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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바이오 허브 외치지만…투자 유치 막는 '이것'

  • 2022.08.15(월) 10:05

법인세 최고세율 3%p 인하 불구, OECD 평균보다 높아
싱가포르‧아일랜드 등 낮은 법인세로 투자 유치 '활발'
"글로벌 기업 유치해야 자금·기술전수 등 기회 열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우리나라가 지난 2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글로벌 바이오인력 양성 허브'로 지정되면서 해외 바이오 투자 유입 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그러나 높은 법인세 등 세제 문제로 글로벌 기업들의 국내 투자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유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바이오인력 양성 허브로서의 이점을 누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싱가포르에 생산시설 등 집중 투자

한국바이오협회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싱가포르에 생산시설 등을 통해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싱가포르에 연구개발과 대규모 원료의약품 및 의약품 제조 강화를 위해 향후 10년 동안 14억 달러 규모의 CRDMO(위탁연구개발생산)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의 사노피는 아시아에 백신 공급을 확대하고 미래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4월 싱가포르 투아스파크에 백신 생산시설 착공에 들어갔다. 이 생산 시설은 최대 4가지 종류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디지털 모듈로 구성해 오는 2025년 완공할 계획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투자비용 규모는 4억3400만 달러에 달한다.

일본의 다케다도 싱가포르에 설립했던 기존 바이오 공장 인근에 1400만 달러를 들여 지난해 9월부터 사무 공간 등을 위한 추가 시설을 짓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일의 한 바이오텍도 지난해 5월 완전 자동화로 생산 및 제조가 가능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생산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밖에도 화이자, 노바티스, 애브비, 암젠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제약기업들이 싱가포르에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이 싱가포르를 생산 거점으로 주목하는 이유는 싱가포르 정부가 '제조업'으로서의 바이오메디컬 산업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인지하고 장기간의 산업발전 계획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또 인프라 투자 및 다국적기업 투자유치를 위해 세금 부분에 있어서도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국내 법인세 25%→22% 추진…싱가포르보다 여전히 높아

우리나라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인 반면 싱가포르 법인세는 17%로 한국에 비해 8%p 낮다. 특히 바이오제약 기업들이 자국 내에 법인 설립 시 기본 법인세율보다 낮은 5~15%의 법인세율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현지인 채용 인건비, 시설 및 장비 관련 비용, 회계. 법률 등 전문서비스 비용, 지식재산권 관련 비용 등도 일부 지원하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달 세법 개정을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기존 25%에서 22%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새 정부 세제 개편안이 통과되면 법인세 최고세율은 지난 2017년 22%에서 25%로 인상한 지 5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3%p 낮춰도 제약바이오 선진국인 미국(21%), 영국(19%), 독일(15.8%) 등보다 높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1.2% 보다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이 지난 2020년 싱가포르에 유통 자회사 '셀트리온아시아퍼시픽'을 신규 설립하고 2억8360만 달러(약 3188억원)를 출자한 바 있다. 셀트리온아시아퍼시픽은 의약품 도매 유통과 의료 관련 연구개발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아일랜드 세계 최저…SK도 아일랜드에 시설 투자

아일랜드도 법인세가 낮아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주목하는 국가다. 아일랜드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12.5%로 세계에서 가장 낮고 제약바이오 지식재산권(IP) 소득세도 50%까지 감면해주고 있다. 아일랜드는 지난 2020년 274억 달러의 바이오의약품을 수출하며 스위스에 이어 전 세계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에 글로벌 10대 상위 제약기업 대부분이 아일랜드에 본사 및 생산 공장을 두고 있고 미국의 일라이릴리도 지난 1월 4억4530만 달러를 투자해 신규 제조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SK그룹의 국내외 CDMO 기업 SK팜테코 자회사 SK바이오텍이 아일랜드에 지난 6월 아일랜드 의약품 CMO 제조공장 확장을 위해 3500만 달러(약 447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SK바이오텍은 지난 2018년 아일랜드 스워즈에 위치한 글로벌 제약기업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원료의약품 생산공장을 인수했다. 

다만 아일랜드는 지난해 OECD의 외국 기업에 대한 글로벌 법인세율 도입안에 합의하면서 2023년부터 연매출 7억5000만유로(약 1조340억원)를 넘는 기업에 한 해 법인세가 15%로 인상된다. 

법인세 인하로 투자 유치해야…해외 자금 유입 및 기술 전수 등 기회

결국 우리나라가 지난 2월 '글로벌 바이오인력 양성 허브'로 지정되긴 했지만 외국 기업들을 유치하지 못하면 실질적으로 거둘 수 있는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바이오 산업은 해외 선진기술 전수가 필요하다. 일례로 코로나 백신으로 주목받은 메신저리보핵산(mRNA)도 국내 기업들이 CMO 계약을 맺긴 했지만 원액을 들여와 단순히 포장단계인 '병입 충전'만 맡았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mRNA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단순 위탁생산 계약은 당장 매출 확대에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기술이전 없이는 장기적으로 얻는 이점은 크지 않다는 이야기다. 반면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 생산‧제조 등 관련 시설을 둘 경우 국내 바이오인력들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선진기술을 자연스럽게 전수받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바이오의약품 생산규모에 있어 세계 2위 수준으로 성장했지만 대부분 국내 기업들이어서 규모 외적인 부분들에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법인세 인하를 통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유치가 이어지면 해외 자금이 유입되고 일자리 창출과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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