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몰려오는 디지털 제국주의

  • 2016.05.23(월) 10:39

[창간3주년 특별기획 : 산업혁명 4.0]
<1부 세상이 달라진다> 하원규 박사 인터뷰
"AI로 연결된 삼라만상, 유기체적 진화 폭발적
세계 열강 치밀하게 진행..韓 본질적 고민부터"

▲ 삽화: 김용민 기자 kym5380@

 

"저는 테크샤헤일루(TechTashaylu) 입니다."

 

지난해 12월말 출간된 '제4차 산업혁명'의 공동저자 하원규 박사는 한국정보통신연구원(ETRI)의 '국보급' 미래학자다. 제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국내에서 핫이슈가 되기 훨씬 전인 10여년전부터 이에 대한 대비를 설파했고 '유비쿼터스(Ubiquitous)란 용어를 세계 최초로 쓴 인물이기도 하다.

 

유비쿼터스는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을 말한다. 유비쿼터스는 사물에 센서를 부착해 실시간 데이터를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사물인터넷(IoT)으로 발전했고 제4차 산업혁명의 기반으로 볼 수 있다. 

 

하 박사는 지난해말까지 한국정보통신연구원(ETRI)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퇴임했고, 지난 4월에 다시 초빙연구원으로 복귀했다. 그 사이 '백수'로 있던 기간에도 그의 일상은 눈코뜰새 없이 바빴다. 올해 들어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이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수십여개의 강연자리에 쉴새없이 불려나갔다.

 

그럴 때마다 소속이 잠시 공백이었던 하 박사는 자신을 '테크샤헤일루'라고 소개했다.  샤혜일루는 2009년 개봉해 외화로는 국내 최초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아바타' 영화에 나오는 말이다.

 

아바타는 판도라 나비족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해 원격 조종이 가능한 새로운 생명체다. 나비족에게는 촉수 같이 생긴 신경계 '큐'가 달려 있어 동식물과는 물론,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는 1조 그루의 '소리의 나무(Tree of Voice)'와 모든 정보를 주고 받는 '교감'을 한다. 이것이 바로 '샤헤일루'다.

 

하 박사는 첨단기술에 대한 지식과 인문사회학적인 상상력으로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기술'로 교감하는 사람이란 뜻에서 본인을 '테크샤헤일루'라고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삼라만상이 AI를 품고 하나로 연결

 

하 박사에 따르면 제4차 산업혁명의 개념도 이와 비슷하다. 현재와 비교한다면 큐는 지금 스마트폰의 50.0 정도의 버전이 되고 소리의 나무는 컴퓨터와 같은 디바이스(device)다.

 

그는 "제4차 산업혁명은 단순한 사물 인터넷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모두 인공지능(AI)을 갖게 되고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초 하 박사는 이를 '만물지능인터넷'으로 정의하고 이런 세상이 곧 도래할 것이라 예견했지만 당시만 해도 그를 이상하게 본 사람들이 더 많았다.
 
제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하원규 박사는 올 상반기 중 출시될 예정인 케빈 켈리의 '더 인에비터블(The inevitable)'도 인용했다.

 

세계 최고의 과학 기술 문화 전문 잡지 '와이어드'의 공동 창간자 켈리에 따르면 지난 140년간 우리의 삶에는 전기 에너지를 통해 로봇과 기계가 일상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현재는 이 형태가 더욱 스마트(smart)해지는 과도기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이 어느 것에나 들어가는 새로운 문명이 도래하는데 '생각하는 기계와 로봇'이 바로 4차 산업혁명의 모습이다.

 

하 박사는 "얼핏 공상과학 같아 보이지만 결코 피할 수 없는 미래"라며 "모든 서비스와 인프라가 AI와 만나려 하고 있으며 마치 지금의 전기처럼 굉장히 저렴해지고, 기능 또한 강력해지는 거대한 쓰나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하원규 한국정보통신연구원(ETRI) 초빙 연구원은 제4차 산업혁명은 삼라만상에 인공지능(AI)이 편재되고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폭발적인 디지털 유기체들의 진화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은 개별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사물인터넷이 데이터 축적을 통해 빅데이터를 만들어내고 클라우드에 축적된 빅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이를 인식·판단하고 처리하는 식이다.

