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편집자]
지난해 여름, 삼성전자가 새로운 주방가전으로 '비스포크 큐커'를 공개했다. 차별화된 제품력과 구매 약정 서비스인 '마이 큐커 플랜'의 인기로 지난달까지 3만7000여대가 판매되는 성과를 거뒀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제품이 처음 공개됐을 때까지만 해도 물음표가 가득했던 것이 사실이다. 전자레인지·그릴·에어프라이어·토스터 기능을 갖춘 '포인원(4-in-1)' 기능도 소비 욕구를 불러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미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자레인지와 에어프라이어가 있어서 더 그랬다.
그러던 중 8년여 동안 사용해온 전자레인지가 고장 났고, 그 순간 큐커의 존재가 번뜩 떠올랐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구독 모델에 익숙해진 만큼, 마이 큐커 플랜이라는 식품 구독 서비스는 상당히 솔깃한 제안이었다.
구매의 결정타는 평소 자주 이용하던 식품사가 '팀 비스포크'에 합류한 것이었다. 2년 동안 4만원 정도를 구매하면 된다는 조건도 쏠쏠하게 느껴졌다. 결국 큐커를 1만원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프로모션에 넘어가 지갑을 열었다.
제품을 구매해 약 한 달간 사용해보니 '삼성전자는 다 계획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큐커의 주요 타깃층은 MZ(밀레니얼·Z)세대다. 4가지 전자기기가 없어 새롭게 제품을 구매해야 한다면 4가지 기능이 가능한 큐커 한 대로 공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요리 경험이 많이 없고, 밀키트 조리조차도 번거로워하는 '요알못(요리를 알지 못하는)'이라면 활용도가 높을 듯했다.
'마이 큐커 플랜'으로 합리적 구매
현재 마이 큐커 플랜은 총 2가지 방법이 있다. 매월 정기적으로 식품을 구매해야 하는 '삼성카드 약정'과 약정 기간 동안 식품을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멤버십'이다.
삼성카드 약정은 '팀 비스포크'로 대표되는 제휴 식품사 직영몰에서 약정 기간 내 다양한 식료품을 매달 일정 금액 이상 삼성카드로 구매하면 비스포크 큐커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큐커로 조리할 수 있는 밀키트나 간편식 외에도 생수나 즉석밥, 소스류 등 식품사 온라인 직영몰에서 판매하는 상품이면 어떤 것이든 선택 가능하다.
멤버십은 최근 삼성전자가 큐커 식품관 오픈과 함께 출시한 서비스다. 비스포크 큐커를 온·오프라인에서 구매한 뒤 큐커 식품관에서 매달 일정 금액 이상의 식료품을 구매하면 월 최대 1만5000원 상당의 혜택을 제공한다. 당연하겠지만 두 서비스는 동시 적용은 불가능하다.
기자의 경우 지난달 구매를 진행한 터라 선택의 여지가 삼성카드 약정뿐이었다. 하지만 연말 프로모션을 적용 받아 기기 구매 가격은 1만원이었다. 24개월 동안 식품사 직영몰에서 3만9000원 쇼핑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1인 가구지만 재택근무로 집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진 터라 충분히 소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 구매를 결정했다.
특히 초기에는 8개 식품사만 이용이 가능했던 데 비해, 현재는 15곳으로 2배가량 늘어났다. 다이어트를 평생의 숙제로 삼고 있는 터라 닭가슴살 메뉴로 유명한 건강간편식 전문 플랫폼 '랭킹닷컴'의 합류가 유독 반가웠다. 마이 큐커 플랜에 가입하게 된 가장 큰 이유기도 했다. 평소 비비고 만두도 즐겨먹어 이달 CJ제일제당이 팀 비스포크에 합류했을 때 역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큐커 전용' 밀키트 조리해보니
이중 큐커 식품관에서 앙트레의 큐커전용세트를 구매해 홈파티를 열어봤다. 큐커의 경우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인 '스마트싱스'의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스마트싱스 앱에서 제품의 바코드를 인식하면 레시피를 확인할 수 있다. 레시피를 보면서 요리를 하다 큐커가 필요한 시점이 되면 '큐커에 보내기' 버튼을 누르면 큐커로 레시피가 전달된다. 제품에서 별도로 설정을 하지 않아도 간편한 조리가 가능한 셈이다.
