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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와 직접 대화" 삼성전자 노조가 꺼낸 카드

  • 2022.02.16(수) 16:37

파업 대신 결정권자와 대화 요청
5개월간 임금교섭 "진정성 없어"
대화 요구 안받아지면 파업 가능성

"아무런 대화 없이 노사가 상생이 가능한 겁니까. 도대체 언제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는 겁니까."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파업 대신 최고 경영진과의 대화를 요청했다. 사측이 지난 15번의 교섭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는 것을 지적하며 의사 결정권자와의 직접 교섭을 요구한 것이다. 노조는 파업을 최후의 보루로 남겨뒀으나 이번 교섭에도 실패하면 파업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놨다. 

삼성전자 4개 노조가 결성한 공동교섭단은 16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 경영진과의 공개 대화를 촉구했다.

노조가 말하는 최고 경영진에는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해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등이 포함된다.

16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이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임금교섭 적극적으로 나서달라"

노조 측은 삼성이 '무노조 경영 포기 선언' 이후에도 교섭 과정에서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부터 5개월간 2021년도 임금교섭을 15회에 걸쳐 진행해왔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20년 5월 무노조 경영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노조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현국 전국삼성전자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재작년 이재용 부회장이 노동 3권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임금교섭에서 이것이 진심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임금교섭에 나온 삼성의 교섭위원들은 단 한 사람도 결정권을 부여하지 못한 채 교섭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로 인해 15차례 진행된 임금 교섭은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하는데 그쳤다"며 "공동교섭단은 요구사항을 대폭 양보하며 대화를 요청했지만 사측은 공동교섭단이 요구한 44개 조항에 대해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서범진 법무법인 여는 변호사도 "조정 과정에서 노조는 수십 개의 요구안을 세 개로 압축해, 이에 대해 하나라도 받아들인다면 전향적으로 생각을 해보겠다는 의견도 제시했으나 사측에서는 핵심 요구안 중 단 한 가지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만 반복했다"고 강조했다.

16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이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백유진 기자 byj@

"8000만원 요구한 적 없다"

공동교섭단이 주장하는 세 가지 요구사항은 △임금제도 개선 △휴가권 보장 △임금피크제도 폐지다. 이날 삼성전자 노조는 그간 언론에 알려졌던 '삼성전자 노조가 성과급 8000만원을 요구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히 했다.

노조 측은 "우리는 단순히 수천만원의 연봉을 인상하라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임금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지급하라고 요구했다"며 "임직원들의 심각한 임금 격차를 축소하기 위해 계약 연봉을 정률(%)로 인상하는 것이 아니라 정액(원)으로 인상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가장 낮은 직급인 CL1 직원 중 10년차의 월급은 세후 200만원대인데, 등기이사의 평균 월급은 CL1 직원의 200배 이상인 4억4000만원에 달한다. 이미 격차가 큰 상태에서 임금을 정률 인상할 경우 임금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지게 된다.

김성훈 삼성전자 노조 동행 위원장은 "총 급여 중 성과급의 비중이 30% 이상인데, 이는 불확실성이 높다는 의미고 경상이익과 관련 없이 회사가 임의로 변경할 수 있는 부분"이라며 "성과급의 기준을 경상이익으로 변경해 누구나 예측 가능하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파업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 다만…"

삼성전자 노조 측은 이날 "아무도 파업을 원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도 교섭에 끝까지 실패할 경우 파업 가능성도 열려 있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현국 위원장은 "공동교섭단의 대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모든 삼성 그룹사 노조가 연대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투쟁할 것"이라며 "파업이 마지막 기회라면 파업할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만약 노조가 파업을 결의하면 삼성전자 창사 이래 53년 만에 첫 파업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지난 15일 마지막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조정에서 2021년 임금 교섭에 대한 합의를 하지 못하고, 조정 중지 결정에 따라 쟁의권을 획득했다. 조합원 투표를 거쳐 쟁의권 발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은 약 4800명으로 전체 직원의 약 4%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그동안 노조와의 대화를 성실하게 진행해왔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삼성전자는 작년 연간 결산이 끝난 상황에서 임금 협상을 다시 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현재 노조가 주장하는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올해 임금 협상에 돌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16일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이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백유진 기자 b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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