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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시대]10년만에 회장 승진 '위기극복 힘 모은다'

  • 2022.10.27(목) 16:34

삼성전자 이사회 논의 거쳐 회장 승진 의결
글로벌 여건 악화 '책임경영'으로 위기극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회장직에 올랐다. 지난 2012년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10년 만이자, 이건희 회장이 별세한 지 2년만이다. 이로써 삼성은 이병철·이건희 회장에 이어 '이재용 회장 시대'를 열었다.

이 회장 승진은 공교롭게도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업황 악화로 안좋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날 이뤄졌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책임 경영 강화와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한 상황에서 이 회장의 승진을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이사회, 이재용 회장 승진 의결

삼성전자는 27일 이사회를 열고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승진 안건은 사외이사인 김한조 이사회 의장이 발의했으며 이사회 논의를 거쳐 의결했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글로벌 대외 여건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책임 경영 강화와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절실하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회장 승진은 이사회 승인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사안이나 이 회장이 평소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중요시 해온 만큼 이러한 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혐의 관련 공판을 마치고 나오는 자리에서 취임 소감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다"라며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뢰받고, 더 사랑받는 기업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삼성 입사 31년만에 회장 취임

이 회장은 경복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다니던 지난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이를 감안하면 31년만에 회장에 오른 것이다.

이후 이 회장은 일본 게이오기주쿠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와 미국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경영학 박사과정을 마쳤다. 학업을 마친 이후 2001년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로 복귀했으며 2003년 경영기획팀 상무로 승진했다. 

이 회장은 2004년 삼성전자와 소니가 합작한 에스엘시디(삼성디스플레이 전신)의 등기이사로 경영에 참여했고 2007년에는 삼성전자 전무 겸 최고고객책임자(CCO)를 맡았다.

2010년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 부사장을 거쳐 삼성전자 사장 자리로 올랐으며 2012년 12월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사실상 경영 전면에 나섰고 이듬해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 각각의 이사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광복절 특사 복권후 활발한 경영 행보

이 회장은 2016년 삼성전자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그룹 승계를 위한 수순을 본격적으로 밟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됐다. 이후 올 8월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후엔 국내외 사업장을 직접 방문하며 활발한 경영 행보를 보여 재계에서는 그가 회장직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최근 실적이 좋지 않다는 점과 대외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봤을 때 회장 취임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이를 감안할 때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와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 등 대내외적인 위기에 직면한 시점에서 이 회장의 책임경영을 내세워 위기극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아버지 보다 늦은 회장직

이재용 회장은 1968년생으로 올해 나이 54세다. 이건희 회장의 경우 이병철 회장이 별세한 1987년 45세 나이에 회장직에 올랐다. 아버지 보다 늦은 회장직 수행이다.

다른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에서도 이 회장의 승진은 늦은 편이다. 4대 그룹 가운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52)은 지난 2020년 10월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회장직을 맡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62)은 최종현 회장이 별세한 뒤 1998년 9월, 38세 나이로 회장에 취임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45)은 구본무 회장 별세 이후 2018년 6월 40세 나이에 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회장 "현실은 엄중, 시장은 냉혹"

이 회장은 이날 별도의 취임 행사 없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예정대로 출석했다. 대신 이 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 2주기인 지난 25일 사장단 간담회에서 소회와 각오를 밝히며 취임사를 대신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들을 두루 살펴봤습니다. 절박합니다.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합니다"라며 미래 기술 투자와 창의적 조직 문화, 고객·주주·협력사·지역사회와 동반을 강조했다.

창업 이후 중시한 인재와 기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회장은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라며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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