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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 반전 기대' 정유업계…'보릿고개' 진짜 넘겼을까

  • 2025.01.15(수) 08:15

작년 3분기 '역대급' 어닝쇼크 후 4Q부터 회복 전망
유가 저점 찍고 상승세…중국발 수요 자극도 기대
문제는 '미국'…강달러 지속에 트럼프 정책도 불확실

지난해 3분기 보릿고개를 보낸 정유업계가 서서히 회복세로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 불황이 점점 옅어지면서 손실을 냈던 사업 포트폴리오가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같은 장밋빛 관측을 조심스럽게 만드는 변수도 여전하다. '강달러'가 점점 장기화하면서 사업에 들어가는 비용의 체급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정유업계, 3분기 '쇼크' 딛고 재도약 할 듯

15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주요 정유회사들은 지난해 4분기 흑자를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3분기 '어닝쇼크'급 적자로 보릿고개가 이어진 후 다시 전진했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들 4개 업체는 지난해 3분기 1조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반전에 대한 기대 뒤에는 업계를 둘러싼 환경이 다소 우호적으로 바뀐 부분이 자리한다. 

일단 바닥을 찍었던 유가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2월 인도분 선물은 지난해 6월 배럴당 65달러 선으로 내려갔지만 이후 반등하면서 최근에는 78.82달러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유가가 오르면 보유하고 있는 원유 재고 가치가 상승하는 데다 원유를 수입한 이후 정제 등을 통해 재판매 하는 국내 정유업계 입장에서는 정제마진도 상승하기 때문에 유가 상승이 반갑다. 

실제 정유업계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지난해 3분기 3.6달러 수준이었지만 지난달에는 5.3달러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이 지표가 4~5달러 이상일 경우 정유업계는 흑자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 지난해 3분기에는 적자가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였지만 4분기 들어서는 회복됐다는 얘기다. 

게다가 앞으로도 유가는 현재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 에너지기업에 대한 제재에 나서기로 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점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에너지 자원인 원유의 글로벌 공급의 불확실성을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유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정유업계 부진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됐던 글로벌 경기 둔화가 중국을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는 점도 위안거리다. 중국은 최근 극심한 내수 부진 탈출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경기 활성화에 나서고 있어 시장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관측된다.  

변수된 '미국'…달러 흐름·트럼프 행정부 예의주시

다만 강달러 등 미국 변수를 감안하면 정유업계가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단 환율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태도를 바꾼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의 당선 등으로 달러 가치가 치솟고 있다. 주요 6개국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13일(미국 시각) 110.176을 기록하면서 2년 내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한창 인상하던 시기를 웃도는 수준이다. 

국내 원화 역시 지난해말 비상계엄과 지속되는 정국불안으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가 '원화'를 '달러'로 바꿔 해외 거래처들과 거래를 한다는 점에서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는 현 상황은 달갑지 않다. 다른 모든 조건이 고정되더라도 나가는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다. 

당분간 이같은 달러 강세-원화 약세가 지속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일각에서는 연중 달러-원 환율 1500원선을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통상 업계에서 달러-원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1000억원 가까운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대 3000억원의 추가 비용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외환당국은 물론 국민연금까지 환율방어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무제한으로 방어하기 힘든 점이 분명히 있다"며 "강달러 기조가 당분간은 이어지면서 환율에 민감한 정유업계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단기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의 행보가 환율과 함께 글로벌 경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만큼 미국을 계속 예의주시해야 할 전망이다.  

일례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자신이 공약했던 보편관세(모든 관세 10% 이상 상승)에 대한 재논의(일괄 10% 인상이 아닌 순차적 인상)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관세 정책의 변화로 글로벌 경기가 예상보다 더디게 둔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3분기에는 워낙 상황이 안좋았기 때문에 4분기에는 기저효과에 따라 반등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강달러 기조 유지 여부와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흐름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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