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4개월만에 지급준비율을 전격 인하하고 나서며 증시에 온기를 확산시킬지 주목되고 있다. 이달 중순까지 글로벌 통화정책 회의가 잇따라 예정된 상황에서 추가 완화의 첫 신호탄이자 군불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중국의 추가 부양은 물론 한국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키운 것으로 판단했다. 예상대로 유럽, 일본도 추가완화에 나설 경우 국내 증시에 우호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지준율 인하가 중국의 경제둔화 우려에서 비롯된 만큼 추세적인 반등재료로 작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 중국, 정책 스탠스 변화 긍정적 시그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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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10월 이후 4개월만에 0.5%포인트의 지준율을 인하했다. 올해 들어 첫 지준율 인하이기도 하다.
특히 중국의 이번 통화완화 결정은 오는 3일부터 시작되는 양회 개최를 앞두고 나오면서 주목받고 있다. 대개 주말에 지준율을 인하해온 것과 달리 주중에 지준율 인하를 깜짝 발표한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렇다보니 시장에서는 중국의 이번 결정을 확실한 부양의지 표출이자 정책 기조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인민은행도 지준율 인하의 목적으로 금융시스템의 합리적인 유동성 유지와 공급측 구조개혁 단행에 유리한 금융환경 조성이라고 밝혔다.
대우증권은 "이번 지준율 인하는 중국 정부의 완화 시그널을 어느정도 보여준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동안 단기유동성 공급만 고집하다 정책 스탠스에 변화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자금경색 우려 완화와 시장 참여자 심리 개선이 이번 지준율 인하의 목적"이라며 "중국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 가능성을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 글로벌 통화완화 앞서 군불 역할
향후 넉넉한 유동성 공급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는 측면에서 중국의 지준율 인하 자체는 중국 증시에 긍정적인 재료임에 분명하다. 여기에 추가 완화 가능성도 벌써부터 점쳐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자본 유출이 불가피해 향후 추가 인하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공개시장조작 등의 수단도 빈번하게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금융투자도 올해 최대 5차례의 지준율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중국이 재정투자 확대에 나설 수 있다"며 "양회에서 재정투자 확대와 정책기조 변화가 확인될 것"으로 기대했다.
중국에 더해 이달 중순까지 다른 중앙은행들도 잇따라 통화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점도 국내 증시에도 우호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중국의 통화완화가 국내 기준금리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도 예상대로 추가완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심각한 중국 경제 상황 대변 우려도
다만 중국이 지난 1월 공개시장조작 등 단기유동성 공급 이후 결국 지준율 인하에까지 나섰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둔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지난 1일 나온 중국의 제조업 지표는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를 기록하며 2011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월 춘절 연휴와 비수기 성격을 감안해도 상당히 부진한 결과로 그만큼 이번 지준율 인하가 절박한 중국의 경제 상황을 대변하는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 중국 제조업지표 추이(출처:하나금융투자) |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준율 인하로 투자심리가 일부 진정되겠지만 경기 안정이 지연될 경우에는 단기 트레이딩 기회만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도 "이번 조치에 상징적 의미가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중국의 경기하방 압력과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이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하라"고 조언했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증시 약세의 근본 원인이 구조조정에 따른 경기 둔화, 신용 리스크 확대, 불안정환 환율이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시장의 추가 하락을 방어할 수 있겠지만 추세적 반등을 견인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