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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저유가]②에볼라보다 무서운 `전염의 공포`

  • 2014.12.16(화) 15:39

직접 타격은 에너지업체..위험자산 전반에 확산될수도
정크본드는 이미 불안..수요둔화 겹치면 확산강도 커질듯

"지구 반대편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은 이들도 전염의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에볼라 얘기가 아니다. 바로 시장 전염에 관한 얘기다.

 

빠른 속도의 전염효과는 시장 스스로 가장 두려워하는 전형적인 속성이다. 아무렇지 않았던 시장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데는 두려움이 삽시간에 퍼져나가는 공포에서 기인한다. 물론 되돌림의 폭도 그만큼 클 수 있지만 그 사이 많은 희생자를 낸다. 수혜국조차 최근 유가의 급작스런 하락에 대해 우려하는데는 이런 연유가 있다. 유가가 내리면서 처음에는 직접적으로 연관된 곳만 영향을 받다 시장 전반으로 언제든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흔들리는 에너지업체들

 

유가 하락은 정유화학업체들에겐 일단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특히 에너지업체들은 지난 2008년 이후 유가 상승을 등에 업고 활발한 투자에 나섰고 하이일드 시장에서만 900억달러(98조원)를 차입했다. 전체 하이일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꽤 높다. 


유가가 하락하면 이들이 빌린 상당수의 대출금은 상환불능에 처할 수 있다. 대부분 유정에서 나오는 원유를 담보로 돈을 빌렸기 때문에 담보값이 급전직하하면 당연히 밟게 되는 수순이다. 서브프라임 위기 당시 담보주택 가치가 대출금보다 낮아지며 이른바 '깡통주택'이 속출한 것과 같은 이치다.  

 

유가 하락이 지속된다면 이들은 더는 싼 이자로 자금을 빌릴 수 없게 되고 재정 고갈로 이어질 수 있다. 대형 에너지업체들에겐 확률이 희박한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이미 미국의 영세한 석유업체들은 고사위기에 처했다. 유가가 급락하면서 생산원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증시 파급, 실물 보다 훨씬 커

 

올해 큰 폭으로 오른 선진국 증시도 에너지 섹터에 발목을 잡힐 상황에 처했다. 비교적 높은 배당을 하는 에너지 기업들의 배당이 끊길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만 해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500 기업 중 에너지섹터의 이익 전망하향이 잇따르면서 증시에 부담을 주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미국 증시는 8.4% 상승했지만 에너지섹터는 16.5% 하락했다.

 

펀드 시장은 더 심각하다. S&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이지만 전체 펀드 시장에서 차지하는 에너지 관련 비중은 610억달러 가운데 350억달러로 절반이 넘는다.

 

댄 스즈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스트래티지스트는 "S&P500의 에너지 섹터는 경제에서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보다 훨씬 더 크게 연관돼 있다"며 "이익 감소에 따른 타격이 경제보다 훨씬 크고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정적인 파급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정크본드도 휘청..위험자산 전반 노출

 

채권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유가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어 보이는 미국 정크본드 시장도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한 지난 6월 이후 8%가 빠졌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과다. 지난 한달간 내린 폭은 반년 낙폭의 3분의 1에 해당한다. 특히 이들 중 3년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비중도 40%에 달해 관련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정크본드 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유가 하락으로 에너지 섹터가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JP모간은 유가가 65달러 밑에서 3년간 지속되면 투기등급 회사채 40%이상이 디폴트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험자산의 전형인 정크본드 시장 약세는 투자자들의 심리를 더 크게 위협할 수밖에 없다. 주식과 다른 위험자산 전반의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더 두려운 부분이다.

 

▲ 미국 하이일드본드 지수 추이(출처:WSJ)

 

◇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잣대

 

최근 유가하락에는 공급 과잉 외에 수요 둔화가 작용하고 있는 것도 유가하락을 마냥 반길 수 없게 만든다. 유가 급변동이 시장 할인율을 높이고 불안감을 키울 경우 글로벌 경제가 취약한 상황에서 전염효과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가 하락이 단순히 공급 과잉에 의한 것이라면 대개 수혜를 보지만 이번에는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상황이고 실질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에 조금 다른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박혁수 대신증권 연구원은 "과거 유가하락은 산유국의 부가 수입국으로 이전되면서 성장률을 제고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만 부각시켰다면 최근에는 글로별 경기 둔화와 저물가 상황에서 과거보다 신흥국의 위상이 높아졌다"며 "과거와 같은 잣대로 평가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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