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전성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브릿지론 가운데 '고정이하'의 비율 격차가 27%포인트에서 40%포인트로 확대됐다. 이 가운데 중소형사는 물류센터 딜을 많이 취급하고 있어 부실전이 가능성도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가 29일 증권사 27곳의 작년 말 기준 PF 익스포져를 분석한 결과, 대형사 9곳(미래에셋, NH투자, 한국투자, 삼성, KB, 하나, 신한, 메리츠, 키움)과 중소형사 18곳(대신, 신영, 교보, 현대차, IBK투자, 유안타, 한화투자, 아이엠, BNK투자, DB, 유진투자, LS, 부국, 한양, SK, 다올투자, 리딩투자, 상상인) 간 PF 건전성 지표간 간극이 6개월전보다 크게 벌어졌다.
대형사의 경우 작년 6월 말부터 12월 말까지 PF 취급액 가운데 매각이나 상환을 통해 '고정이하' 여신이 4000억원 줄었다. 이에 따라 브릿지론의 고정이하 비율은 22%에서 15%로 개선됐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형사의 경우 매각하거나 상환한 비중보다 '정상'이나 '요주의'에서 '고정이하'로 재분류된 규모가 더 늘었다. 브릿지론 고정이하 비율이 49%에서 55%로 늘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해당 비율 격차가 27%포인트에서 40%포인트로 훌쩍 뛰었다.
윤소정 한신평 애널리스트는 29일 'PF 구조조정, 어디까지 왔나' 주제의 세미나에서 "중소형사의 경우 신규PF 취급이 크게 위축했으므로 부동산 경기 회복이 계속 부진하다면 대형사와 중소형사간 건전성 지표의 양극화는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는 PF는 1조4000억원으로 작년과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사가 8000억원, 중소형사가 6000억원 수준이다.
중소형사는 많이 취급하고 있는 물류센터 PF는 언제 부실로 이어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꼽힌다. 물류센터는 중소형사가 본PF 잔액 가운데 56%를 차지하고 있다. 물류센터는 비분양형 익스포져로 부실 전이 가능성이 높은 데다가 신용평가 A등급 이상의 시공사가 책임준공을 맡은 비중이 60%로 대형사(80%) 대비 낮기 때문이다.
다만, 한신평은 추가 충당금 적립 압박은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윤 애널리스트는 "충당금 적립부담이 상대적으로 높은 브릿지론 비중이 낮아지고 있다"며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추가 충당금 적립 위험은 높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소형사는 지난 한 해동안 1조원을 충당금으로 전입했는데 추가 충당금 부담은 2024년의 절반 이하로 완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업권의 PF 익스포져 총 규모는 6개월 전과 비교해 4조5000억원 증가한 3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형사들의 부동산 금융 딜 주관이 활발해진 덕분이다. 대형사에서는 PF 익스포져가 24% 증가했다. 반면 중소형사는 브릿지론 사후관리에 집중하며 1% 늘어나는게 그쳤다.
한신평은 향후 모니터링시 △수익 대비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위험를 인수하려는 성향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6월 내 발표할 예정인 부동산금융 익스포져 한도 도입 및 NCR 위험값 차등화 방안에도 증권사의 PF 영업기반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힌다. 현재 메리츠증권은 유일하게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금융 총 익스포져가 큰 증권사다.
윤 애널리스트는 "중소형 증권사의 수익기반 위축과 이익 체력 저하가 크게 나타나고 있어 재무안정성 훼손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개별 회사별로 PF 손실 부담, 사업 재무적 완충력, 리스크 관리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