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행사의 슬로건은 '함께하는 AI, 내일의 AI(AI together, AI tomorrow)'이다. 인공지능(AI) 미래를 위해선 많은 사람들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AI를 혼자서 할 수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AI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안다'고 하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다. 다양한 분야의 리더들이 함께 고민하며 풀어야 하는 많은 난제들이 있다. 둘째, AI는 우리 모두의 삶과 사회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올 기술이다. 이 변화를 긍정적으로 이끌기 위해 우리 모두의 협력이 필요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국내외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AI 혁신 및 생태계 강화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강조했다. AI 빌전을 가로막는 병목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협업에 나설 수 있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셈이다.
4일 SK그룹이 개최한 'SK AI 서밋(SUMMIT) 2024'에서 최 회장은 첫 기조연설자로 나서 이같이 밝혔다. 오는 5일까지 열리는 이 행사는 SK그룹이 글로벌 AI 대표 기업인·학자·전문가 등을 현장 또는 화상으로 초청, 처음 마련한 국내 최대 규모 AI 심포지엄이다.
AI 혁신 가로막는 병목현상 5가지
최 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AI가 계속 성장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병목현상이 있다"며 "SK는 반도체·에너지·데이터센터의 구축 및 운영·서비스 개발 등을 아우르는 흔치 않은 기업이지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각 분야 세계 최고 파트너들과 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진단한 AI 병목현상은 △AI에 대한 투자를 회수할 대표 사용사례 및 수익 모델의 부재 △AI 가속기 및 반도체 공급 부족 △첨단 제조공정 설비 부족 △AI 인프라 가동에 소요되는 전력 공급 문제 △양질의 데이터 확보 문제 등 크게 5가지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최 회장은 '협력'을 지목, 각사의 강점을 모아 글로벌 기술 혁신을 이끈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SK는 엔비디아 및 TSMC 등과 상호 긴밀히 협력, 글로벌 AI 발전을 위한 컴퓨팅 파워 공급을 위해 서로 북돋고 있다"며 "전 세계서 가장 독보적이라고 불리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SK하이닉스가 만들고, HBM과 GPU 간 결합 및 AI 가속기 패키징은 TSMC가 담당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SK와 파트너들의 다양한 솔루션을 묶어 AI 병목현상을 해결하고 조금 더 좋은 AI가 우리 생활에 빨리 올 수 있도록 글로벌 AI 혁신을 가속화하는데 기여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최 회장의 기조연설이 이어지는 중간중간 글로벌 빅테크 인사들이 영상으로 등장,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 마이크로소프트 CEO·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웨이저자 TSMC CEO 등이 ‘협력의 중요성’을 피력하며 최 회장 주장에 힘을 실었다.
"글로벌 파트너 협업, AI 생태계 강화 지름길"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겸 CEO는 SK텔레콤과 마이크로소프트 간 파트너십이 AI 시대에 가지는 중요성과 양사의 공동 성과에 대해 언급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과 전 세계에 강력한 AI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설립자 겸 CEO는 "AI로 인한 산업 혁명이 시작되면서 엄청난 잠재력을 실감하고 있다"며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의 파트너십은 AI 산업에 혁신을 가져왔고 AI와 인류의 미래를 함께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웨이저자 TSMC CEO도 "AI 생태계 전반서 더욱 긴밀하고 견고한 협력을 통해 AI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이라며 "AI 혁신을 가속화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확장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솔루션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아울러 그렉 브로크만(Greg Brockman) 오픈AI 회장 겸 사장은 'AI의 미래'를 주제로 현장 대담에 참석, AI가 인간의 지능을 조만간 능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발전이 산업 생산성을 3배 가량 높여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줄 것이란 관측이다.
최 회장은 이틀 연속 AI 성장 관련 일맥상통한 메시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 2일 마무리된 SK CEO 세미나에서도 "SK가 보유한 기술력, 그룹 계열사 간 또는 외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가장 싸고 우수한 AI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그룹 AI 사업을 글로벌 규모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CEO 세미나 폐회사를 통해 최 회장은 "차세대 챗GPT 등장에 따른 AI 시장 대확장은 2027년을 전후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 시기를 놓치지 않고 SK가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현재 진행 중인 운영개선을 서둘러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영개선은 단순 비용 절감과 효율화가 아닌 '본원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과정'으로 정의했다. 재무제표에 적시되는 수치보다 '기업가 정신' 및 '이해관계자와의 소통' 등을 중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이어 향후 핵심 과제로 △반도체 설계·패키징 등 AI 반도체 경쟁력 강화 △고객 기반의 AI 수요 창출 △전력 수요 급증 등에 대비한 '에너지 솔루션' 사업 가속화 등을 제시했다.
한편 SK그룹은 지난 6월 진행된 경영전략회의서 AI 및 반도체 분야에 과감한 투자 계획을 밝혔다. 오는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추가로 확보해 향후 5년간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HBM 등 AI·반도체 분야에 103조원을 투자하고, 같은 기간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도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에 3조4000억원을 쏟기로 한 것이 골자다. 당시 최 회장은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며 그룹 차원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이끈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