 

또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이버와 현실 세계는 철저하게 분리돼 있었지만 스마트폰을 계기로 빠르게 융합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클라우드에서 정보를 불러내 맛집을 검색해 곧장 들어가고 기업 경영에 바로 접목하는 식이다. 이처럼 사이버와 현실이 융합되는 사이버물리복합시스템(CPS) 또한 빅데이터, AI와 결합돼 제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된다. 

 

결국 인터넷은 모든 것을 연결하는 디지털 생태계가 되고 사람이 음식을 먹고 자라듯 AI가 데이터를 먹고 성장하면서 더 똑똑해지는 디지털 생명체로 변신하는 것이다.

 

이처럼 모든 사물이 AI를 품게 되면서 디지털 유기체가 되는 상황을 하 박사는 21세기 캄브리아 폭발 시대가 도래하는 것에 비유하기도 했다. 5억4200만년전 캄브리아 시대에는 현존하는 38문의 동물 중 35문이 한꺼번에 출현하며 폭발적인 진화가 일어난 시기다. 이처럼 세상의 모든 것이 인공지능을 품게 되는 '만물초지능시대'가 오고 있으며 하 박사의 표현에 의하면 굉장히 놀라우면서도 소름 끼치는 상황이다.

 

▲ 하원규 박사는 제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하드웨어에 디지털 브레인이 탑재되고, 소프트웨어가 한층 강화되는 인공지능(AI) 최적화 환경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은 모든 것을 연결하는 디지털 생태계로 발전하고, 사람이 음식을 먹듯 AI가 데이터를 통해 점점 똑똑해지는 디지털 생명체로 변신한다는 설명이다.

 

하 박사는 "과거에 굉장히 귀했던 전기가 이제는 대중화되고 산업혁명의 원천이 되면서 전 세계를 바꿔놓았듯이 만물지능인터넷이 지구를 혁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 현재는 어느 시점에 와있을까. 하 박사는 유비쿼터스와 사물인터넷을 거쳐 만물인터넷 시대가 왔으며 만물이 지능을 가지게 되는 만물초지능인터넷으로 가는 과정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에 따르면 2020년까지는 모든 사물이 연결되는 '초연결 시대'가 지속되고 2030년까지는 AI가 모든 곳에 활용되는 '초지능 시대'가 도래한다. 2030년 이후부터는 마치 AI가 생명체처럼 기능하는 '초생명 시대'를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하원규 한국정보통신연구원(ETRI) 박사는 한국이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해 치밀한 대비에 나서지 않으면 거대한 디지털 제국주의 쓰나미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고민없는 제4차 산업혁명 신드롬 '경계'

 

이미 전 세계는 제4차 혁명이 발빠르게 진행 중이다. 독일만 해도 인더스트리 4.0을 통해 개인 맞춤형 증량 대량생산을, 미국은 산업인터넷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 시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크게 뒤처져 있다. 하 박사는 불과 얼마전까지 제4차 산업혁명에 지극히 무심했던 한국이 다보스 포럼과 알파고 신드롬을 계기로 과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마치 명확한 합의나 정의가 없는 '버즈워드 (Buzzword)'처럼 본질적인 고민 없이 한국에서 번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그는 이미 독일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5년전부터 제4차 산업혁명 개념의 디지털화를 너무나 치밀하게 진행 중인 반면 한국은 최근 알파고 신드롬 등을 계기로 갑작스럽게 준비를 하려고 한다며 고도의 설계와 철저한 분석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 한국의 모습은 1894년 동학혁명과 갑오개혁, 청일전쟁이 잇따라 터지며 한국이 세계 열강의 제국주의 틈바구니에서 풍전등화였던 상황을 연상케 한다며 당시처럼 세계 열강이 제4차 산업혁명을 통해 크게 앞서가면서 디지털 제국주의의 거대한 쓰나미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일침했다.

 

하 박사는 한국도 발빠르게 대응하지 않는다면 제4차 산업혁명에서 선진국들의 하청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며 앞서 언급한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만물초기능통신기반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람이 인식하지 않을 정도로 생활환경의 일부가 되어버리는(Ambient) 네트워킹을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만큼 초고속인터넷망이 발달한 나라는 전 세계에 존재하지 않고 가장 앞서고 있는 분야라며 편리한 통신뿐 아니라 모든 시스템을 움직이는 기본 엔진이자 인프라인 만물초지능통신기반을 한국이 세계 최초로 구축해 이를 기반으로 미래주력 산업을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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