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편집자]
요즘 가전 시장에서는 '이모님 가전'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TV·세탁기·냉장고처럼 필수 가전은 아니지만, 가사 일을 쏠쏠하게 도와주는 가전을 뜻한다. 로봇청소기는 식기세척기, 건조기와 함께 3대 이모님 가전으로 꼽힌다.
개인적으로 로봇청소기는 '청소하기 힘든 큰 집에 사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10평대의 투룸에 살고 있다 보니, 로봇청소기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LG전자의 도움으로 약 2주 동안 청소해주시는 이모님을 두 분 모셔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로봇청소기 '코드제로 R9 오브제컬렉션 R9'가 매일 집 안 구석구석을 청소하면 뒤이어 '코드제로 M9'가 물걸레질까지 해줬다. 체험 기간 내내 바닥이 반짝거렸다.
물론 직접 손으로 쓸고 닦는 것만큼 깨끗해진다고는 말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바닥에 굴러다니는 머리카락을 보지 않는 것만으로도 "청소에서 해방됐다"는 느낌을 받기 충분했다.
새 옷 입고 똑똑해진 R9
코드제로 R9은 지난 6월 LG전자의 인테리어 가전 브랜드인 '오브제컬렉션'으로 새롭게 출시됐다. 베이지와 그린색 2종으로 구성됐는데, 회사 측이 대여한 베이지색은 포근한 느낌을 줘 어떤 분위기의 집안 인테리어와도 잘 어울릴 듯했다.
코드제로 R9 로봇청소기 제품군은 지난 6월 신제품 출시 이후 한달 판매량이 2배로 늘었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이중 오브제컬렉션의 비중은 70% 수준이었다. 오브제컬렉션이 더해지면 기존 코드제로 R9에 비해 10만원가량 비싸다. 하지만 최근 인테리어와 잘 어울릴 걸 생각하면 오브제컬렉션에 10만원을 더 투자할 가치는 있어 보였다.
코드제로 R9과 오브제컬렉션의 차이가 색상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드제로 R9 오브제컬렉션은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능도 더해졌다. 스마트홈 앱인 LG 씽큐(LG ThinQ)을 이용해 네이버 인공지능 플랫폼인 클로바와 연결하면 음성으로 로봇청소기를 제어할 수 있다.
"하이 LG"로 로봇청소기를 호출한 후 명령어를 말하면 로봇청소기를 동작시키거나 사용 가능한 기능과 생활 정보를 음성으로 안내받을 수 있다.
실제 코드제로 R9 오브제컬렉션을 호출한 뒤 "청소 시작해줘"라고 말하니 곧바로 청소를 시작했고, 날씨와 시간 등의 정보도 알맞게 전달했다. 이외에도 △청소시작 방법 △청소모드 △반복모드 △스마트 터보모드 △청소예약 △서비스 센터 등 제품 관련 기능을 물어보고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벽 구석 닿으면 '자동 파워 UP'
코드제로 R9 오브제컬렉션은 기존 제품의 장점도 그대로 계승하면서 한층 더 개선됐다. CPU(중앙처리장치) 성능이 향상돼 기존 모델인 LG 코드제로 씽큐 R9 보이스 대비 연산 속도가 1.8배 정도 빨라졌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인공지능 딥러닝도 70만장 수준의 사물이미지를 학습했던 기존 제품 대비 4배 늘어난 300만장을 학습해 장애물 인식률이 높아졌다. 기존 제품과 비교는 불가능했지만 실제 사용해보니 '똑똑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의자나 벽 등의 위치를 파악해 부딪히지 않도록 피해가고, 부딪히더라도 다른 길을 찾아 빠져나갔다.
로봇청소기가 지그재그 패턴으로 집 전체를 이동하며 청소하는 '꼼꼼 청소 모드'를 설정했을 때도, 벽면을 감지하면 주행 속도를 줄이고 일시적으로 흡입력을 높였다. 벽면 구석에 먼지가 많이 쌓인다는 것을 고려한 것이라 쏠쏠했다.
특히 이 제품은 로봇청소기를 반려동물이 있는 집에서 사용했을 때 유용할 듯했다. 수시로 털을 청소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뿐 아니라, 외출 시에도 집안의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있어서다. 코드제로 R9 오브제컬렉션의 홈뷰 기능은 뷰어 센서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집안의 모습을 영상으로 전달한다. 고객은 LG 씽큐앱을 통해 영상을 모니터링하면서 원격으로 청소기를 제어할 수 있다.
홈가드 기능을 켜놓으면 사진을 볼 수도 있다. 홈가드 위치 설정 후 해당 위치에서 움직임이 감지되면 연속으로 5장의 사진을 촬영해 휴대폰으로 알림을 보내준다.
씽큐앱 활용도도 다양했다. 홈가드·홈뷰 기능 외에도 집 도면을 그려 청소 구역을 나눈 뒤 구역 청소를 설정하는 것도 가능했다. 청소 예약을 하거나 청소 기록도 볼 수 있었다.
로봇청소기를 들이려면 더 부지런해야
아쉬웠던 건 초반 제품 설정이 어려웠다는 점이다. 스마트 기능이 많아진 만큼 씽큐앱과의 연결성이 중요한데, 제품 연동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평소 여러 전자제품을 사용하는 편이었는데도 까다롭다고 느꼈다. 여러 차례 시도 후에야 제품 연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실제 자주 하는 질문 메뉴에 첫 번째도 제품 등록 관련 질문이 올라와 있었다.
가격의 장벽도 있다. 코드제로 R9 오브제컬렉션은 120만원대다. 로봇청소기의 특성상 '서브 청소기'로 사용하다 보니, 쉽게 지갑이 열리기엔 어려운 가격대다.
로봇청소기를 들였다고 청소가 마냥 편해진 것은 아니라는 아이러니도 있었다. 로봇청소기가 걸림돌 없이 집안을 돌아다니게 하기 위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청소를 하기 위해 청소를 해야 하는 셈이다. 청소를 안 하고 싶어서 로봇청소기를 샀는데, 오히려 더 청소를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럼에도 "로봇청소기는 한 번 써보면 사게 된다"는 지인들의 말이 이해됐다. 괜히 이모님 가전이라고 불리는 건 아니었다. 늘상 바닥에 굴러다녔던 긴 머리카락과 먼지들이 보이지 않았던 2주가 벌써부터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