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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저유가]③고유가에 울던 한국, 이번에도 한숨..왜?

  • 2014.12.16(화) 15:48

국내 경제 호재 불구, 투자심리 위축 우려
정유화학 직격탄..대미·산유국 수출 감소 가능성

국제유가 하락세가 심상찮다. 예상보다 낙폭이 커지고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경제에 줄 긍정적인 면뿐 아니라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대개 유가가 하락하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증가해 소비가 늘어난다. 기업들은 중간재 비용이 줄어 수익성이 증가하고, 이는 투자와 생산 확대로 이어지게 돼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한국이 마냥 기뻐할 상황은 못된다. 최근의 유가하락은 공급과잉과 함께 원유 수요 감소가 작용하고 있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미국 간의 에너지 패권 다툼으로 번진 상태다.

 

당장 금융시장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불안불안하다. 소비 활성화 기대만큼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크다.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면 글로벌 경제 둔화와 맞물려 국내 기업들의 대외 수출 감소도 피할 수 없다.

 

◇ 꽁꽁 언 투자심리..韓 투자한 오일달러 유출되나

 

1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2월 1주 평균 브렌트유와 두바이유, 서부텍사스원유(WTI)는 각각 배럴 당 69.84달러, 67.15달러, 67.22달러로 집계됐다. 이날 WTI는 배럴 당 55달러선까지 밀렸다.

 

 

11월 이후 꾸준히 상승하던 미국 증시는 국제유가 하락세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자 큰 폭으로 하락했다. 지난 3일 1만7911.62를 기록했던 다우지수는 지난주 1만7280.83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약 2주 동안 630.79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유가하락으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고, 그 동안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됐던 설비투자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이로 인해 엑손모빌이나 셰브론 등 시장의 상승세를 주도했던 대형 정유주를 중심으로 주가가 떨어졌다. 

 

미국 증시의 급락은 국내 주식시장에도 부정적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대형 수출주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될 수 있어서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2015년 유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디플레이션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면서 “이는 대내외 정치 및 경제 이벤트들과 함께 맞물려 투자자들의 관망심리를 이끄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들 가능성도 크다. 그동안 오일머니는 국내는 물론 전세계 금융시장에 꾸준히 유입됐다.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유가하락으로 중동의 오일머니가 줄면 국내로 유입되던 유동성 자금이 줄어들 수 있어 금융시장에 부정적”이라며 “또 현재는 가처분소득의 증가가 소비로 전환될 가능성도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12개 산유국의 해외투자자산은 지난해말 현재 6조1000억달러(6638조원)로 추정된다. 다만 국내 금융시장에 유입된 오일머니는 주식시장 4조1000억원, 채권시장 7조4000억원으로 선진국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다.

 

◇ 산유국 경제 빨간불..대외 수출 감소 우려

 

우선 유가 하락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산업은 정유와 플랜트, 석유화학 등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정유산업의 경우, 제품가격 하락으로 매출액이 줄면 투자여력이 감소해 향후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플랜트는 중동지역 수주 지연과 감소, 석유화학은 매출감소와 구매 지연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유가하락은 세계 경제 부진에 따른 원유 수요감소에서 시작된 것이어서 다른 산업에 파급될 수 있는 긍정적 영향도 제한될 수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는 우리 경제에 좋을 것이 없다. 기획재정부는 “미국의 석유제품 순수출국 전환,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우려 확산 등을 감안하면 유가하락을 통한 세계 경기 회복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은 2010년부터 정부가 셰일기업에 투자하면서 경기 활성화를 주도했다. 이 기간 설비투자가 늘었고, 정유산업을 중심으로 고용도 증가했다. 하지만 유가하락으로 정유부문 설비투자가 줄고, 고용이 위축되면 국내 수출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서상영 KR투자연구소 이사는 “지금의 유가하락은 수요 감소 때문으로 이는 글로벌 경기가 나빠지고 있음을 의미한다”며 “대외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게 유가하락은 긍정적 요인이 아닐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유가 급락으로 산유국의 재정난이 심화되면 중동에서의 플랜트나 건설 사업 수주는 물론, 중동이나 러시아 등으로의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 가운데 중동은 6.1%, 러시아는 2.0%를 차지했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유가의 급락이 경제에 바로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라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며 “하지만 하락세가 계속된다면 산유국들의 재정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글로벌 경제에 파장을 일으켜 새로운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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