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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신드롬]⑦"한국, 낯설음을 극복하는 과정"

  • 2013.12.04(수) 08:57

김진화 코빗 이사 인터뷰
"거품 논란은 성장통..화폐 그 이상을 봐야"
"정부 신중하게 접근..대기업들도 제휴 관심"

비트코인이 한국에서도 주목을 받으면서 비트코인이 거래되는 코빗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국내 최고의 비트코인 전문가인 김진화 코빗 이사는 한국에서의 비트코인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

 

김 이사는 "한국은 비트코인에 대한 낯설음을 극복하는 과정에 있다"며 "거품 논란이 있긴 하지만 화폐 그 이상의 가치를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부 역시 과거와 다르게 신중하게 접근하며 알아가려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대기업들도 제휴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내년 쯤이면 비트코인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늘어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음은 김진화 코빗 이사와의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코빗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나. 이용자 규모는.

 

지난 4월 설립됐고 공동창업자인 유영석씨와 함께 만들었다. 둘 모두 비즈니스적 공익기업가이고 처음에 만난 곳은 타이드인스티튜트였다. 타이드인스티튜트는 한국의 첫 우주인으로 선발됐던 고산 대표가 있는 곳이다. 현재 5000~7000명 가량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월말부터 거래자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1000달러를 넘어섰다. 거품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데 어떻게 봐야할까.

 

비트코인 거품 논란은 1비트코인이 100달러였던 시절에도 요란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 1200달러가 됐다.  비트코인을 정부가 규제할 것이라는 논란도 두드러졌는데 독일의 합법화 방침,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쏟아진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등 당국자들의 긍정적 발언과 제스처, 중국 정부의 암묵적 승인으로 이제 잠잠해지고 있다.

 

비트코인을 단지 화폐로만 보면 튤립 버블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화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화폐이기에 앞서 글로벌 전자금융네트워크이기도 하다. 페이팔과 비자를 떠올리면 된다.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신뢰를 전자적으로 네트워킹하는 시스템이 가치가 없을까. 한낱 거품에 불과할까. 이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고 있다면 그게 바로 가치 아닐까. 올해 들어 거대한 중국 시장이 더해졌고 그 보다는 작지만 한국 시장에서도 매일 3억~5억원의 거래가 더해진다. 네트워크의 가치는 참여자 수의 제곱에 비례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비트코인 가격은 거품일 수도 있다. 하지만 비트코인 그 네트워크의 성장세는 거품에 대한 우려를 다소 무색하게 만든다. 다소 과열된 투자 열풍이 존재하는 건 사실이지만, 혁신적이고 새로운 것이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의 성장통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코빗 외에 국내에서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 다른 거래경로는 없나. 일부에서는 코빗에서도 조작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비트코인 거래소는 일반적인 트레이딩 엔진을 살짝 변용해서 구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비트코인 프로토콜과 코드에 대한 이해 그리고 보안에 대한 노하우가 갖춰져야 한다. 아울러 기술 외적인 신뢰도 매우 중요하다. 누구나 거래소를 만들 수 있지만 섣불리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거래소가 생겨나 경쟁체제가 될 것이라 예상한다.

 

코빗은 거래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일관되게 엄정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거래소의 이익과 배치됨에도 불구하고 거래금액을 제한해 왔고 일체의 시장조성 행위를 하지 않는다. 아울러 고객들의 거래 패턴도 유심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 단언컨대 코빗 거래소에서 시세 조작 등의 행위는 이제껏 단 한 건도 없었다.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달러-비트코인 거래소에 비해 높은 것은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에 따른 것이다. 한국에는 비트코인을 생성하는 채굴사업자가 거의 없다보니 공급자 우위 시장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경우 채굴산업이 먼저 자리잡아 공급이 풍부함에도 가격이 높다. 공급이 많아도 수요가 앞서기 때문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후원하고 SK플래닛과 은행청년창업재단 등이 투자를 했는데 결국 국가나 은행이 어느정도 간접적으로 개입한다고 보는 건 무리일까. 비트코인에 대한 한국 정부의 관점이나 태도는 어떤가.

