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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꼰대 이미지 벗자" 최태원의 승부수

  • 2022.05.24(화) 17:40

ERT 결성해 '신기업가정신' 이끌어
기업판 '아이스 버킷 챌린지'로 실천

"꼰대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지만 공통점이 있다. 남 얘기를 듣지 않고 변하지도 않는다. 네가 변하라 하지, 내가 변하지 않는다. 지금 우리 상황도 그렇다. 국민들은 지금 기업들에게 변하라고 하는데 기업은 '라떼(나 때)'만 얘기한다. 결국 꼰대로 낙인찍힌다.
…우리는 이제 변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변해야 하느냐는 어렵다. 혼자 고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신기업가정신을 실천하면 기업과 기업인들에 대한 이미지가 꼰대에서 벗어나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2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ERT(신기업가정신 협의회) 언팩'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백유진 기자 byj@

24일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강단에 오른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한 말이다. 이날 최 회장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한 반(反)기업 정서를 해소하기 위해선 기업들이 새로운(新) 정신을 바탕으로 사회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 회장은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신기업가 정신은 사회 요구에 부응해 기업이 변하고 새로운 문제나 기회를 새로운 방법, 혁신으로 풀어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사회 양극화 등 모든 사회문제를 정부가 맡아 해결할 수 없기에 기업들이 동참하겠다는 자세를 갖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신기업가 정신' 확립을 위해 지난 1년간 국민이 바라는 새로운 기업의 모습에 대해 연구, 고민해왔다.

대한상의 측은 "과거 이윤을 창출해 일자리를 늘리고 세금을 많이 내는데에서, 이제는 사회문제를 다양한 기술과 문화로 넘어보자는 것이 신기업가 정신의 핵심"이라고 요약했다.

대한상의가 최근 국민과 기업인 706명을 대상으로 '국민이 원하는 기업의 실천 과제'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워라벨(일과 삶의 균형) 실천·즐거운 일터·임직원 성장 등과 관련된 '기업문화 향상'(29.6%)이 '경제적 성장'(11.2%)을 크게 앞섰다. 다음으로는 △환경문제 해결 25.6% △윤리경영이 18.3% △지역사회 상생(15.3%)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의 역할이 과거에 비해 늘었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이날 손경식 경제인총연합회 회장은 "기업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는 시기인 만큼 큰 비용을 들이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라며 "이런 시점에 기업가 정신의 목적과 역할을 이윤 창출에서 사회가치 정립으로 확대하는 신기업가 정신을 개정하는 것은 시기적절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문제에는 새 해결책을 

이날 선포식에서는 경제계 CEO(최고경영책임자) 40여명이 참석해 '대한민국이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문제들을 기업의 기술과 문화, 아이디어 등을 통해 전혀 새로운 해법으로 풀어내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축사를 맡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기업의 역할 확장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역할을 사회 가치 증진까지 확장하는 신기업가 정신은 기업이 해야 할 일이 어디까지고, 기업의 목적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올바른 움직임'이라는 사회 책임 경영 메시지에 기반해 전동화 차량 주기 및 수소 모빌리티 확대, 주요 계열사 RE100(필요한 전기를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 참여뿐만 아니라 향후에는 자동차 제조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며 "미래 모빌리티 산업으로의 전환기를 맞은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고 청년 및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겠다"고 언급했다.

24일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백유진 기자 byj@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도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토양이 좋아야 하는 것처럼, 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이해라는 토양이 좋아야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신기업가 정신이 뜻깊고, 삼성전자도 신기업가 정신을 앞장서서 잘 실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가치도 측정해 알리자"
 
대한상의는 기업인들의 참석 범위를 보다 확대하기 위해 'ERT(Entrepreneurship Round Table, 신기업가정신 협의회)'라는 별도의 실천 기구를 구성했다. 

ERT는 기업선언문 서명을 통해 전체 경제계의 신기업가정신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선포식에 앞서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기업과 배민·토스 등 벤처기업, 미래에셋증권·기업은행 등 금융권, 경총·무역협회·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단체까지 총 76명의 기업인이 서명한 바 있다.

선언문에는 △경제적 가치 제고 △윤리적 가치 제고 △기업문화 향상 △친환경 경영 △지역사회와 상생 등 5대 실천 과제가 담겨있다. 

/사진=대한상의 제공

앞으로 ERT는 참여 기업들의 활동이 일회성이 되지 않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이 제시한 방법은 '측정'이다. 

최 회장은 "기업들은 돈 버는 것을 열심히 측정하지만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일을 측정하지 않는다"며 "누가 더 잘했다고 평가하겠다는 게 아니라 기업이 얼마나 변하고 있는지, 기업이 어떤 일을 만들어 냈는지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지표를 통해 기업이 이뤄낸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고 이를 전달해야 국민 인식 개선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최 회장의 생각이다. 측정을 통해 기업의 역할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보여주기'라는 오해가 있다면 제대로 알리겠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 1년간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가장 크게 와닿던 문제점은 국민과 기업과의 인식이 너무 크다는 것이었다"며 "기업들은 '그래도 잘하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지만 국민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실제 국민이 뭘 원하는지를 파악해, 기업들이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을 앞으로 계속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24일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는 40여명의 CEO들이 참석했다./사진=대한상의 제공

韓기업판 '아이스 버킷 챌린지' 가동

ERT는 대한민국 경제계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챌린지'와 개별 기업이 기존에 실천 과제를 발전·확산해 나가는 '개별 챌린지' 2가지 방식으로 기업들의 신기업가 정신 실천을 이끌 계획이다.

최 회장은 공동챌린지를 '기업판 아이스 버킷 챌린지'라고 소개했다. ERT 관련 활동은 저작권 상관없이 무료이기 때문에 경제계 전반에서 공동으로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임직원이 모두 눈치 보지 않고 정시 퇴근하는 '눈치가 없네' △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줍줍 챌린지' △다회용 용기로 포장 시 할인해 주는 '용기내 챌린지' 등을 예시로 들었다.

대한상의는 공동챌린지 과제가 사회적인 파급력이 클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소통플랫폼 등을 통해 국민의 의견을 계속 듣고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적 수요들을 반영해 선정할 계획이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신기업가정신 선포가 일회성 선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기술과 문화로 각종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와 상생할 수 있도록 구체적 실천 과제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며 "국민들께서도 응원해 주시고 어떤 성과를 거두어낼지 관심 있게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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