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전자제품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이미 수많은 전자기기를 사용하며 살고 있지만 내일이면, 다음 달이면, 내년이면 우리는 또 새로운 제품을 만납니다. '보니하니'는 최대한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전자기기를 직접 써본 경험을 나누려는 체험기입니다.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느낀 새로움을, 더하거나 빼지 않고 독자 여러분께 전하려 합니다.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전환으로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요즘이다. 하지만 2년여간 야외 활동을 줄이고 집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면서, 일상의 패턴이 집을 중심으로 변화한 것도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술 문화가 그렇다. 코로나 여파에 따라 집에서 술을 즐기는 '홈술'은 트렌드를 넘어 문화로 자리 잡은 모양새다.
LG전자는 홈술 문화의 선두 주자다. LG전자는 2019년 '홈술족'을 겨냥해 세계 최초 캡슐형 수제맥주 제조기 'LG홈브루'를 선보였다. 맥주 전문점에서만 마실 수 있던 신선한 수제맥주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게 한 혁신적인 제품으로 출시 당시부터 높은 관심을 모았다.
여기에 코로나 시국 홈술 문화라는 시대적 흐름이 더해지자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코로나 위기가 최절정에 달했던 작년 판매량이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맥주의 종류를 늘리고, 제조 기간을 30% 줄이는 등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제품을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 LG전자로부터 홈브루 제품을 대여해 '레드 에일'을 맛봤다.
재료만 넣으면 세척까지 알아서 척척
홈 브루어리 오픈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간 확보다. 홈브루의 크기는 가로 50cm, 세로 45cm가 넘는다. 좁은 주방에 이만한 크기의 제품을 둘 공간이 없어 임시로 식탁 한편을 내줬다.
홈브루는 세척부터 발효, 숙성, 보관까지 모든 맥주 제조 과정을 자동으로 진행해준다. 전체적인 과정을 체험해보니 내부를 직접 청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는 것이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
맥주 제조 전·중·후에 제품 내부를 세척하라는 알림이 표시창 화면에 뜬다. 소비자는 알림창에 뜨는 대로 물을 부어준 후 맥주를 따르는 것처럼 탭을 당기기만 하면 된다. '왜애앵' 하는 펌프 소리가 나면서 뜨거운 온수가 콸콸 쏟아져 나오니 굳이 내부를 살펴보지 않아도 깨끗할 것 같았다. 맥주를 만들기 전과 후 제품 내부에서 맥주와 물이 지나가는 길을 세척하고 살균해주는 '온수살균세척시스템' 덕분이다.
브루잉 단계 전 세척 과정이 완료되면 캡슐형 맥주 원료 패키지와 물을 제품에 투입한다. 브루잉을 시작하면 약 6~9시간 후에 표시창 화면에 캡슐 제거 메시지가 뜬다. 메시지는 약 22시간 동안 지속되는데, 이때 세척하지 않으면 세척이 불가능하다.
중간 세척 과정에서는 사람의 노력이 조금 필요하다. 내부는 기계가 알아서 세척해주지만, 캡슐 투입구에 고여있는 물기는 키친타월 등으로 직접 닦아야 했다. 신선한 수제 맥주라는 결과물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었다.
세척뿐만 아니라 보관까지 가능한 것도 장점이었다. 해당 맥주에 적합한 온도에 맞춰 냉장 기능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꽤 오랜 기간 보관이 가능했다. 다만 맥주를 신선한 상태로 즐기기 위해서는 10일 이내 마시는 것을 권장한다고 한다. 일정 기간이 지나니 맥주가 반절 넘게 남아있어도 남은 맥주는 버리라는 메시지가 떴다.
스마트홈 플랫폼인 'LG 씽큐' 앱을 통하면 맥주 제조 진행 과정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기존까지는 %(퍼센트)로 맥주 제조 진행상황을 표시했지만 최근 UI(소비자경험) 업데이트를 통해 "6시간 이내에 맥주가 완성됩니다" 등 직관적인 표현으로 개선했다. 세척, 제조, 보관까지 진행하는 만능 기기지만 전기료의 부담도 없다. 한 달에 2번 맥주를 제조한다고 가정했을 때 전기료는 월 2300원 수준이라고 한다.
