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체코 원자력발전소(원전) 수주에 사활을 걸었다. 지난 5년간 꾸준히 다양한 형태의 발전소를 수주해온 두산은 이번 체코 원전 수주 통해 유럽 시장에서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하고 성장세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박정원 회장이 직접 나섰고 정부도 아낌없는 지원 사격을 하고 있다.
30조 원전 사업 놓고 韓-佛 맞불
23일 업계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1200메가와트(MW) 규모 원전을 최대 4기까지 건설할 예정이다. 이번 원전 사업은 전체 사업비로 30조원이 투입된다. 체코 정부는 7월 중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연내 본 계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체코 신규 원전은 2029년 착공해 2036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체코 원전 수주를 두고 한국과 프랑스가 맞붙었다. 한국은 두산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합심해 팀코리아를 결성했고 유럽연합(EU)에 속해있는 프랑스는 프랑스 전력공사(EDF)가 참전했다.
수주에 성공할 경우 두산은 1차 계통 핵심 주기기인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은 두산에너빌리티에, 2차 계통 핵심 주기기는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에 맡겨 사업을 이끌 계획이다.
아직 결과를 예단할 수 없지만 일단 가격 경쟁력과 원전 공기 관리 능력에서 한국이 프랑스를 앞서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유럽 내 원전 건설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면서 양측 다 장점이 확실해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수주 시 매년 10조 이상 추가 시장 열려
한국이 프랑스를 꺾고 체코 원전 사업을 수주하게 되면 15년 만의 한국형 원전 수출이란 쾌거를 이룰 수 있다. 유럽 원전 수출의 교두보 역할도 기대된다. 두산으로서도 든든한 먹거리를 확보하게 된다.
앞서 두산은 꾸준히 해외 원전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원전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아왔다. 올해 루마니아 원전 1호기 피더관, 2022년 1조6000억원 규모 이집트 엘다바 원전 2차 건설공사, 2021년 중국 쉬다보 원전 3·4호기, 텐완 원전 7·8호기의 계측제어 기자재, 가압중수로 형 원전 4기(중국 진산 3단계 1·2호기, 캐나다 포인트 레프루, 브루스 6호기)의 피더관을 수주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국내외 대형 원전 수출로 2025년 이후 중장기적으로 연평균 10조원 이상의 수주가 가능할 것"이라며 "한국형 원전 수출 가능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두산의 원전 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두산은 원전 사업 확장과 수익성 강화를 위해 폴란드, 영국,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도 수주 활동을 전개 중에 있으며,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국내 신규 원전 건설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원전 사업 성장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팔 걷어붙인 박정원 회장…정부도 지원 사격
이렇다 보니 그룹 차원에서도 이번 원전 수주를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박정원 두산 회장은 체코 원전 사업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두산 파트너십 데이'를 열고, 두산에너빌리티와 현지 발전설비 기업들 간 원전 주기기 및 보조 기기 공급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힘을 보탰다.
한국 정부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에너지 정책실장은 지난 22일 페트르 트레쉬냑 체코 산업부 차관과 만나 에너지, 산업, 통상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산업부는 "탄소중립 달성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고, 가격, 품질, 납기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이 체코 원전 사업의 최고 파트너라는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선 이유는 정부의 원전 수출 계획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주가 원전 수출 성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