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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러시아]② 자금유출 '도미노'..이머징은?

  • 2014.12.17(수) 15:49

매머드급 글로벌 악재..원유수입국도 예외 없어
韓 체질개선 불구 속수무책..선진국도 간접영향권

이머징 국가들이 또 다시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미국에 이어 이번엔 러시아발 태풍이다. 유가 급락은 결국 러시아 경제를 강타했고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우려가 증폭되면서 이머징 시장 전반이 냉각되고 있다. 이머징으로선 이미 미국의 긴축 우려로 투자심리가 움츠러든 상황에서 강력한 '원투펀치'를 맞았다. 유가 하락이 호재가 될 것만 같았던 원유수입 이머징 국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러시아의 파장이 유럽까지 미치면서 이 지역 선진국들도 간접 영향권에 들고 있다.

 


◇ 러시아따라 이머징 자금 유출 러시

 

러시아 금융시장이 급락하자 다른 이머징 시장들도 맥을 못추고 있다. 이머징마켓 자산은 위험성이 높은 고수익 자산이 대부분인데, 러시아가 위기를 맞으면서 위험자산 전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자금이 빠져나간 이머징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은 통화가치 급락이다.

 

브라질 헤알화 가치는 10년래 최저치에 근접했고 원유수입국인 터키 역시 유가 하락 수혜에도 불구, 리라 값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원유수입국인 인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두바이와 사우디아라비아 증시도 7% 이상 폭락하는 등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크리스천 켈러 바클레이즈 리서치헤드는 "이머징 자산 전반에서 투매가 나타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이머징 자산을 전체적으로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美 긴축우려도 여전.."일단 피하고 보자"

 

이머징 시장 전반이 위축되자 시장에서는 러시아 모라토리엄 우려와 함께 1998년 이머징 위기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990년대 후반 당시 아시아에서 시작된 외환위기는 러시아로 전이된 후 중남미를 거쳐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을 위축시켰다.

 

최근의 불안감이 유가 급락, 즉 원자재 가격 하락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일부 이머징 국가에 큰 타격이 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석탄수출국으로 석탄가격 하락으로 경상수지 적자는 확대 일로를 걷고 있다. 상품가격 하락세가 지속되면 유가하락 수혜와 상관없이 이머징 시장 파급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더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임박하면서 이머징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또 다른 악재 '미국의 긴축 이슈'가 재부각될 가능성에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악재가 예고된 상황이니 일단 돈을 빼고보자는 심리가 이머징 마켓에 전반적인 조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마이클 로쉬 시포트그룹 스트래티지스트는 "상당수의 투자자들이 그간 높은 원자재 가격과 저금리를 전제로 짜여진 전략에 따라 움직였다"며 "최근의 악재들로 인해 본격적인 글로벌 투자자산 재배분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1998년보다 체력 나아졌지만


이머징 국가들의  체력이 1998년 당시와 다르다는 분석도 맞선다. 당시와 비교해 환율 정책은 보다 유연해졌고, 외환보유액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에서 위기 대응력은 한결 나아졌다는 평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이머징 시장의 외환보유액은 8조1000억달러에 달한다. 1999년 당시 6590억달러와 비교하면 웬만한 충격은 견뎌낼 수 있는 수준이다.

 

금리가 크게 오르고 있지만 이 역시 외환위기 당시보다는 낮다. 러시아는 최근 17%로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1998년 당시 일부 단기금리는 100%이상 폭등하기도 했다. 브라질 역시 11.75%로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1998년 당시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밖에 이머징 국가들의 통화 약세는 자국의 수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번 시작된 흐름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다. 낙관적인 분석들이 이머징 투매를 막아주진 못하고 있다.

 

◇ 러시아 인접한 유럽도 안심 못해


러시아발 위기에서 선진국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러시아와 인접한 유럽에도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인 독일의 지난해 대러시아 교역규모는 760억유로에 달했다. 독일은 이미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가 경제제재를 받으면서 대러시아 수출이 줄어드는 등 일부 타격이 있었다. 독일은 지난달 지정학적 불안으로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지난해 유럽의 식료품 수출 가운데 러시아 비중은 10%선으로 이들에게 러시아는 두번째로 큰 고객이다. 브리티쉬페트롤리엄(BP) 등 에너지 업체와 미국·유럽의 자동차 업체들도 러시아 경제제재 이후 수출이 감소하고 있고, 맥도날드와 아디다스 등 소비재 기업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포드는 러시아 최대 자동차 공급업체 중 하나로 이미 루블화 약세로 매출이 급감한 상태다.

 

◇ 韓, 익스포저 적지만 장담 못해

 

한국 역시 원유 수입국이지만 이머징에 속하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로 돌아섰다. 당장은 러시아 외화 익스포저가 미미하고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시장을 달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러시아와 이미징 마켓발(發) 리스크 전이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러시아에 대한 외화 익스포저는 전체 1083억4000만달러의 1.3%수준인 13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외화 익스포저는 외화 대출금과 외화 유가증권, 외화 지급보증의 합계다. 러시어를 포함한 주요 신흥 12개국의 익스포저는 113억3000만달러로 10.5%를 차지하고 있다. 

 

금감원은 "러시아 금융불안이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무역과 금융연계가 높은 유로존 및 주변 국가로 파급효과가 확대되는 등 외부 전이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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