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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나비효과]①`먹느냐 먹히느냐` 에너지업계 지각변동

  • 2015.01.09(금) 10:33

작년 유가급락 후 에너지기업 M&A 급증
저유가 장기화시 인수합병 붐일듯..여파 주목

불과 반년전 배럴당 100달러를 호가하던 국제 유가가 5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언제든 급변하는 게 시장이지만 최근 유가 하락을 바라보는 시선은 과거와 다르다. 유가가 예전수준으로 쉽게 반등하기보다 오랫동안 현 수준에서 머물 것이란 전망이 갈수록 힘을 얻어가고 있다. 장기적인 저유가는 고유가가 바탕이 됐던 기존 판이 깨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미 저유가의 나비효과는 시작됐다고 볼수 있다. 친환경 에너지의 운명을 뒤바꿀 수도, 에너지 기업들의 인수합병(M&A) 판을 키울 수도, 막강한 권력을 행사했던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저유가가 가져올 새로운 질서와 그 가능성을 들여다봤다.[편집자]

 


지난해 유가가 무섭게 하락하는 사이 에너지 업계에서 때아닌 호황을 누린 곳이 있다. 바로 인수합병(M&A) 시장이다.

 

유가가 하락하자 에너지 업계들의 한동안 잠잠했던 합종연횡의 기류가 빨라지고 있다. 과거에도 유가 하락을 기회 삼아 수익성이 떨어진 경쟁기업 인수에 나선 사례가 많았다. 최근 저유가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이런 M&A 르네상스가 재현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 유가 급락하자 에너지기업 M&A 시동

 

시장은 기민하다. 변화는 누군가에 타격을 주지만 한편에서는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가 급락하는 사이 원유와 가스 탐사 및 생산 기업들을 포함한 M&A는 전년대비 23% 급증했다. 2013년에는 직전연도 대비 절반 규모에 그쳤던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2013년만 해도 정유기업들은 기업 인수보다는 기존에 인수했던 자산들을 불려가는데 집중했다. 그러다 지난해 분위기가 180도 변했다. 유가 하락이 에너지 업계 불확실성을 키우며 M&A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인수하는 입장에서는 잠재매물을 사는데 드는 비용도 훨씬 싸졌다.

 

지난해 12월 스페인 정유기업 렙솔은 캐나다 정유회사인 탈리스만에너지를 83억달러에 인수했다.  최근 2년간 정유업계에서 대규모 M&A가 사라진 터러 당시 딜은 시장에서 굉장한 이목을 끌었다.  최근 세계 최대 정유회사인 미국의 엑손모빌은 영국 천연가스 업체인 BG그룹에 인수를 제안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대개 저유가가 지속될 때 M&A가 활발해지는 과거 학습효과를 염두에 두고 스페인 렙솔의 M&A를 주시하고 있다. 렙솔에 이어 올해 저유가가 이어진다면 인수합병이 연이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에도 유가가 급락한 적이 있지만 오래 지속되지 못하면서 대규모 M&A로 이어지진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 저유가가 장기간화되면 M&A 환경이 무르익을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유가가 10달러수준까지 하락했던 90년대 후반에는 M&A가 쇄도했다. 정유업체들의 이익이 급감하자 먹고 먹히는 싸움이 꾸준히 이어졌다. 1998년 엑손은 모빌을 인수해 지금의 엑손모빌이 탄생했다. 영국 브리티시패트롤리엄(BP)은 아모코와 아르코를 합병했다. 이듬해 프랑스 토탈 역시 엘프란 이름의 정유기업을 620억달러에 인수하는 등 불과 2년 사이 전 세계 정유업체들의 M&A 규모는 2700억달러(한화 295조5000억원)를 상회한 바 있다.

 

◇ 저유가 지속되면 제2의 합종연횡 기대

 

과거처럼 유가가 낮은 수준에 계속 머문다면 에너지업체들의 수익성을 압박하면서 M&A는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IHS는 "렙솔의 딜은 에너지 기업 M&A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활발한 M&A의 전조일 수 있다"고 기대했다. 부채 부담이 높으면서 이에 대한 헤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기업들이 주로 인수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바클레이즈 추정에 따르면 아프렌, 엔퀘스트 등 중소형 정유기업들은 올해 유가가 60달러 밑에서 유지될 경우 순부채 규모가 EBITDA(세전·이자지급전 이익)의 3배 이상에 이를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IHS는 지난해 활발한 사업 분할에 나선 유럽의 로얄더치셸 등도 적극적인 매도 주체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박영훈 LIG증권 연구원도 "향후 수년간 이들 기업들의 M&A가 활발하게 진행될 전망"이라며 "1990년대 후반 대규모 M&A를 통해 큰 돈을 쥔 기업들이 판을 벌리면서, 손익분기점이 높아 수익이 나기 어려운 기업을 시작으로 합종연횡이 발생할 것"으로 점쳤다. 다만 국내의 경우 같은 흐름이 나타나기는 힘들 수 있지만 `나비효과`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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