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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유가 나비효과]③음모론 난무..OPEC 붕괴 가능성은?

  • 2015.01.12(월) 10:32

美·사우디 이해 일치 `이란·러시아 겨냥` 주장
OPEC 신속합의 옛말..단체행동 느슨 `와해`우려

유가는 과거 여러 번 급락을 경험했는데, 그때마다 대응은 신속했다. 1980년대 유가가 10달러대로 곤두박질하자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신속한 감산에 나선다. 사우디아라비아는 1981~1985년 사이 일일 670만배럴까지 감산에 돌입했다.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때도 OPEC은 속전속결이었다. 아시아 경제가 무너지면서 원유 재고는 무섭게 늘어났고 유가는 20달러대로 내리꽂았다. 1999년 3월 OPEC은 일일 200만배럴까지 감산에 합의한다. 상대적으로 짧은 하락기였지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랬던 OPEC가 달라졌다. 2014년 이후 현재까지 OPEC은 유가급락에 요지부동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예전처럼 명확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갑작스러운 가격 변동 뒤에는 항시 음모론이 따라다닌다. 과거와 뭔가 달라보이는 이번 유가 급락에도 예외는 아니다.

 

2014년은 반년간 유가가 근 50% 가까이 내리며 상품시장 역사에서는 유례없는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렇다 보니 셰일혁명에 따른 미국의 원유 생산 증가와 세계 경제 수요 둔화라는 표면적인 요인 외에 더 큰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저유가가 이대로 지속된다면 막강했던 OPEC의 권력이 붕괴되거나 와해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 美·사우디 합작說..이란·러시아 길들이기?

 

2014년의 유가 급락은 에너지 패권을 철저히 뒤엎고 있다. 특히 에너지 전쟁에서 열위였던 미국이 유리한 패를 쥐면서 이들이 더 큰 무언가를 얻기 위해 유가 하락을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마저 제기된다.  진위 여부를 떠나 시장의 눈과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원유 생산이 크게 늘어나긴 했지만 그간 꾸준히 증가해 온 추세를 감안하면 고점대비 50%에 이르는 급락세를 설명할 정도는 아니라고 평가한다.

 

유가 하락이 미국과 사우디의 합작품이라는 해석도 이 때문에 나온다. 미국으로서는 유가 하락을 통해 서방국에 소위 비협조적인 '무리'들을 적절하게 구슬릴 수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국과 대치 중인 러시아가 첫 희생양으로 떠올랐고 유가 급락으로 재정 손익분기점을 위협받는 이란,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등은 서방국에게 항시 `삐딱한` 나라들이다.

 

유가 하락으로 타격을 받는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OPEC 회원국 내에서는 입장이 다르다. 사우디는 풍부한 재정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당장 감산을 하지 않아도 지금의 유가 하락은 충분히 감내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유가 하락에 제동을 거는데 결정적일 수 있는 감산 합의를 굳이 하지 않은데는 적대국인 이란이나 러시아 등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합의 불발..과거의 OPEC은 이젠 없다?

 

실제로 유가가 본격적인 하락세를 탄 데는 지난해 10월 추수감사절 당시 OPEC의 감산 합의 불발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1980년대 유가가 급락했을 때만해도 사우디는 OPEC 회원국들의 압박에 큰 갈등 없이 감산에 나섰지만 당시와 대조적으로 현재는 6개월째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급기야 피해 당사자인 이란은 사우디가 음모론을 펼치고 있다며 유가 하락을 유도한 국가들을 잊지 않겠다며 경고에 나섰다. 이란뿐 아니라 러시아나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역시 사우디가 원유 가격을 정치적 목적으로 조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동안 다른 상품시장에 비해 원유 시장 변동성이 제한될 수 있었던데는 OPEC의 막강한 힘이 작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에서 OPEC의 존폐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고 이들 회원국간의 관계가 느슨해진 징후는 향후 원유 변동성이 커질 개연성을 더욱 높이는 부분이다.

 

오펜하이머 상품전략 토털리턴펀드를 운용하는 조지 지빅 매니저는 "OPEC은 감산합의 불발로 인해 하나의 단체로 행동할 수 없게 됐고 더이상 지배적인 원유 생산자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줬다"며 "지난 30년간 이어진 확고했던 체제가 변해버렸다"고 말했다.

 

OPEC 회원국들이 다시 중지를 모을 가능성도 남아있지만 향후 일정상 이들이 다시 모이게 될 시점은 오는 6월로 꽤 멀다. 설사 OPEC이 감산에 합의하고, 올해 하반기 들어 원유시장 수급이 다시 균형을 되찾으며 유가가 반등해도 100달러 위에서 거래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 것은 OPEC의 와해 가능성과도 무관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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