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2주기 추모식이 25일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가족 선영에서 열렸다.
올해 추모식은 코로나19 여파로 제한적으로 이뤄졌던 지난해와 달리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 일가와 삼성의 전·현직 경영진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 회장과 생전에 친분이 있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아들 삼형제와 함께 선영을 찾아 눈길을 끌었다.
2주기 추모식, 삼성家·전현직 임원 300여명 참석
삼성에 따르면 이날 오전에 열린 추모식에 총수 일가를 비롯한 삼성 경영인이 한자리에 모였다. 삼성 일가 중에선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겸 삼성글로벌리서치 고문을 비롯해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삼성 전현직 임원들은 순차적으로 선영을 찾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등 전·현직 사장단 및 부사장 등 경영진 300여명이 참석했다. 외부 인사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아들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부사장,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전무와 함께 방문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추모식을 마치고 삼성의 현직 사장단 60여명과 함께 용인의 삼성인력개발원으로 이동, 추모 영상을 시청하고 오찬을 함께했다. 5분43초 분량의 추모영상에선 고 이 회장의 업적 등이 소개되고 그를 회상하는 원로 경영인들과 외부 인사들의 목소리가 담겼다.
삼성은 1주기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 차원의 공식 추모 행사를 개최하지 않고 대신 사내 온라인망에 추모관을 개설했다. 온라인 추모관에는 '오늘 우리는 회장님을 다시 만납니다.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내일을 향해 힘차게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라는 글이 게시됐다.
특별한 메시지 없이 차분한 분위기
재계에선 '포스트 이건희 체제 2주기'를 맞아 이 부회장이 어떠한 메시지를 제시할 지에 관심을 모았으나 별다른 언급이 나오지 않았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1주기 추모식 이후 열린 '이건희 회장 흉상 제막식'에서 "이제 겸허한 마음으로 새로운 삼성을 만들기 위해, 이웃과 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 모두 함께 나아가자"고 말한 바 있다.
삼성 안팎에선 이날 2주기 추모식을 시작으로 삼성전자 3분기 실적발표 및 이사회(10월27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11월1일) 등 굵직굵직한 일정이 이어지는 만큼 이 부회장이 이 기간에 '뉴삼성' 비전에 대한 구체적인 메시지를 내거나 회장으로 승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올 3분기 삼성전자 실적이 어닝쇼크 수준으로 좋지 않다는 점과 대외 불확실성 확대 등의 상황을 봤을 때 이 부회장이 회장 취임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이 부회장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이후 활발한 경영 행보를 보이고 있어 재계에서는 그가 회장에 취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장은 법률(상법)상의 직함이 아니어서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은 주요 경영진이 모여 결정하면 된다.
KH 3대 유산 기증 사업
2주기 추모식을 맞아 고 이건희 회장이 남기고 간 2만3000여점의 문화·예술품을 비롯한 사회환원 사업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유족들은 이 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미술품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고 감염병 극복 지원과 소아암 희귀질환 지원 등 의료공헌에 1조원을 기부하는 이른바 'KH 3대 유산' 기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 '이건희 컬렉션' 등 특별전은 지금까지 72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해외 미술계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국립중앙박물관은 오는 2025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과 2026년 시카고 박물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개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회장은 평소 의료 공헌에 각별한 관심을 쏟았는데 이 회장 유지에 따라 유족들은 유산 가운데 1조원을 감염병 확산 방지와 소아암·희귀질환 치료를 위해 기부한 바 있다. 유족들은 소아암·희귀질환에 걸려 고통을 겪고 있는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3000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