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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게임 대팽창]②밀려오는 왕서방

  • 2016.03.23(수) 15:10

중국자본 기업사냥 활발…한국도 타겟
대부분 지분투자…경영권 분쟁 소지도

중국 게임사들의 글로벌 '기업사냥' 움직임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좋은 콘텐츠와 흥행성이 높은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하기 위해 글로벌 게임사를 진공 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특히 지리적으로 가깝고 온라인 및 모바일게임 분야에서 앞서고 있는 한국 기업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다.

 

차이나머니의 한국 침공은 지분 투자 방식이 대부분이며 적대적 인수합병(M&A) 사례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다만 중국 자본의 시장 잠식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자본, 국내 게임사 투자 활발


중국 자본의 한국 쇼핑은 지난 2014년 하반기 이후 급증하고 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 자본의 인수합병 및 지분투자 규모는 18억달러로 전년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정보기술(IT)와 헬스케어, 컨텐츠, 라이프스타일, 애니메이션, 금융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있다.

 

게임 분야 역시 중국 자본의 활발한 진입로가 되고 있다. 중국 상장사 아워팜은 지난 8일 NHN엔터테인먼트가 보유 중인 웹젠 지분 19.24%를 2039억원에 사들이는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으로 아워팜은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26.7%, 특수관계인 포함 27.2%)에 이어 웹젠의 2대 주주로 단번에 올라서게 된다.

 

아워팜은 웹젠의 흥행작 '전민기적(한국판은 뮤오리진)'의 개발사 천마시공의 지분 80%를 보유한 중국 4위 모바일게임사다. 아워팜이 왜 웹젠 지분을 사들였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으나 게임업계에선 웹젠의 뮤오리진 글로벌 출시와 관련해 사업 협력을 위한 차원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중국 대표 게임사 텐센트와 샨다게임즈 등도 국내 게임사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벌여왔다. 텐센트는 지난 2012년 카카오에 720억원을 투자하면서 현재 지분 9.32%를 보유하고 있으며, 넷마블게임즈(25.26%)와 파티게임즈(12.15%) 등의 주요 주주로도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샨다게임즈는 이미 지난 2004년 '미르의전설'로 유명한 액토즈소프트의 경영권을 인수, 현재 지분 51.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37요우시란 중국 게임사는 2014년말에 자회사 ENP게임즈를 통해 온라인게임 카발 개발사 이스트소프트 지분 5.18%를 보유하며 김장중(25.3%) 창업주에 이어 2대 주주다.

 

이 외 작년 2월에는 중국 모바일게임사 룽투게임즈가 코스닥 상장사 아이넷스쿨(현 룽투코리아)을 인수하며 우회상장했으며, 7월에는 로코조이가 상장사 이너스텍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게임 잠식, 아직은 기우?

 

중국 게임사들의 국내 잠식에 대해 게임 업계에선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뒤엉켜 있다. 우선 중국 게임사들의 국내기업 투자는 대부분 사업 협력을 전제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실제로 텐센트는 넷마블게임즈, 파티게임즈 등의 게임을 중국에 가져다 유통(퍼블리싱)하거나 혹은 반대로 자체 개발작을 한국 협력사를 통해 선보이고 있다.

 

37요우시도 이스트소프트의 대표게임 카발을 비롯한 각종 게임들을 중국에서 선보이기 위한 협력 관계 강화 차원에서 지분 투자에 나선 것이다. 샨다게임즈는 액토즈소프트가 개발한 미르의전설 시리즈를 중국에서 서비스하다 일약 대박을 터트리며 아예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한 사례이기도 하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제조업과 달리 게임 같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선 인력 중심이라 아직까지 기술 유출 등의 이른바 먹튀가 벌어지거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일은 없었다"라며 "현재까지는 중국과 한국 게임사간 글로벌 진출을 위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서로 윈윈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중국 자본의 침공이 계속되면 자칫 국내 게임사는 물론 '안방' 시장까지 잠식당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있다. 중국 게임사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무기로 지분 투자를 확대하면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웹젠의 2대 주주로 올라선 아워팜은 최대주주인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과의 지분 격차가 불과 8%포인트에 불과하며, 텐센트는 카카오와 넷마블게임즈, 파티게임즈 등의 무시할 수 없는 지분을 확보한 주요 주주라 여차하면 경영권까지 넘볼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중국 게임사들에 국내 시장을 내어주는 것 아니냐는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중국산 게임이 국내에서 크게 흥행한 사례는 웹젠의 뮤오리진을 제외하면 없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간 게임 방식이나 과금모델 등이 다르기 때문에 중국에서 아무리 히트한 게임이라도 한국에서 성공을 담보하긴 힘들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 게임사들의 개발력과 흥행성이 한국을 추월할 정도로 향상됐을 뿐만 아니라 게임 흥행의 성패를 가르는 지적재산권(IP) 확보 능력도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되고 있다. 정호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P에 기반한 게임은 상대적으로 불리한 해외 시장에서도 낮은 마케팅 비용으로 흥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향후 중국산 게임이 한국 시장에서 과거보다 나은 흥행 성적을 기록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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