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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시대]왕관의 무게…인재경영으로 돌파

  • 2022.10.27(목) 17:01

취임식 없이 회장 된 이재용 "어깨 무겁다"
추격자의 거센 도전받는 절박한 현실 직시
'인재제일' 계승해 "세상에 없는 기술 투자"

"제 어깨가 많이 무거워졌습니다."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한 말이다. 2012년 부회장 자리에 오른 뒤 10년 만에 승진이었지만 취임식도 열리지 않았다. 이 회장의 취임소감이 나온 법원은 그가 처한 현실의 무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다. 

"현실 엄중, 시장 냉혹"

그는 사내에도 별도의 취임사를 내지 않았다. 대신 고 이건희 회장 2주기를 맞아 지난 25일 열린 사장단 간담회에서 나온 그의 발언을 사내게시판에 올렸다. 그는 "(이건희)회장님의 치열했던 삶을 되돌아보면 참으로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집니다"고 말했다. 그룹 안팎으로 '회장의 무게'를 강조한 셈이다.

그는 삼성그룹이 처한 현실에 대해 '절박'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이 회장은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선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3분기 전 세계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대만의 TSMC에 내어줬고 새로운 먹거리로 키우는 배터리·바이오 등은 아직 전세계를 선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이 회장이 꼬집은 것이다. 그는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고 강조했다.

취임사는 내놓지 않았지만 그의 메시지는 이미 전달됐다. 지난 5월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삼성의 미래 준비'를 보면 이재용 회장이 그리는 삼성의 미래가 보인다. 당시 삼성그룹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수요가 무한대인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제2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겠다는 바이오 등에 5년간 450조원을 쏟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가 만든다"

'삼성의 미래'를 현실화할 묘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가 택한 방식은 사람과 기술에 투자하는 정공법이다. 이날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그는 "창업 이래 가장 중시한 가치가 인재와 기술"이라며 "성별과 국적을 불문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인재를 모셔오고,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며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길에서 이 회장이 전한 메시지도 이와 맞닿아 있다. 그는 "시장의 혼돈과 변화와 불확실성이 많은데 저희가 할 일은 좋은 사람 모셔오고, 유연한 문화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다음에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밝혔다.

인재 경영은 선대때부터 내려온 뜻이다. 이병철 선대 회장의 '인재 제일'은 이건희 회장에 이어 이재용 회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300년 전에는 10만~20만명이 군주와 왕족을 먹여 살렸지만 21세기는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명의 직원을 먹여 살린다"는 고 이건희 회장의 발언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인재 다음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기술이다. 이재용 회장은 "최고의 기술은 훌륭한 인재들이 만들어 낸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게 GAA(Gate-All-Around)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이 기술을 기반으로 세계최초로 파운드리 3나노 공정의 양산에 들어갔다. 전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가진 TSMC를 역전할 발판을 기술력으로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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