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소규모 펀드 정리를 본격화하면서 운용사들의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일부 운용사는 이에 발맞춰 소규모 펀드를 대거 청산에 나섰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펀드 청산이 단순히 판매사와 운용사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기보다 펀드 가입 고객을 충분히 설득하는 과정 또한 일정부분 필요한 만큼 판에 박힌 듯한 일정에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소규모 펀드의 경우 효율성이 떨어져 청산 전에 대형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당국, 소규모 펀드 해소 본격화
![]() |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소규모 펀드 해소를 위한 모범규준을 마련해 업계에 예고했다. 운용사들이 각 분기마다 줄여야 할 소규모 펀드 목표비율을 정한 것이다.
모범규준이 확정되면 자산운용사는 당장 내달말까지 전체 펀드에서 소규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을 19%로 줄여여 한다. 5월말까지는 11%, 8월말까지 7%, 11월말까지 5%까지 축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자산운용사들은 사전에 소규모 펀드 정리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정리 방법은 기존에 가능했던 임의해지를 포함, 펀드합병과 모자형 전환, 펀드확대도 가능하다. 운용사들이 정해진 기간 안에 비율을 맞추지 못할 경우에는 신규 펀드 등록을 금지하는 패털티가 부과된다.
◇ 2011년 이후 뜸해..일부는 적극적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말 현재 50억원 미만의 소규모 펀드는 815개로 전체 공모펀드(2247개)의 36.3%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펀드투자 신뢰회복을 위해 소규모 펀드 해소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2011년에도 금융당국은 소규모 펀드 목표를 수립한 바 있다. 당시 운용사들은 2011년에만 해지공시를 일괄적으로 한두차례 한 후 해지가 뜸하면서 적극적이지 않았다. 당국 입장에서는 이번에는 좀더 엄격한 계도에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운용사들은 펀드 임의해지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신운용은 지난주 한국투자압축포트폴리오증권모투자신탁을 포함한 9개 펀드에 대한 임의해지를 결정했다. 한투운용은 지난해에도 2차례에 걸쳐 집합투자기구 해지공시를 했다. 삼성자산운용도 지난달 삼성인컴플러스펀드를 해지했고 다른 소규모 펀드 정리방안에 대해서도 판매사와 계속 협의를 진행 중이다.

▲ 소규모 펀드 수 및 비율(출처:금융감독원, NH투자증권) |
◇ 투자자 설득 애로 불만 제기도
반면, 아직 정리 계획을 구체적으로 확정짓지 못한 운용사들도 꽤 된다. 일부에서는 정해진 기간안에 펀드 고객들을 설득하는 것에 대해 부담을 표시하고 있다.
임의해지는 펀드 운용을 임의로 멈추고 해산하는 것으로 투자자 전원의 동의하에 수익증권 전부에 대해 환매를 청구하는 것이다. 설정 후 1년이 지난후 투자신탁 원본액이 50억원 미만이거나 1년 이후 1개월간 계속해서 50억원에 미달할 경우 가능하다. 임의해지가 결정되면 고객들에게 유사펀드로 이동을 권유한 후 1개월 후 임의 해지와 이동을 동시에 진행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단순히 해지 통보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인 투자자들에 대한 설득작업도 일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나름의 투자판단에 근거해 해당 펀드를 선택했고 원금손실일 경우에는 미래 회복 가능성이 배제된 채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법률적으로는 임의해지 통보를 하면 그만이지만 운용사와 판매사간 협의가 먼저 필요하고 고객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충분히 거쳐야 한다"며 "선택한 펀드가 단순히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사라지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투자자도 분명 있다"고 설명했다.
◇ 효율성 따지면 대형펀드 갈아타기가 유리
다만 전문가들은 소규모펀드의 경우 대형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최근 NH투자증권은 투자자들은 대개 펀드규 소규모 펀드로 남더라도 환매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높지만 대형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소규모 펀드의 경우 효율적인 운용을 위한 적정 운용규모를 확보하지 못해 투자목적에 따른 자산운용이나 분산투자를 하기 어렵고, 펀드 규모와 관계없이 발생하는 고정비용도 비효율성을 높인다는 판단이다.
문수현 연구원은 "소규모 펀드들은 판매사를 통해 합병 혹은 해지 한달전 투자자에 통보되는데 투자자 원하는 펀드에 재투자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산 전 대안이 될만한 다른 펀드를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