'우당탕탕' 브루잉에도 놀라운 맛
전반적인 제조 방법이 단순하고 자동화돼 있기는 하지만, 사용 방법을 차분히 읽고 브루잉에 도전하는 것을 추천한다. 맥즙팩과 캡슐을 넣는 과정 때문이다.
홈브루의 원통 한쪽에는 맥주의 주원료인 맥즙팩이 들어간다. 이를 홈브루 기기에 넣기 전에 보호 원통에서 꺼내 회색 마개를 제거해야 하는데, 마개 주변에 있는 흰색 스펀지는 제거해선 안 된다. 또 이를 발효통에 넣을 때는 맥즙팩이 꼬이지 않도록 수직으로 넣어야 한다. 맥즙팩의 크기가 꽤 크기 때문에 상당히 신중해야 한다. 설명서를 보지 않고 진행하면 실수를 연발할 수 있는 지점이다.
캡슐 투입과정도 마찬가지다. 캡슐 패키지는 발효를 돕는 이스트(효모)와 맥주에 풍미를 더하는 홉오일, 플레이버(맥주향) 등 3개의 캡슐이 한 세트로 구성돼 있다. 이를 캡슐 투입구에 차례대로 올려놓고 캡슐 커버를 닫으면 자동으로 은박지 안에 구멍이 뚫린다.
하지만 기자의 경우 캡슐을 제자리에 두고 꾹 눌렀다. 이렇게 하면 가루로 된 효모 캡슐은 괜찮지만, 나머지 두 캡슐은 액체로 돼 있어 내용물이 밖으로 터지게 된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이었다. 결국 제대로 된 체험을 위해 캡슐 한 팩은 처분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과정을 겪고 싶지 않다면 꼭 제품 설명서를 미리 읽어보길 바란다.
제품 체험을 위해 제공 받은 맥주는 '레드 에일'이었다. 홈브루로 제조할 수 있는 맥주는 △IPA △페일에일 △스타우트 △위트 △필스너 △레드 에일 총 6종이다. 이중 레드 에일은 LG전자가 지난해 추가한 맥주 종류다. 일반 에일 맥주보다 쓴맛이 적다는 설명에 큰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특히 에일 계열 맥주는 올 2월까지 LG 홈브루 전용 캡슐을 구매한 고객 가운데 약 80%가 선택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에 최근 LG전자는 에일 계열 맥주의 평균 제조 기간을 기존 14일에서 10일로 줄였다. 발효 온도, 시간 등 최적의 맥주 제조 알고리즘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제조 기간을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수제맥주 제조에 2주도 걸리지 않는다는 업데이트 소식에 혹해 제품 대여를 결정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를 직접적으로 체험하는 데는 실패했다. 레드 에일 캡슐의 경우 지난해 11월 출시됐지만 아직 레시피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현재 레드 에일 캡슐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레시피를 선택할 때 '스타우트'를 골라야 한다.
LG전자는 레시피를 곧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그전까지 실수할 수 있는 고객들을 위해 이에 대한 설명도 캡슐 제품 겉면에 큼지막하게 표기해놨다. 하지만 기자와 같이 부주의하다면 이를 못 보고 지나칠 수도 있다.
주의사항을 보지 못한 기자는 같은 에일 계열인 '페일에일'을 선택했다. 최종 선택 후 제조 기간이 14일로 나오기에 아차 싶었지만 되돌릴 수는 없었다. 전반적인 맥주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중도 취소는 어렵다는 게 LG전자 측 설명이다.
놀라운 점은 이런 시행착오에도 결과물이 훌륭했다는 점이었다. 다행히 같은 에일 종류의 맥주라 브루잉 제조 알고리즘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평소 맥주를 즐기지 않는 지인들과 함께 홈파티를 열었는데도, 모두 100%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맥주 전문점에서 먹는 것보다 맛있다는 평이 대다수였다. 일반 에일 맥주보다 쓴맛이 적다는 설명에 정확히 부합한 맛이었다.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좋았다.
평소 맥주를 즐겨 마시는 이들이라면 이만한 가전이 없을 것 같다고 느껴졌다. 특히 요즘같이 홈술이 문화로 자리잡은 시국이라면 신혼 가전으로도 손색이 없을 듯했다. 출시 당시 400만원에 달했던 출고가도 절반 수준까지 낮춰 대중화에 한 발 더 다가간 상태다. 일반적인 맥주 전문점에서 에일 맥주 2잔에 만원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5L에 4만원꼴인 캡슐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