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가 HD현대로보틱스 기업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주식 시장에서 로봇 회사 가치가 급등하면서 비상장사 HD현대로보틱스 몸값을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을 보이는 것이다.
시장에서 제값을 받기 위해선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 되지만, 중복상장에 대한 눈초리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HD현대로보틱스 가치를 보고 지주사 HD현대에 투자한 소액주주가 HD현대로보틱스 상장에 반발할 수 있어서다. HD현대 입장에선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동시에 HD현대로보틱스 투자 유치를 성공할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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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나도 시총은 수조원대
삼성전자가 작년말 최대주주에 오른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현재 시가총액은 7조5000억원대다. 삼성전자는 2023년부터 3차례에 걸쳐 레인보우로보틱스 지분 35%를 3542억원에 인수했는데 주가는 인수직전인 2022년 3만원대에서 현재 39만원대로 치솟았다. 2023년 IPO 한 두산로보틱스 시총은 4조4000억원대다. 현재 주가는 6만8700원으로, 공모가 2만6000원와 비교하면 2배 넘게 올랐다.
두 로봇 회사의 공통점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두산로보틱스 매출은 468억원으로 2023년보다 11.7% 줄었다. 영업손실은 412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작년 1~3분기 레인보우로보틱스 매출은 9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6% 줄었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40억원. 실적보다는 미래 성장 가능성에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HD현대로보틱스도 지난해 적자를 피하지 못했다. 작년 HD현대로보틱스 당기순손실은 118억원으로 손실폭이 커졌다. 그나마 HD현대로보틱스 상황은 나은 편이다. 작년 매출은 2149억원으로 2023년보다 25% 늘며 외형 성장에 성공했다.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용 로봇이 전기차·배터리 시장과 함께 성장한 덕분이다.
업계에선 HD현대가 HD현대로보틱스 사전 수요 조사(태핑)를 실시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통해 2500억원을 투자유치하려했다는 구체적 금액도 제시됐다. 하지만 HD현대는 "현재 HD현대로보틱스 IPO를 추진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제때 제값 받을 기회 왔지만…
HD현대가 HD현대로보틱스 IPO를 완강하게 부인하는 배경에는 중복상장에 대한 부담이 있다. 지주사가 상장된 가운데 비상장 계열사가 IPO를 추진하게 되면 비상장 계열사 가치를 보고 투자한 지주사 주주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다. 과거 지주사 전환이 활발할 시기엔 지주사와 사업회사가 모두 상장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최근 소액주주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 24일 경제개혁연대는 HD현대와 HD현대로보틱스 이사회에 HD현대로보틱스의 대규모 투자유치에 대한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HD현대로보틱스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 주주 배정 방식 유상증자를 추진하지 않는 이유 △외부 투자유치가 프리 IPO에 해당하지 않는 이유 △HD현대로보틱스 상장에 대한 입장 등의 질의가 담겼다.
HD현대는 중복상장 논란을 피하면서 HD현대로보틱스 투자유치에 성공할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전세계 로봇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저가의 중국 로봇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적기에 투자를 하지 않으면 로봇 시장에서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길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시장도 중국과 경쟁이 심한 시장"이라며 "미래 가치만 보고 주식 시장이 과열된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