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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정제마진↑'…정유업계, 모처럼 만의 햇살 언제까지?

  • 2025.03.14(금) 06:50

지지부진 정제마진, 이달 손익분기점 돌파 
국제유가 3년 최저…캐나다 원유 수입 가능성도
"지나친 기대는 금물, 경기 및 수요 회복 관건"

/그래픽=비즈워치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강세를 띠고 있다. 지난달까지 다소 부진하다 이달 들어 손익분기점 수준을 돌파, 정유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싱가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주 8.7달러로 급상승, 전주 대비 2.1달러 올랐다. 월별 평균치를 살펴보면 더욱 극명하다. 1월 3.2달러에 머물던 정제마진은 2월 4.9달러로 반등, 3월 현 기준 7.6달러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보다 보수적인 분석도 나왔으나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는 결과는 동일했다. 유안타증권은 지난주 정제마진을 5.1달러로 집계했다. 전주 대비 2.2달러 크게 늘어난 수치다. 

정제마진은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을 제했을 때 정유사들이 실질적으로 갖게 되는 순익이다. 통상 정제마진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싱가폴 복합정제마진 추이./그래픽=비즈워치

정유업계는 정제마진 등락에 희비가 갈리고 있다. 지난해 3분기 SK이노베이션·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 등 정유업계가 수천억원대 손실을 입게 된 배경도 정제마진 약세 탓이 컸다. 지난해 3분기 정제마진은 배럴 당 평균 3.5달러로, 그해 1분기(7.3달러) 대비 반 토막에 그쳤다. 

4분기 들어 정제마진이 5달러대로 상승, 정유사업이 일부 회복세를 보였으나 오래 가진 못했다. 올해 1~2월 또다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당시 국제유가가 올랐던 영향이 컸다. 미국이 대러 제재에 나서면서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제한, 특히 두바이유 가격이 높게 형성됐다. 러시아산 원유의 주 고객이었던 중국과 인도가 새로운 구매처로 중동을 선택하면서다.
 
실제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12월 배럴당 73.23달러에서 올해 1월 80.41달러로, 한 달간 7.18달러 치솟았다.

문제는 원유 가격이 오른 만큼 제품 가격도 올라야 했지만 국제 경기가 좋지 않아 수요가 따라가질 못했다는 점이다. 제품 가격은 변동이 없고 원유 가격만 올랐으니, '제품 가격-원유 가격=정제마진'이라는 수식 하에 정제마진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정유 4사 정유사업부문 영업이익 변화./그래픽=비즈워치

정제마진 우상향 언제까지?

전문가들은 최근 정제마진 반등의 배경으로 '국제유가 정상화 기조'를 지목한다. 이달 기준 두바이유·브렌트유·서부텍사스유(WTI) 평균 가격은 71.09달러·70.20달러·67.04달러 등이다. 올 1월 대비 각각 9.32달러·8.15달러·8.06달러 하락한 수준이다. 3년 만 최저치이기도 하다.

원유 생산이 늘면서 당분간 유가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 증산을 예고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 연대체인 OPEC+가 내달 감산을 해제키로 한 데 따른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가능성도 호재로 꼽힌다. 러시아산 원유 공급이 원활해지면 그간 중국 정유사들이 누려온 원가 우위가 약화될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캐나다 관세 전쟁도 한국 정유사들에게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의 고강도 관세정책에 대한 대응책으로 캐나다가 자국산 원유를 내세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캐나다는 자국서 생산하는 원유의 80% 가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만일 관세 대립이 심화될 경우 캐나다는 원유를 제3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고, 한국 기업이 이를 활용하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캐나다 원유는 국내서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나 WTI보다 20%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일각에선 지나친 장밋빛 전망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제마진 개선을 위해선 '경기 회복→수요 증가→제품 가격 상승'이 수반돼야만 한다는 이유에서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실장은 "최근 정제마진이 보다 나아진 것은 개선이라기보다 1~2월 대비 정상화된 정도"라며 "여전히 수요가 활발하다고 보기 어렵고, 무엇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고관세 정책에 따라 경제 및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마진 개선세 지속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결국은 수요가 더 활발해져야만 정제마진이 개선된다"며 "국제유가가 하락하더라도 경기 불확실성에 따라 소비가 줄면 정제마진 개선은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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