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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금융]③내 녹색펀드, 원금회복은 언제?

  • 2014.12.18(목) 09:46

MB정부때 녹색금융 붐..이후엔 '유명무실'
배출권 거래 돌파구..일상과 괴리 좁힐지 주목

녹색금융이란 단어는 우리에게 꽤 친숙하다. 녹색금융 붐이 인 것은 2009년 초반부터다. 정부가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하면서 환경보전 사업을 위한 재원을 조성하거나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을 녹색금융으로 통칭했다.

 

그러나 익숙한 이름의 무게만큼 녹색금융이 우리 삶은 물론 금융시장에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 아직까지도 일반인들에게 녹색금융은 이름만 있고 실체는 없는 낯선 존재에 더 가깝다. 

 

 

◇ 녹색금융 정책, 화려한 데뷔 초라한 결말

 

녹색금융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다. 정부가 국가비전으로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녹색성장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녹색금융이란 용어는 대중화됐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자전거 붐이 분 것도 이 때다.

 

시작만큼은 어느 때보다 화려했던 녹색금융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 채 금융시장 구석으로 밀려났다. 금융사들은 앞다퉈 녹색금융을 도입했지만 예금이나 대출, 보험 등 단순한 형태에 그쳤고 이마저도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에코 마일리지나 그린카드처럼 포인트를 적립해 활용할 수 있는 묘안도 나왔지만 수요가 크게 따르지 못하면서 관심에서 멀어졌다.

 

금융 소비자들의 무관심 외에 녹색금융이란 꼬리표를 달기 위해서는 녹색사업인증이나 녹색전문기업에 투자해야 하는 제약도 상당하다. 대출만해도 아직 실효성이 불투명하고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녹색산업에 대해서는 금융사 입장에서부터 꺼릴 수밖에 없다.

 

녹색금융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데는 몸보다 머리가 앞섰다는 평가도 많다. 2009년부터는 녹색금융협의회가 구성됐고 은행과 증권, 보험 등에서 녹색금융상품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2014년말 현재 녹색금융협의회는 근 2년째 개점휴업 상태다. 녹색금융상품도 중간에 사라지거나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녹색성장 기업을 지원하는 대출도 급격한 감소세다.

 

이미 국내시장에서는 친환경 기업에 투자하는 녹색펀드가 여럿 존재한다. 신재생 에너지, 물처리산업 등 친환경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이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때도 2009년 전후다. 미래에셋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은 올해 들어 6% 이상의 수익을 거두며 짭짤했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는 녹색펀드가 수두룩하다. 무늬만 녹색펀드라는 지적도 있다. 녹색성장 펀드란 이름을 달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투자비중이  큰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 이상과 현실 이어줄 배출권거래 성패 주목

 

표류하는 녹색금융을 다시 주목하게 만든 것이 바로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다. 내년부터 국내에서도 드디어 배출권을 매매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된다. 배출권 거래 개시는 그동안 막연한 기대감에 불과했던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 활발한 거래와 시장 정착이 급선무이지만 배출권거래가 다양한 탄소금융으로 파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선 주목받는다. 탄소펀드나 청정개발체제(CDM) 사업 투자와 관련된 투자은행(IB) 업무, 배출권 관련 자문과 컨설팅, 신탁 등이 관련 사업영역으로 꼽힌다.

 

배출권거래시장이 탄소배출권을 중개하는 유통시장라면 배출권을 만들어내는 발행시장도 존재한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CDM 사업 투자를 통해 탄소배출권을 획득하면 이를 거래소에서매매를 통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 CDM 사업자와 탄소배출권 구입을 원하는 기업을 중개하고 이들에 대한 자문과 컨설팅도 가능하다.

 

CDM사업 참여 과정에서 탄소펀드 조성도 가능하다. 이 경우 일반 투자자에게는 공모나 사모형태의 투자기회가 열린다. 또 투자자금 회수까지 발생하는 리스크 관리를 위한 보험상품이 나올 수 있다.

 

탄소펀드는 탄소배출권이나 온실가스 감축 등 탄소시장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펀드다. 투자를 통해 배출권을 획득하고 판매해 발생한 수익을 배분한다.

 

국내에서도 탄소펀드가 조성됐지만 정부산하기관과 관련 기업들로 대상이 제한됐다. 한국수출입은행이 2009년 조성한 탄소펀드는 최근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나며 오히려 부실 투자로 주목받았다. 녹색금융의 길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예다.
 
그러나 탄소배출권 거래가 가능해진 만큼 향후 탄소펀드에서 확보된 탄소배출권을 거래소에 매도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향후에는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 구조화상품은 물론 탄소 감축 성과가 높은 기업들로 구성된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도 만들 수 있다.

 

여전히 먼 미래이긴 하지만 배출권거래가 잘만 자리를 잡는다면 추후 일반인들도 에코포인트 등을 이용해 탄소배출권 구입이 가능해진다. 탄소배출권으로 대출 이자를 납부하는 것이 가능한 날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일상생활에서 탄소배출권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녹색금융이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며 "탄소배출권 거래 도입을 통해 새로운 전환기를 맞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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