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과 전쟁 중인 미국이 마약성 진통제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마약성 진통제 성분인 오피오이드를 해독할 수 있는 '날록손'을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도록 허가한 건데요.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9일 염산 날록손(naloxone hydrochloride) '비강 스프레이 나르칸(Narcan) 4mg'을 처방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OTC)으로 승인했습니다.
날록손 비강 스프레이는 2015년 FDA에서 처방약으로 처음 승인됐습니다. 날록손은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을 차단해 오피오이드 해독제로 사용하는데요. 오피오이드는 모르핀, 헤로인, 펜타닐 등 마약성 진통제 성분입니다. 예전에는 극심한 고통을 동반한 암 환자에게 주로 처방됐지만 최근에는 허리 디스크나 관절 등 통증에도 쉽게 처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피오이드는 의사 지시에 따라 단기간 복용할 때는 대체로 안전하지만 심각한 중독을 유발할 수 있어 처방과 복용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불법 펜타닐과 같은 합성 오피오이드로 치명적인 과다복용 사례가 나타난 것만 10만1750건 이상이 보고됐습니다. 또 미국 국립보건통계센터(NCHS)에 따르면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사람도 약 9만3000명 이상에 달합니다.
그동안 날록손 성분 의약품은 미국에서 의사 처방으로만 구입할 수 있었는데요. FDA는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어나면서 해독제인 날록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OTC로 허가한 겁니다.
이번 FDA의 승인으로 온라인뿐만 아니라 약국, 편의점, 식료품점, 주유소와 같은 곳에서 '비강 스프레이 나르칸 4mg'를 직접 구입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날록손 성분의 다른 제제와 용량은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오피오이드에 의존하는 사람이 날록손 비강 스프레이를 사용할 경우 몸살, 설사, 발열, 구토, 복부경련 등 오피오이드 금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는 점은 염두에 둬야합니다.
FDA의 로버트 M. 칼리프(Robert M. Califf) 국장은 "날록손 비강 스프레이의 OTC 승인으로 접근성이 향상되고 구입 가능한 장소가 증가해 오피오이드 과다복용 사망자가 전국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