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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신드롬]③현대판 `튤립 투기`?

  • 2013.12.02(월) 10:49

투자수단으로 급부상..가격 급등으로 거품 논란 심화
`가치 들쑥날쑥` 변동성 높아지면 화폐 성격 상실할 수도

노르웨이의 한 청년은 비트코인을 사뒀다 벼락 부자가 됐다. 2009년 24달러에 5000비트코인을 구입했는데 4년만에 85만달러까지 가격이 오른 것이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은 1000달러를 돌파했고 올해 들어서만 상승률이 7600%에 달한다.

 

이 정도면 가히 거품을 우려할 만하다. 일부에서는 비트코인이 100만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아직까지 비트코인의 밝은 면이 부각되고 있지만 불안감은 상존한다. 뜨는 속도만큼 빠르게 가치가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 금 버금가는 투자수단 부상..변동성 급속 확대

 

비트코인은 화폐 대용의 거래수단을 넘어 투자수단으로 격상됐다. 단기간내에 비트코인의 존재가치가 부각되면서다. 금은 물론 달러나 유로 같은 통화 역시 가치가 급변하곤 하지만 비트코인의 급등은 이런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특히 기존의 투자시장이 빛을 잃으면서 비트코인이 더욱 부각되는 양상이다. 온라인 지갑의 오픈소스를 제공하는 코인펑크의 카일 드레이크는 "전통적인 투자 수단의 위험성이 증가하면서 투자자들이 대체투자수단으로 비트코인으로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른 흐름을 반영해 윙클보스 형제는 공격적인 비트코인 투자에 나섰다. 이들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페이스북 아이디어 도용을 둘러싸고 벌인 송사로 유명하다. 윙클보스 형제는 지난 4월 비트코인 가격이 100달러일 때 1100만달러 규모의 비트코인을 보유했고 현재 가치는 상당히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최초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만들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 비트코인 가격 추이(출처:이코노미스트, 단위:달러)

◇ 거품논란 피하지 못해..화폐 지위 상실할 수도

단기간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거품논란도 거세게 일고 있다. 거품은 대개 자산가격이 본질가치보다 높아질 때를 칭한다. 비트코인의 경우 본래 내재가치가 없었지만 초기 가격대비 이미 수천퍼센트 이상 급등했다. 

 

이렇다보니 과거 `튤립 투기`를 떠올리며 어느 순간 비트코인이 가치를 상실하게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형적인 거품 형성과 붕괴의 형태다. 이처럼 가격 상승세와 변동성이 급격해진다면 비트코인은 화폐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투기자들에 의해 가격조정이 쉬울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비트코인은 환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어디서나 쉽게 사용 가능한 것이 큰 장점이다. 하지만 기존의 화폐로 거래가 되면 간접적으로 환율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기존 화폐도 투자수단이 될 수 있지만 비트코인이 화폐의 성격을 갖추려면 변동성이 더 줄어들거나 좀더 공인화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비트코인이 영원히 대중성을 가지기 힘들 것"이라고 일갈했다. 분단위로 비트코인 가치가 들쑥날쑥한 데다 버블에 대한 경고가 쏟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그만큼 투자자들에게는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NYT는 갈수록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가트먼레터 편집장인 데니스 가트먼은 CNBC에서 "비트코인이 (화폐로서)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비트코인에 내재된 변동성이 워낙 높기 때문에 화폐를 대체할만한 통화가 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피터 슈리프 유로퍼시픽캐피털 최고경영자는 "윙클보스는 비트코인을 금 2.0으로 부르지만 튤립 투기의 현대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은 비트코인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계속 살 것이고 결국 거품이 터질 때까지 이런 과정이 계속될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큰 돈을 한꺼번에 잃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튤립 투기

 

튤립 투기는 과거 투기열풍으로 빼놓지 않는 사례 중 하나다. 튤립 투기는 1630년대 네덜란드에서 일어났다. 본래 튤립의 원산지는 터키였지만 네덜란드로 건너온 후 아름다운 색깔과 모양이 눈길을 사로잡으며 상당히 인기가 높았다. 튤립의 인기가 갈수록 치솟자 갑자기 튤립은 투자대상으로 탈바꿈했다. 일부에서는 전 재산을 털어 튤립 뿌리를 사기 시작했다. 가장 가치가 높은 종의 경우 당시 우리의 화폐가치로 1억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6년이 흐른 후 튤립 가격은 갑자기 폭락했다. 튤립 투자에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자 튤립가격은 하루만에 반토막이 나며 무섭게 하락했다. 이로 인해 튤립을 사기 위해 돈을 빌린 이들은 빚더미에 앉았다고 네덜란드는 경제공황에 빠지고 만다. 튤립 한송이를 사는데 그렇게 많을 돈을 투자하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지만 당시엔 아주 당연한 듯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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