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금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던 폴슨앤코의 존 폴슨과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는 지난달 금 시장에서 발을 뺐다. 올해 금값은 큰 폭으로 추락하며 온스당 1600달러에서 1300달러선으로 직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들의 금 매도 소식을 금이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는 기대감으로 해석했다. 대규모 매도세가 끝났으니 더 크게 내릴 일은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금값은 8월 들어 반등을 시도하고 있다. 여전히 단기조정 가능성은 있지만 악재가 산재한 9월 위기설과 맞물리며 안전자산인 금의 반격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폴슨의 금 털기는 매수 신호?
폴슨 등 대규모 금 투자자들의 엑소더스 소식은 언뜻보면 악재인 듯 보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의 대량매물이 잦아드는 신호로도 분석하고 있다. 투기적인 세력이 빠져나가면서 금값이 이들에 투매로 흔들릴 요인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금위원회는 분기 보고서에서 금 상장지수펀드(ETF) 매도가 지난 2분기 가속화됐다고 밝혔고 전문가들은 투기적인 자금이 금 시장에서 대거 빠져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바닥을 확인하고 매수자금이 들어오면 연말께나 내년초 시장이 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골드만삭스 등은 지난달 들어 기존에 보유했던 규모의 6배가 넘는 440만주의 금 ETF를 매수했다. 골드만삭스는 금 ETF에서 대량 매도가 나오면서 금값 하락세가 둔화될 것이란 신호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 9월 금값 끌어올릴 요인들 산재
금값은 8월 들어 5%이상 올랐고 온스당 1400달러선 안착을 노리고 있다. 저평가 해석에 더해 최근 이머징 시장 혼란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부각되고 금값에 부담을 주는 달러 강세가 다소 완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전망이 엇갈리는데다 최근 미국의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가가 꿈틀댄 영향이 컸다. 시리아 공습 여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9월 내내 유기를 끌어올리고 안전자산 선호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은 만큼 금값도 추가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다.
게다가 9월에는 미국의 정부 채무한도 상향 협상과 독일의 연방선거 등 정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9월 위기설까지 불거지고 있어 금이 숨 쉴 수 있는 여력이 훨씬 더 넓어질 전망이다. 디렌 새린 바클레이즈 스트래티지스트는 "단기 조정은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금 강세를 예상하고 있다"며 "9월은 계절적으로 금이 강한 달인 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바클레이즈는 내년에 금값이 지난해 수준인 17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 위기론자들, 금 신봉 여전해
위기 때 항상 빛을 냈던 금인 만큼 앞으로의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보는 쪽에서는 금에 대한 믿음이 여전하다. 소시에떼제너럴의 앨버드 에드워드 스트레티지스트는 금값이 조정을 겪겠지만 결국 온스당 1만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파격적인 전망을 견지하고 있다.
그의 분석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가 450포인트까지 급락하고 미국 국채금리가 1% 밑으로 다시 떨어질 것이란 전제를 깔고 있다. 최근 이머징 시장 혼란이 1990년대 위기와 유사하게 전개될 것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가능성은 크지 않더라도 위기론자들은 이에 대한 확신을 지속하고 있다. 에드워드 스트레티지스트는 "최근의 이머징 외환위기가 세계 경기후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비관론자 중 하나인 스티븐 로치 역시 이머징 시장이 주식시장 조정을 이끌 것"이라며 "이머징 국가들의 대규모 경상수지가 이머징 시장을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닥터둠으로 유명한 마크 파버도 최근 투자가 아닌 안전자산으로서 물질적인 의미로서의 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피터 쉬프 유로퍼시픽캐피털 CEO는 "채무한도 상향 협상 등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게되면 달러 위기가 오고 채권시장이 붕괴될 수 있다"며 "안전자산인 금을 사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