범위를 한정짓기 어려운 '개념'에 가까운 기술이다. 이 개념은 물리적인 대상이 모인 생태계를 실시간·가상으로 구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1970년 나사(NASA)가 고장난 아폴로13호의 무사 귀환을 위해 우주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고 모의 귀환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데서 디지털트윈 개념을 착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얼핏 들으면 '가상의 공간을 만든다'는 점이 메타버스와 유사하다. 실제 디지털트윈은 마치 샴쌍둥이처럼 메타버스와 붙어다닌다. 메타버스가 '스노우 크래쉬'라는 미국 작가의 소설에서 등장한 아이디어에서 천천히 기술로 구현된 것처럼 디지털트윈도 융합기술의 발전을 통해 실체화돼왔다는 점이 꼭 닮았다. 

다만 메타버스와 디지털트윈을 차별짓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흔히 메타버스는 '가상세계'로 불린다. 가상세계는 현실의 특질을 '모방한' 수준이면 충분하다. 디지털트윈은 가상세계보다 '거울세계' 개념에 가깝다. 거울은 현실을 대칭적으로 보여주지만 모방이 아닌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 이러한 특징은 쌍둥이(Digital Twin)라는 이름에서 나타난다.

이 차이는 엄밀히 따지면 기술 활용의 주된 '목적'이 다른 데서 발생한다. 가상세계는 의인화된 아바타를 만들어 현실·가상을 '연결', 감각·경험을 확장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반면 디지털트윈의 방점은 '시뮬레이션'에 찍혀 있다. 현실에서 해결하기 복잡한 문제를 디지털 세계에서 실험해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자는 것이다.

메타버스의 필수요소가 '연결'이라면 디지털트윈은 실시간 '동기화'가 핵심이다. 그래서 디지털트윈 요소 기술도 정확한 3D(3차원) 객체를 제작할 수 있게 하는 빅데이터, 3D 모델링(드론·GIS·CAD·BIM) 기술 외에 loT(사물인터넷)센서, 5G(5세대) 네트웍스, 클라우드, 엣지컴퓨팅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런 이유로 디지털트윈은 메타버스보다 더 실용적인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해외에선 디지털트윈 연구가 지난 2017년부터 본격화됐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디지털트윈 관련 시장은 2020년 기준 3조5000억원 규모로 형성돼 있다. 오는 2026년에는 54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네이버랩스가 '어라이크'를 활용해 고정밀지도를 제작하는 과정 /사진=네이버랩스

정부 'PICK' → 신사업 급물살

국내 기술 수준은 해외 대비 80% 수준인 것으로 평가 받는다. 그러나 시장 규모는 1000억원에 못 미치는 690억원 수준이다. 주로 철강·조선 공정 일부에 디지털트윈을 적용해 안전사고 리스크를 줄이는 방향으로 상용화됐다. 디지털기술에 주목한 역사가 짧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 정부가 '한국판 뉴딜 10대 과제' 중 하나로 디지털트윈을 낙점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디지털트윈 산업은 융합기술 중에서도 특히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필요로 하는 분야다. 기술 특성상 현실을 그대로 본떠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방대한 분량의 데이터가 필요한 탓이다. 예컨대 고품질의 3D 지도를 만들기 위해선 국토부·지자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손발을 맞추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 네이버다. 네이버는 '어라이크'(ALIKE)란 이름의 자체 디지털트윈 데이터 제작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항공 및 드론으로 촬영된 사진 등 2D 이미지를 스캔해 3D로 복원하는 기술이다. 네이버는 서울시와 협업해 어라이크를 활용한 강남 지역 고정밀지도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발판 삼아 일본 대도시 고정밀지도 제작에도 착수한다. 

조만간 오픈할 네이버 신사옥에도 디지털트윈 기술이 적용됐다. 디지털트윈 기술로 사옥을 본뜨고 가상건물에서 현실건물을 제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할 계획이다. 가상건물에서 명령을 내리면 클라우드 기반 로봇 수십대가 이 명령을 받고 현실건물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식이다. 국내에서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첨단 사옥을 개관하는 곳은 네이버가 최초다.

현대차도 국내 디지털트윈 시장 규모를 확대하는 데 일조한다. 최근 CES에서 현대차는 실시간 3D 콘텐츠 개발·운영 플랫폼 업체인 유니티와 손잡았다고 발표했다. 올해 말 완공 예정인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내에 스마트팩토리를 짓는 동시에 글로벌 최고 수준의 가상공장을 설계, 국내에서도 손쉽게 해외 생산 라인을 조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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