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가 미국 테슬라와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둔화와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관세 정책 여파로 수익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ESS를 '포스트 EV' 성장축으로 삼아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전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테슬라와 ESS용 배터리 공급을 위한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공급 규모는 최소 3년간 연 10기가와트시(GWh) 수준으로, 해당 계약이 체결될 경우 총액은 3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내 ESS 셀 단가가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하락했지만, 10GWh 공급만으로도 연간 6400억원 안팎의 매출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3년간 최소 2조원 이상 규모로 추산된다.
삼성SDI 측은 "협의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선 올 3분기 누적 적자만 1조4000억원에 달한 삼성SDI가 이번 계약을 성사시킬 경우 실적 반등의 분기점을 마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단기 부진 넘어 구조적 반등…"ESS가 실적 키맨"
테슬라가 삼성SDI에 손을 내민 것은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확대로 북미 ESS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AI 서버와 슈퍼차저 등 ESS 중심 사업을 강화하면서 기존 LG에너지솔루션에 더해 삼성SDI로 공급망을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라며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낮춰 리스크를 줄이려는 의도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스텔란티스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 공장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라인 일부를 ESS 전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기반 라인은 이미 가동 중이며, 내년 4분기에는 리튬인산철(LFP) 기반 제품 생산도 시작된다. 이를 통해 북미 ESS 생산능력을 연 30GWh, 전 세계적으로는 42GWh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삼성SDI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 3월 세계 최대 신재생에너지 기업 넥스트라에너지와 6.3GWh 규모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7월에는 한국거래소가 주관한 1조원 규모 중앙계약시장 입찰에서 76%의 물량을 따냈다.
단기 실적은 아직 아쉽다. 올 3분기 영업손실은 5913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다만 4분기(-2577억원)와 내년 1분기(-1904억원)로 갈수록 적자 폭이 완만히 축소될 것으로 전망돼 실적 저점은 지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연간 기준으로는 올해 1조6000억원대 적자에서 내년 1700억원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시장은 ESS가 향후 삼성SDI의 체질 전환을 이끌 핵심으로 평가한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 영업손실 5913억원으로 컨센서스를 밑돌았지만 ESS 생산능력 상향 조정이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면서 주가는 상승 마감했다"며 "중대형 전지 적자는 단기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나 미국 ESS 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SDI는 내년 말까지 미국 ESS CAPA를 30GWh로 확대할 계획이며 이는 시장이 예상한 수준을 웃도는 수치"라며 "AMPC(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혜택을 감안할 때 ESS 부문이 전기차보다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도 "삼성SDI는 북미 합작공장 SPE의 전기차 배터리 라인을 ESS로 전환 중이며 내년 말까지 ESS 30GWh를 확보할 것"이라며 "가동률이 100%에 이르고 현 단가가 유지될 경우 연 매출 약 9조원, 영업이익 4500억원, AMPC 수취액 9000억원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낙관적 가정이지만 ESS 사업이 삼성SDI 수익 구조를 완전히 바꿀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ESS가 향후 삼성SDI 실적의 '키맨'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NH투자증권은 "ESS의 이익 기여도가 내년 175%, 2027년과 2028년에는 각각 63% 수준으로 전기차 부문을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데이터센터가 견인하는 ESS 수요는 단기 이벤트가 아닌 구조적 성장 스토리"라며 "전기차 부진보다 ESS 성장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