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의 오디오 브랜드 JBL이 스피커 중심 사업을 넘어 인공지능(AI)을 앞세운 크리에이터 시장 공략에 나섰다. 단순 음악을 듣는 기기를 넘어 누구나 손쉽게 노래하고 연주하며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홈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AI 마이크' 보컬 지우고 연주 살리고
18일 하만은 서울 성수동 틸테이블에서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80주년 기념 한정판 북쉘프 스피커 'JBL L100 클래식 80'과 AI 기반 마이크 'JBL 이지싱 마이크', 'JBL 이지싱 마이크 미니' 등을 공개했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제품은 온디바이스 AI 기술을 탑재한 이지싱 마이크 시리즈였다.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재생한 뒤 마이크 버튼을 누르자 원곡 가수의 목소리가 실시간으로 제거되고 반주만 남았다. 별도의 노래방 음원이나 애플리케이션 없이 즉석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해당 제품은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내부 프로세서에서 AI가 음원을 분석한다. 보컬뿐 아니라 특정 악기 소리도 분리·제거할 수 있다. 가령 기타 연습을 할 경우 원곡의 기타 사운드만 지우고 자신의 연주를 더할 수 있다.
보컬 제거 강도도 조절 가능하다. 원곡 보컬 음량을 0%·25%·50% 등 단계별로 설정할 수 있어 가수 목소리를 일부 남긴 채 따라 부르거나 완전 제거한 상태에서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노래할 수 있다. USB-C 동글을 JBL 스피커에 연결하면 최대 20m 거리에서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음색(EQ)과 보이스 효과도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1인 크리에이터나 음악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는 별도 음원 편집 작업 없이 곧바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음악 감상 중심이던 오디오 기기를 창작 도구로 확장한 셈이다.
임상우 하만 라이프스타일 사업부 프로는 "시스템 AI 기술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컬과 악기를 분리하고 제거할 수 있다"며 "성장하는 홈 엔터테인먼트와 개인 크리에이터 시장을 겨냥해 직관적인 사용성과 고음질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출고가는 이지싱 마이크 29만원대 후반, 휴대성을 높인 이지싱 마이크 미니가 19만원대 후반이다. 미니 제품은 마그네틱 클립을 적용해 브이로그 촬영 등 야외 콘텐츠 제작에도 활용할 수 있다.
1970년 명작의 화려한 부활
JBL은 이날 브랜드 창립 80주년을 기념한 프리미엄 스피커 'JBL L100 클래식 80'도 함께 선보였다.
1970년 출시돼 JBL 역사상 가장 성공한 스피커 중 하나로 꼽히는 'L100'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델이다. 천연 오크 소재 캐비닛과 상징적인 격자무늬 '쿼드렉스 폼 그릴'을 적용해 원작의 디자인 정체성을 계승했다.
전 세계 800세트만 생산되는 한정판으로 출고가는 980만원이다. 제품마다 고유 일련번호와 80주년 기념 배지, 수석 시스템 엔지니어 크리스 헤이건의 서명이 포함돼 소장 가치를 높였다.
청음 행사에 참석한 정우성 더파크 디렉터는 "과거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의 DNA를 가정용으로 옮겨온 제품"이라며 "공연장의 에너지를 그대로 공간 안으로 끌어들이는 듯한 생생한 사운드를 구현한다"고 평가했다.
하만은 이날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인 '메이드 투 비 허드(Made to Be Heard)'도 발표했다. 단순 음악을 재생하는 기기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창작자와 음악가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브랜드로 진화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최경훈 하만 사업개발부 프로는 "문화를 소비하는 조력자에 머무르지 않고 문화를 창조하고 표현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브랜드가 되겠다"며 "차세대 크리에이터들이 자유롭게 콘텐츠를 만들고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JBL은 신제품 출시를 기념해 오는 19~20일 이틀간 서울 성수동 틸테이블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방문객들은 AI 마이크와 80주년 기념 스피커를 비롯한 JBL의 최신 오디오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