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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저유가]①`부의 재편` 러시아 잔혹사

  • 2014.12.16(화) 13:42

부의 재분배..산유국→소비국
루블화 급락..미국 득실 '분분'

온통 유가 얘기다. 불과 몇개월전까지만 해도 환율에 가려 관심 밖이었던 유가는 올해 최대 화두로 자리매김했다. 저유가는 표면적으로 한국 경제에 호재다. 피해를 보는  업종도 있지만 에너지 비용을 낮추면서 국내총생산(GDP)을 끌어올리고 소비를 자극할 수 있다. 저유가가 지속된다면 내년 2분기부터는 효과가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동시에 지구 반대편에서는 고통의 절규가 들려온다. 이들의 여파에서 자유로워야 진정한 승자다. 저유가로 명암이 갈리는 글로벌 경제와 한국의 득실을 짚어봤다.[편집자]

 

 

"유가는 꾸준히 오르기만 할 것이다." 불과 1년전 많은 이들이 쉽게 내뱉었던 전망이다. 누구도 이에 대해 한 치의 의심조차 없었다.

 

지난 10월 초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기승을 부리자 국제통화기금(IMF)은 부랴부랴 보고서를 내놨다. 이란과 서방세계와의 대립이 격화되면 유가가 20%가량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었다. IMF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가 0.5~1.5% 감소하고 선진국 주가 역시 3~7% 하락할 것으로 우려했다. 그러나 유가는 갑작스레 유턴 후 아래 쪽으로 질주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거대한 변화도 시작됐다.

 

◇ 부의 이동 시작됐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서방 세계는 4차례의 큰 경기후퇴를 겪었다. 그 뒤엔 항상 유가 급등이 자리했다. 이제 정반대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유가 급락으로 선진국을 중심으로 원유수입국가들이 황금기를 맞게될 것이란 기대가 흘러나온다.

 

유가 하락은 산유국에서 소비국으로의 소득 재분배를 가져오고 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내년까지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전세계 GDP 중 1.2%가 산유국에서 원유소비국으로 이동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수혜국에 속한다. 유가 하락이 어느 때보다 반가운 이유다.

 

수혜와 피해의 절대규모를 따져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상대가 잃은 만큼 내가 얻는다면 균형이 유지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돈을 쥐게된 쪽이 소비를 하지 않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한 국가의 생존을 위협하거나 그 국가의 부도가 주는 파급이 생각지 못한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 OPEC 회원국의 재정 유지를 위한 유가 분기점(출처:이코노미스트)

◇ 러시아 모라토리엄 데자뷰?

 

유가 급락으로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우려된 곳 중 하나는 베네수엘라다. 분석마다 차이는 있지만 베네수엘라는 유가가 120달러 선에서 유지돼야 재정 운용이 가능하다. 세계 최대 원유매장량을 보유하는 베네수엘라는 수출의 95%가 원유이며 재정수입의 65%를 석유에 의존한다. 베네수엘라의 민간경제는 지난해 10월 이후 사실상 디폴트 상태로 유가 타격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란도 유가가 130달러가 넘어야 재정균형을 이어갈 수 있다. 나이지리아는 126달러로 분석된다. 유가는 이미 6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세계가 가장 주목하는 곳은 러시아다. 러시아의 재정균형을 위한 유가 분기점은 105달러로 앞선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낮지만 이미 유가 급락 여파를 고스란히 겪고 있다. 러시아는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이 전체 비중의 70%에 달한다. 재정수입에서도 50%를 차지한다.

 

달러대비 루블화 가치는 지난 1월이후 50% 가까이 폭락했다. 러시아중앙은행이 루블화를 사들이면서 러시아 외환보유액도 급격히 감소 중이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의 절대규모는 여전히 크지만 이 중 상당 부분이 장기적인 성격의 인프라 사업 등에 투자돼 있어 유동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피터슨국제연구소는 러시아가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외환보유액이 4000억달러 중 2030억달러에 불과하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러시아의 은행들과 기업들이 빌린 대외부채는 6000억달러가 넘는 상태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재제로 이미 미국과 유럽 은행들의 부채 재조달이 쉽지 않게 되면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급기야 러시아는 16일 기준 금리를 10.5%에서 17%로 대폭 인상했다.

 

◇ 美도 유가하락 득실 분분

 

에너지 순수입국인 중국만 해도 유가 하락 수혜를 마음껏 누릴 수 있지만 정작 미국은 다소 엇갈린다. 원유 수입국인 동시에 전 세계 최대 소비국가인 미국은 유가 하락으로 인한 강달러와 전 세계 경제둔화, 주식시장 부진에 따른 여파를 겪을 수 있다.

 

미국의 부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셰일가스 생산도 브렌트유 기준 배럴 당 85달러가 유지될 때 경쟁력을 갖는다. 너무 빠른 유가 하락은 미국에게도 반갑지 않은 이유다.

 

1980년대만 해도 미국 소비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GDP대비 20%에 달했지만 이제는 4% 근방으로 떨어졌다. 유가가 1% 하락하면 0.04%의 생산을 늘리는 효과에 불과하다. 유가 하락에 따른 소비증가 여파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유가 급락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해 완화된 정책을 취하거나 이란의 핵무기 개발 움직임을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지만 급격한 유가 변동성 확대로 이들이 코너에 몰릴 경우 정반대의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점도 전 세계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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