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5일 임원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번 인사 키워드는 기술·현장·글로벌로 추려진다. SK는 신규 임원의 3분의 2를 기술·현장에 특화된 인재로 발탁, 내년 초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대관 라인을 강화했다.
이번 인사엔 연내 이어진 '리밸런싱' 기조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사장 승진자는 2명으로 부회장 승진은 없었다. 신규 임원 규모는 75명, 지난해(82명) 대비 8.5% 소폭 줄었다. 다만 2023년(145명)·2022년(164명)과 비교했을 땐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인공지능(AI)을 전면에 내걸고 조직 개편을 결단했다. 그룹 최고 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있는 AI·DT TF(태스크포스)를 확대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2기 출범에 美 대관 강화
이날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열고 각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결정된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사항을 공유 및 협의했다고 밝혔다.
SK디스커버리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는 '재무통'으로 알려진 손현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이 승진, 선임됐다. 안현 SK하이닉스 N-S 커미티 담당도 사장으로 승진, SK하이닉스 개발총괄(CDO) 자리에 올랐다. 향후 안 사장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리더십을 공고화하고 D램과 낸드 기술 경쟁력 강화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CEO급 인사 폭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까닭에 대해 SK그룹 측은 "이미 연중 수시 인사를 통해 5명의 CEO를 교체했다"며 "앞으로도 경영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해 조직의 조기 안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올해 10월 SK이노베이션 계열(SK에너지·SK지오센트릭·SK아이이테크놀로지)은 이공계 출신 기술·현장형 CEO 3인을 선임, 7월과 5월엔 SK스퀘어와 SK에코플랜트가 각각 CEO 조기인사를 시행한 바 있다.
올해 신규 발령된 임원은 총 75명이다. 이 가운데 3분의 2는 사업·연구개발(R&D)·생산 등 현장과 기술 분야에 특화된 인물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연구기관에서 기후변화, 신재생 에너지 관련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김필석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환경과학기술원장으로 영입했다. 김 CTO는 2020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에너지부의 40여개 프로젝트를 주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경쟁력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SK온은 신창호 SK㈜ 포트폴리오 관리(PM) 부문장을 이번에 신설된 운영총괄 임원으로, 피승호 SK실트론 제조·개발본부장을 제조총괄로 각각 선임했다. 피 총괄은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 R&D 실장 등을 역임하며 웨이퍼 자체 개발을 주도, 소재부품 국산화를 이끌었다.
올 상반기 그룹 북미 대외 업무 컨트롤타워로 신설된 SK아메리카스는 대관 총괄에 폴 딜레이니 부사장을 선임했다. '트럼프 2기' 출범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대관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딜레이니 부사장은 미 무역대표부(USTR) 비서실장, 미 상원 재무위원회 국제무역고문 등을 거쳐 지난 7월 SK아메리카스에 합류했다. 이번 인사에서 그룹 북미 대관 총괄로 역할을 확대하게 됐다.
AI 파도 올라타기 총력전
AI·DT 추진 가속화를 위해 조직 개편도 이어졌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전략·글로벌위원회 산하 AI·DT TF를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AI TF를 'AI 추진단'으로 확대하고, 기존 DT TF와 별개로 'DT 추진팀'을 신설한다.
또 그룹 전반의 AI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AI R&D센터'를 SK텔레콤 주도로 신설할 방침이다. SK㈜는 CEO 직속으로 'AI 혁신담당' 조직을 신설, 성장 사업 발굴에 나선다.
SK그룹의 'AI향 조직 개편'은 사실상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올해 그룹 3대 회의(경영전략회의·이천포럼·CEO세미나)에서 'AI의 중요성'을 지속 언급하며 "SK 계열사들이 AI 회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최 회장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은 미래 사업 발굴을 위해 신설된 조직을 추가로 맡아 눈길을 끌었다. 이번 인사를 통해 최 본부장은 SK㈜에 신설된 조직 '성장 지원' 담당을 겸직하게 됐다. 최 본부장은 기존에 맡고 있던 바이오 관련 전문성 및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이 투자할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