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위기의 2023]부품업계, '상저하고' 더 심해진다

  • 2022.12.14(수) 15:14

스마트폰 수요 부진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
하반기 '신제품 출시·리오프닝'으로 반등 예상

내년에도 전 세계적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산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미국·중국의 무역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끝을 알 수 없는 대내외 악재도 위기감을 더한다. 기업들은 생산과 투자를 줄이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며 방어막을 쌓아올리고 있다. 반도체·배터리·스마트폰 등 각 산업 분야의 내년 성적표를 전망해본다.[편집자]

통상 부품사의 한 해 실적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인다. 비교적 잠잠한 상반기를 보낸 후 하반기에는 좋아진다. 내년엔 이 고저 격차가 더 확대될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중국 코로나 봉쇄로 위축된 스마트폰 수요가 반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수요가 회복돼 전반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부품사들의 새 먹거리인 전장 부품(자동차 전자 부품)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어두운 상반기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내년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12억6200만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예상 출하량 대비 2% 상승한 수치다. 당초 내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연간 성장률을 6%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내년 상반기까지 저조할 것이란 예상과 함께 2%로 하향 조정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으로 수요가 얼어붙은 탓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부진한 수요가 이어지고 하반기 반등에 성공하면서 출하량이 소폭 증가할 것이란 관측이다. 스마트폰 업체들의 부진은 부품사 실적에도 악영향을 준다. 부품사들은 사업 특성상 납품 업체 실적에 따라 실적이 좌우된다. 특히 스마트폰, PC 등 IT 기기용 부품에 대한 비중이 높은 국내 부품사들의 경우 그 타격이 더 크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OVX(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을 주요 고객사로 두고 있다. 코로나 봉쇄로 중국 스마트폰 수요가 위축되면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부진도 길어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IT 기기용 MLCC(적층세라믹캐패시터)가 컴포넌트 사업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만큼 삼성전기 입장에선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상반기 소비자향 IT 수요 둔화세가 지속돼 부품업체들의 부품 재고조정이 예상된다"며 "삼성전기 컴포넌트 사업부의 실적 반등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LG이노텍은 주요 고객사인 애플이 신제품 공개를 하반기에 진행하는 탓에 상반기는 전통적 비수기로 본다. 다만 최근 아이폰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예년에 비해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애플의 협력회사 폭스콘의 중국 정저우(鄭州) 공장은 코로나 격리 조치에 반발한 노동자들이 대거 이탈하며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정저우 공장은 전체 아이폰14 시리즈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곳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정저우 공장 사태 여파로 12월 아이폰 출하량이 당초 예상보다 300만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정저우 공장 노동자 이탈 사태 발생 직후 예측 출하량을 600만대 낮췄는데, 이달 또다시 300만대를 줄인 것이다. 아이폰 생산량이 줄면 아이폰 전·후면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주 고객사(애플) 출하량이 올해 2억3100만대에서 내년 2억2100만대로 4.3%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고객사 역성장으로 LG이노텍에 힘든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반기는 '맑음'

어두운 상반기를 보내면 비교적 밝은 하반기가 기다린다. 하반기부터는 IT 기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하반기 전 세계 스마트폰 수요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리오프닝 정책을 실시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내년 중순 이후 전면적인 리오프닝 정책을 시행한다면 과거 3년간 부진했던 중국의 스마트 폰 교체 수요를 자극하는 시발점이 될 전망"이라며 "내년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 대비 2% 늘어난 4억4000만대로 예상되지만 대부분의 수요가 리오프닝 효과로 하반기에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애플과 OVX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일반 카메라 모듈(왼쪽)과 가로로 눕혀 빛을 굴절시키는 폴디드줌 카메라 모듈(오른쪽)/사진=삼성전기

중국 내 스마트폰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은 국내 부품사 입장에서는 호재다. 스마트폰 수요 증가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출하량을 늘릴 경우 부품 발주량도 그만큼 증가하기 때문이다. 중국 내에서 아이폰이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 스마트폰 제조 업체들이 내년 신제품에 '폴디드(Folded)줌 카메라'를 채택할 예정이라는 점도 하반기 전망이 밝은 이유 중 하나다. 폴디드줌 카메라는 망원렌즈를 세로가 아닌 가로로 설계해 빛을 굴절시켜 이미지 센서에 전달하는 카메라다. 망원렌즈 두께를 줄일 수 있어 카메라 부분의 부피를 최소화할 수 있다. 폴디드줌은 기존 카메라 모듈보다 평균판매단가가 높아 부품사들의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새 보조바퀴 '전장 부품'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전장 부품의 수요 증가 추세도 부품사에게는 좋은 소식이다. 최근 전장 부품은 자율주행과 전기차 보급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완화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다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하반기로 갈수록 부품사 실적이 호조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지난 2017년부터 적자를 이어왔던 LG이노텍 차량 부품 사업은 내년에 연간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이노텍은 자율주행 카메라에 탑재되는 3D 센싱 모듈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기 컴포넌트 사업부는 전장용 MLCC의 비중을 높여 실적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장용 MLCC는 IT용보다 수익성이 높다. 차량에 탑재되는 전장 부품이 점차 고도화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MLCC의 양도 늘고 있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장용 MLCC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데, 자동차의 전동화 추세와 전기차 시장 확대로 전자 부품 채용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며 "작년 매출의 9% 정도에 머물렀던 MLCC 내 전장용 제품의 비중은 2025년 25%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