밀키트를 사용하지 않을 때 앱에서 시간과 온도를 설정해 큐커로 전송하는 것도 가능했다. 앱을 활용하는 것이 제품에서 설정하는 것보다 편리하다 보니 활용하기 좋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소 번거롭다는 생각도 들었다.
청양크림빠네와 깐쇼새우에 도전했다. 깐쇼새우의 경우 큐커의 활용도가 높았다. 준비된 재료를 정해진 위치에 따라 플레이트에 올리기만 하면 끝이었다. 7분 정도 지나자 알림이 울렸는데, 이때 재료를 뒤집고 하단에 소스를 넣어 데워준다.
이에 비해 청양크림빠네는 큐커전용세트 중 하나였지만 큐커의 의존도가 낮았다. 파스타는 면을 삶고 재료를 볶는 등 직접 만들어야 했고, 큐커를 활용하는 것은 빠네빵을 데우는 게 전부였다. 전용세트에 포함된 것이 의아한 수준이었다. 기존 식품사들의 대표 메뉴를 큐커전용메뉴라는 이름 아래 끼워 맞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비스포크 큐커를 출시한 이후 지속적으로 국내 주요 식품 업체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큐커 사용자들은 13개 식품사가 제공하는 총 170여종의 전용 레시피나 메뉴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하지만 170여종의 메뉴가 모두 큐커의 비중이 높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구매 전 고려해야 할 듯했다.
오롯이 큐커로 완성해낸 깐쇼새우의 맛도 아쉬웠다. 기존 레시피의 경우 재료와 소스를 한 번 볶아주는데, 큐커 레시피는 각종 재료와 데워진 소스를 곁들여 먹으라고 돼 있었다. 소스를 데웠다 해도 재료에 충분히 스며들지 않아 맛을 충분히 내기 아쉬웠다.
결국 팬을 꺼내 소스와 재료를 같이 볶아내야 했다. 레시피 하단에는 '기호에 따라 추가 조리가 필요할 수 있다'는 안내가 적혀있었다. 큐커만을 사용했을 때 온전한 맛을 내기 어렵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던 셈이다.
삼성은 다 계획이 있구나
외관상으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왔다. 비스포크 색상을 적용한 큐커 옆에 플레이팅을 하니 더욱 멋이 살았다. 상대적으로 요리를 많이 해보지 않은 젊은 층이 지인들을 초대해 홈파티를 한다면 활용하기 좋을 수 있겠다 싶었다.
밀키트에 나와있는 레시피도 제대로 따라 하기 어려운 진정한 요알못이라면 큐커는 유용한 가전제품이다. 삼성전자가 라이브커머스로 제품을 출시하는 등 MZ세대를 타깃으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다만 평소 요리를 즐겨하는 이들이라면 큐커의 쓸모는 단순 에어프라이어 혹은 전자레인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오븐 기능이 없는 것은 다소 아쉬울 수 있다. 에어프라이어 기능을 활용해 쿠키를 굽는 것도 가능했지만 오븐에서 굽는 것과는 달랐다.
전자레인지 성능이 다소 떨어진다는 것도 장벽이 될 수 있다. 큐커의 전자레인지 최대 출력은 700W(와트)로 일반 전자레인지보다 낮다. 전자레인지용 음식을 조리할 때 일반 전자레인지보다 조금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토스터 기능도 일반 토스터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
그렇다고 해서 내돈내산이 아깝지는 않았다. 2년 약정이 묶여있지만 마이 큐커 플랜을 활용해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한 데다, 비스포크 디자인이 들어오니 인테리어로도 한몫을 했다. 물론 기존 전자레인지 받침대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생각보다 사이즈가 커 식탁 한구석을 내줘야 한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