 

투자, 후원과 개입을 동일시 할 수는 없다. 코빗은 거래소 운영과 관련하여 정부나 관련 기관들로부터 그 어떤 압력도 받은 적이 없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과 여러 차례 논의할 기회가 있었는데, 과거와 달리 신중하게 학습하고 알아보려는 태도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과거 인터넷 혁명기(1990년대 중후반), 모바일 혁명기(2000년대 중후반) 에서 드러났던 섣부른 개입과 규제로 인한 실기는 더 이상 없을 것 같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

 

-한국의 경우 해외사이트 외에 비트코인이 사용가능한 곳이 아직 없다고 들었는데 현재까지도 그런지? 언제쯤 사용가능해질까. 최근 나타나고 있는 변화가 있는지 궁금하다.

 

조만간 생겨날 것 같다. 상점과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서너 곳의 대기업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문의를 받았고 검토과정을 거쳐 논의를 시작하려고 한다. 미국에서도 일단 비트코인을 보유한 사람들이 늘어나고 나서 상거래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코빗을 통해 비트코인이 공급되면서 한국에 약 1만여명 정도의 비트코인 이용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이 숫자는 매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 말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에는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채택하는 상점, 기업, 단체 등이 생겨날 것이다.
 
-앞으로의 한국에서의 비트코인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 인터넷 강국인 한국의 경우 비트코인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모습이다.

 

처음 거래소를 준비할 때부터 한국인은 기질적으로 낯설고 잘 알려지지 않은 것에 대한 경계심이 많은데 일단 그 단계를 넘어서기만 하면 무섭게 흡수할 것으로 봤다. 실제로 낯설음을 극복하는데 소요된 시간이 짧았다. 코빗거래소의 성장과정만 봐도 얼마나 한국에 빨리 뿌리를 내렸는 지 알 수 있다.

 

비트코인에 대한 수용이 다소 늦기는 했지만, 과거 인터넷 혁명기 또는 모바일 혁신기보다 늦지는 않다. 미국, 유럽 등과의 시차는 6개월에 불과하다. 인터넷의 경우 야후가 등장한 게 94년이었지만 한국의 다음 등은 4,5년 늦게 등장했다. 비트코인이 만들어 갈 혁신의 흐름에서 한국은 크게 뒤처지지 않았고 지금부터 민관이 함께 이 혁신을 잘 이용하기 위해 지혜를 모은다면 리더십을 가져올 수도 있다. 중국을 배후 시장으로 하는 새로운 금융의 아시아 허브가 될 수도 있다고 낙관한다. 

 

-비트코인에 대한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국내 최고 전문가 입장에서 비트코인의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 짚는다면. 기존의 평가와 한계에 대해 반박할 것이 있나.

 

비트코인은 분명 실험적인 화폐다. 큰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동시에 아직 실현되지 않은 잠재력도 무궁무진하다. 비트코인에 대한 논란이 생산적이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 안타까울 뿐이다. 이유는 바로 비트코인의 핵심을 잘 알려고 하지 않은 채 기존의 고정관념에만 얽매여 남의 다리 긁는 식으로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우리 인류가 처음으로 경험하는, 참여형 글로벌 금융네트워크이자 성장하고 진화하는 글로벌 공통 화폐다. 반면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해 온 명목화폐는 근대국가 성립과 함께 법률에 의해 처음부터 (일국 내에서) 보편화되고 완성된 화폐였다. 이렇게 다른 두 시스템을 동일한 잣대로 평가하는 게 바람직할까. 태어나자마자 뛰어다니는 새끼 기린과 태어나서 1년이 지나도 제대로 걸을까 말까인 인간의 아기를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게 아닐까.  

 

비트코인이 가진 최고의 미덕은  생산적인 토론만 가능하다면 어떤 문제점이 있더라도 함께 참여해서 고치고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제껏 비트코인은 그런 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아 왔다. 제도 정치권과 언론마저도 "통제가 불가능하게 됐다"고 탄식하게 만드는 기존 금융시스템과 가장 변별되는 지점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비트코인이 어떻게 될 지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트코인이라는 혁신의 도구를 갖고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를 생각해 볼 시점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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