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
전동칫솔의 사전적 의미는 '전기의 힘으로 칫솔모를 회전시키거나 떨게 해 이를 닦는 칫솔'이다. 말 그대로 전동칫솔은 전자기기가 맞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칫솔로 전자 제품 리뷰 기사를 쓸 수 있다고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단지 회전하는 칫솔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오랄비의 'iO 시리즈9'를 써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다. 치아 관리에도 AI(인공지능) 기술이 도입될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집에서 피부 관리를 위해 각종 뷰티 기구를 사용하는 것처럼, iO 시리즈9은 전문가 못지않은 치아 관리를 할 수 있는 똑똑한 전자기기였다.
물론 가격도 웬만한 전자기기에 못지 않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특히 iO 라인업 중 가장 고가인 시리즈9는 30만원대에 달한다. 칫솔에 투자하기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대일 수 있다.
칫솔질에도 AI가 필요하다
iO 시리즈9의 가장 전자기기다운 특징은 '3D AI 치아 탐색 기능'이다. 칫솔의 위치를 감지하는 모션 센서가 내장돼 있어, 앱을 통해 양치 부위를 확인할 수 있다.
이 기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오랄비 앱 설치가 필수다. 앱을 설치해 칫솔을 블루투스로 연동하면 실시간 모니터링으로 양치질을 하고 있는 부위를 보여준다. 칫솔질을 할수록 16개로 치아 구간을 나눈 점이 사라지고, 치아가 파란색에서 하얀색으로 변한다.
평소 양치질을 구석구석 잘하고 있는지 궁금했던 이들이라면 유용할 듯했다. 앱을 보면서 양치를 해야 하니 더 신경 써서 꼼꼼하게 하게 된다는 장점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매번 앱을 보면서 하기에 조금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정확성이 다소 아쉽기도 했다. 치아 모양 때문인지 앞니를 닦을 때 인식이 잘 되지 않았다. 오랄비는 전동칫솔을 사용할 경우 2분을 적정 시간으로 권고하는데, 앞니까지 모두 하얀색으로 변하게 하려면 약 4분이 소요됐다. 4분이 넘어가니 '너무 오래 칫솔질하지 말라'는 경고문이 떴다.
가장 좋았던 기능은 압력 표시 기능이다. 칫솔모와 칫솔 핸들 사이 라이트 링에서 양치에 가장 알맞은 압력을 색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약한 압력은 하얀색, 적절한 압력은 초록색, 과도한 압력은 빨간색으로 표시된다. 매번 앱을 사용하지 않아도 볼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치아에 딱 맞는 원형 칫솔모
칫솔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세정력은 충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먼저 칫솔모가 달랐다. 전동칫솔 중에 동근 칫솔모를 채택한 곳은 오랄비가 유일하다고 한다. 즉, 원형 회전 칫솔모가 오랄비의 정체성이라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원형의 칫솔모가 치아 하나하나를 감싸면서 닦아줘 더 꼼꼼하게 닦이는 느낌이었다.
특히 이번 제품에는 칫솔모 하나하나를 진동시키는 미세진동 기술이 새롭게 탑재됐다고 한다. 오랄비 연구 결과 일반 칫솔 대비 플라그 제거 효과가 99.7% 뛰어나고 플라그가 쌓이는 것을 방지한다는 설명이다.
또 칫솔모 끝까지 에너지를 손실 없이 전달하는 '마그네틱 드라이브 시스템'도 적용돼 있다. 이는 마찰 없이 진동을 발생시키는 기술인데, 자기 부상 열차의 작동원리기도 하다. 칫솔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개인의 치아와 잇몸 상태에 따라 세정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선택지라고 느껴졌다. iO 시리즈7은 5가지, 시리즈8은 6가지 세정모드가 있다면 시리즈9의 경우 7가지 세정모드가 있다. 칫솔 핸들에 있는 디스플레이(화면)를 통해 △일반 세정 △부드러운 세정(민감) △강력 세정(집중) △잇몸 관리 △미백 △매우 부드러운 세정(매우 민감) △혀 세정 등을 선택하면 된다.
전동칫솔 화면에는 칫솔질을 마칠 때마다 표정이 나온다. 2분을 다 채우지 못하면 시무룩해 하고, 시간을 충분히 채우면 눈을 반짝이며 웃는다. 별것 아닌 기능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실제 사용해보니 매일 아침과 밤마다 전동칫솔의 미소를 보기 위해 양치를 신경 써서 하는 재밌는 광경이 연출됐다.
앱을 활용하면 조금 더 세밀한 관리가 가능하다. 오랄비 앱에서는 칫솔질 점수도 매겨준다. 칫솔질의 점수를 정하는 것은 시간과 범위, 압력이다. 2분 이상 모든 범위를 적당한 압력으로 유지해야 점수가 올라간다. 칫솔모의 마모 기간을 계산해 교체 시기를 알려주기도 한다.
특별한 구강 관리 과정도 설정할 수 있다.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상쾌한 숨결 △플라그 퇴치 △미백 △잇몸 건강 △치아교정 케어 등을 선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백의 경우 2주 혹은 4주의 기간 동안 치아가 얼마나 하얀지 자기 평가하면서 경과를 지켜볼 수 있다. 다만 2주 동안의 체험을 마쳤으나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3시간 충전으로 열흘 사용
오랄비 iO 시리즈9은 1일 2회 2분 사용 기준 3시간 충전으로 최대 12일까지 사용 가능하다. 체험을 위해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것보다 많은 시간 사용했는데도, 충전 없이 일주일 정도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었다.
충전은 두 가지 방법으로 가능하다. 제품을 구매하면 두 가지 충전용 선이 들어있다. 하나는 칫솔을 세워두면 충전이 되는 충전식 거치대와 칫솔을 보관한 상태에서 충전이 가능한 충전식 휴대용 케이스다.
칫솔을 집에서 사용할 때는 충전식 거치대에 두면 편리했다. 마그네틱 충전 시스템이 적용돼 있어 칫솔이 거치대에 잘 얹어졌다. 다만 생각보다 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충전 콘센트와 세면대와의 거리가 먼 구조라면 다소 사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기자의 경우가 그랬다.
평상시 직장이나 학교에 들고 다니거나, 여행을 갈 때 칫솔을 들고 간다면 휴대용 케이스가 유용하다. 칫솔모와 전동칫솔 핸들을 분리해 넣은 후 충전 케이블을 연결하면 충전이 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케이스에 전원을 공급하는 충전 단자가 USB-C 타입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은 물론 노트북, 프린터 등도 USB-C 타입을 충전 단자로 사용하는 추세다. 전동칫솔도 USB-C 타입으로 충전할 수 있다면 '휴대용'이라는 이점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